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2차 체포집행 맞서 경호 강화
“기소하거나 사전구속영장 청구하라”
‘수사 협조할 뜻 없음’ 공개적 밝혀
공수처, 평일 집행… 야간도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의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사실상 거부하기로 했다. 대통령경호처가 관저를 요새화하며 ‘한남동 벙커’를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우선 기소를 하거나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수사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8일 관저 입구까지 직접 내려와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한 지시를 내리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인 윤 대통령이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비정상적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선 기소를 하거나 아니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라”며 “그러면 법원 재판에 응하겠다는 게 체포영장과 관련된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영장을 가지고 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는 게 윤 대통령 측 입장이다.
공수처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보고 경찰 측과 시기와 집행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집회 인력이 몰리는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집행하되 낮 시간대가 아닌 야간 집행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발부받은 수색영장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야간 집행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공수처와 경찰은 1차 집행 때의 2배가 넘는 300명 이상의 체포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경찰은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산하 특공대 총 4개 부대는 군 특수부대 출신 인력 8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호처 직원들과 함께 관저 입구를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국민 담화 발표를 제외하고 36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야당에서 윤 대통령의 ‘도주설’을 제기한 가운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에게 자신이 건재함을 알리고 동요하는 경호처 직원 등의 기강을 다잡기 위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尹 2차 체포영장] 경호 직원들에 지시하는 모습 포착 대통령실 “尹 관저에” 도주설 부인… 경호처 동요 막고 지지층 결집 겨냥 “법 무시하고 충돌 조장” 비판 여론
‘관저 농성’ 尹, 도주설 나온 날 36일만에 등장해 경호 점검
비상계엄 사태 후 36일간 공개 일정을 전면 중단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내에서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후 한 카메라에 포착된 영상에는 버스 차벽과 철조망 등 3중 저지선으로 요새화된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경호 관계자들로 보이는 인물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 팔을 젓는 장면이 담겼다.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경찰과 대통령경호처 간 충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관저 경호 지시를 통해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경찰특공대나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를 진행하는 것은 반란, 내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사법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대치와 충돌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尹, 차벽 살펴본 뒤 대응 지시 내렸나
이날 낮 12시 53분경 촬영된 7분가량의 영상엔 윤 대통령과 체구 및 걸음걸이가 비슷한 점퍼 차림의 한 남성이 대여섯 명의 관계자와 관저 입구 방향으로 걸어 내려온 뒤 차벽을 가리켜 여러 차례 손짓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곳은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를 가로막기 위해 경호처가 인간띠를 구축한 3차 저지선이 있던 곳이다.
영상에는 검은색 차량에서 내린 또 다른 인사가 오르막길에서 윤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한 뒤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 후 공식적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보좌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대통령과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신변 보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호처 관계자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의 도주설을 제기한 지 약 3시간 만에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주장에 “윤 대통령이 현재 관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고, 대통령 대리인단을 맡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어제 저녁 대통령을 관저에서 뵙고 나왔다”며 도주설을 일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영상 촬영을 한 매체에 대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 ‘도주설’에 지지층 결집 메시지 보낸 尹
윤 대통령이 탄핵 소추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을 두고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의 동요를 막고 지지층에 결집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이 윤 대통령 도주설을 제기하면서 관저 앞에서 체포영장 저지 시위를 벌이던 지지층이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보란 듯 모습을 드러내 지지층에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1일 관저 앞 시위에 나선 강성 지지자들에게 “함께 끝까지 싸우자”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관저 농성’ 점검에 나선 것은 체포영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인 만큼 2차 체포영장도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박종준 경호처장은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가 경호처의 존재 가치”라며 2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관저에는 국가위기상황 대응을 위해 청와대 지하벙커 역할을 하는 간이 ‘위기관리센터’ 등 사실상 패닉룸(대피 벙커)까지 마련돼 있는 만큼 윤 대통령과 경호처가 마지막까지 저항할 경우 공수처가 체포영장 강제 집행에 나서더라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지 않으면 강제 체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직무 정지된 대통령에 대한 경호처의 과잉 경호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반쪽짜리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생명에 대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 등에 한해 필요 최소한도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당히 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영장 발부가 잘못된 모양이라고 국민을 호도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부추기면서 대한민국을 무정부주의 상태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호처와 공수처·경찰 간 충돌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오후 주요 현안 해법 회의를 주재하며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간곡히 말씀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시민들의 부상이나 정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절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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