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美 대통령 취임 전후로 고강도 도발
트럼프 관심 끌어 ‘핵군축 협상’ 시도할 수도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한 북한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쏘아 올릴 가능성이 있어 우리 군이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당분간 무력도발의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8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군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 평양 일대에서 ICBM 발사용 이동식발사대(TEL)가 기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최근 기동 중인 TEL은 북한이 지난해 11월 무장장비전시회에서 선보인 ICBM ‘화성-19형’을 발사할 수 있는 기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 발사 동향을 포함해 다양한 군사적 활동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고, 그런(추가 발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합참은 지난 6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지하며 “우리 군은 추가 발사에 대비해 감시 및 경계를 강화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이었던 지난해 10월 31일 발사한 후 ‘최종완결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화성-19형은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해 별도의 연료 주입 절차가 필요한 액체연료 방식보다 은밀하고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
또한 화성-19형은 탄두부에 소형의 탄두를 여러 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탄두 기술이 실제 작동할 경우 화성-19형을 한 번 발사해 미국 본토의 여러 지점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에 이어 화성-19형을 발사한다면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 대선 혹은 대통령 취임 전후로 존재감을 부각하거나 대미 협상을 이끌어내는 목적으로 무력도발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 2016년 미 대선(11월 5일)을 약 2개월 앞둔 9월 9일엔 5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2017년 1월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이후엔 2~5월 7차례에 걸쳐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발언을 통해 북한을 위협했고, 북한은 2017년 8월 여러 개의 중장거리미사일을 사용한 ‘괌 포위사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긴장이 최고조로 올라간 뒤 오히려 협상이 개시될 수 있었다. 일종의 ‘벼랑끝 전술’을 서로가 구사한 셈인데, 이후 북미 정상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8년 전의 경험을 살려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을 최대한 끌기 위해 취임일인 20일(현지시간) 전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도 북한이 당분간 도발한 후 자신의 취임 이후 멈추는 모습을 일종의 ‘치적 쌓기용’으로 나쁘지 않게 볼 여지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북한 관련 업무를 맡은 특별임무대사에 자신의 측근인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대사를 임명하며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2025년 북한의 대외과업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기체계 관련 진전은 대미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다”라며 “트럼프 당선인을 더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ICBM의 정상각도 발사, 7차 핵실험 등 전략적 수준의 도발도 시도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8년 전 취임했던 당시와 현재는 북한과 미국의 상황이 다르며,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김정은과 잘 지낸다”라고 언급한 만큼 북한이 굳이 고강도 도발에 나서지 않더라도 미국과의 대화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해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종전’을 공언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점도 북미 대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가 시작될 경우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이 논의되고 한국이 대화에서 배제될 가능성에도 유의하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용의가 없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인 역시 4년의 임기 내에 이행할 수 있는 성공적인 대화나 협상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에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 소폭 축소 혹은 중지 △한미 핵협의그룹(NCB) 가동 유예 및 중단 △주한미군 규모 축소 △한반도 내 및 인근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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