북한이 6일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을 동해상으로 쐈다. 새해 들어 처음이자 지난해 11월 초대형방사포(KN-25) 발사 이후 두 달여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계엄 사태 이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강행한 도발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당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추가 도발 징후도 포착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6일 낮 12시경 평양 일대에서 IRBM급 미사일 1발이 발사됐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약 1100km를 비행한 뒤 함북 길주군 앞바다 알섬 상공을 넘어 동해상에 낙하했다. 정점 고도는 약 100km로 파악됐다.
군은 지난해 4월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발사한 신형 극초음속 IRBM(화성포-16나형)을 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화성포-16나형 개량형을 쐈을 개연성도 있다”고 했다. 한미 당국은 평양 일대에서 더 큰 규모의 TEL 이동 상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ICBM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모스크바(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우주 및 위성 기술의 공유 의도가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규모 파병과 무기 지원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기술을 제공하려는 동향을 미 외교 수장이 공식 확인한 것. 이어 블링컨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십 년간의 정책을 뒤집고 북한 핵을 용인할 가능성에 가까워졌다”고도 했다.
北, 美 괌기지 겨냥 요격 힘든 극초음속 미사일 쏜듯
[트럼프 취임 2주 앞] 트럼프 2기 앞두고 기싸움 포석 軍 “1100km 비행, 향후 사거리 늘릴것”
북한이 두 달여 만에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0일(현지 시간)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본격적인 협상전에 대비한 ‘기 싸움’에 돌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괌을 겨냥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IR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마하 5(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비행하면서 궤도를 바꿔가며 변칙 기동이 가능한 극초음속 IRBM은 탐지·요격하기가 쉽지 않다. 고체연료 추진체를 장착한 IRBM은 사전 연료 주입 절차가 필요 없이 명령 즉시 쏠 수 있어서 기습 효과도 크다.
다만 6일 평양 일대에서 발사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약 1100km로 통상적인 IRBM의 사거리(3000∼5500km)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사거리를 줄여서 도발 수위를 조절했거나 추진체 성능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로 추정된다”며 “향후 괌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최대 사거리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군 안팎에선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시하면서 도발 소강상태를 보이던 북한이 연초(1∼2월) 집중 도발 ‘모드’를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까지 탄도미사일 도발을 추적하는 코브라볼(RC-135S) 등 미 전략정찰기가 거의 매일 한반도로 날아와 감시의 고삐를 조이는 와중에 북한이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그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한미 당국은 북한이 트럼프 취임일(20일) 전후로 극초음속 IRBM 추가 발사와 ICBM 등 고강도 연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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