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에게 주고, 윤석열 대통령의 외환죄 위반 의혹을 조사범위에 추가한 ‘윤석열 내란 특검법’을 9일 재발의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당론 반대로 부결된 지 하루만이다. 야권은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한 후 이르면 14일이나 1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특검법을 의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의 내란 특검법 수정안에 대해 “수사 대상과 범위가 무한정이고, 졸속으로 만들어 ‘법률안’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대신 여당은 자체적으로 수정한 특검안을 마련해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제3자가 특검 추천하고 수사대상에 외환죄 추가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에 특검법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 추천 방식은 기존 야당 추천에서 대법원장 추천 방식으로 바꿨다. 대법원장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2명 중 1명 임명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새 특검법에선 야권이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 조항’도 삭제됐다. 특검 파견 검사와 수사관 등 수사 인력은 기존 205명에서 155명으로 축소했고, 수사 기간도 최대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군사 및 공무상 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압수수색은 허용하되 언론 브리핑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존 특검법도 현행 헌법 아래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내란을 신속히 진압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법이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일부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새 특검법의 수사 범위에는 윤 대통령의 외환죄도 추가됐다. 당초 민주당은 여당 내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외환죄를 추가하지 않는 방안을 고심했다. 첫번째 내란 특검법은 전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법안 통과 기준인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에 2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탈표가 2표만 더 나오면 가결이 가능한 상황이라 굳이 여당이 반대할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외환 혐의가 불거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수사를 원활하게 하자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재발의한 특검법은 정부 여당이 반발했던 부분을 대폭 반영해 수정했기에 여당 내 이탈표가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與 “민주당은 이재명 아부용 ‘법안 자판기’냐”
국민의힘은 자체 특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헌법의 틀 안에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당 법률자문위원회에 특검안 초안 마련을 요청한 상태로 이르면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당 법률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 “민주당은 물론 좌파 시민단체의 고소·고발까지 모두 수사할 수 있어 사실상 수사범위가 무한정으로 확대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 “‘탄핵 재판용 여론몰이’를 위해 대국민 보고규정을 둬 피의사실 공표에 따른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주 의원은 민주당이 이르면 14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이재명 아부용 ‘법안 자판기’냐”고도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자체 특검안 마련에 착수한 것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재표결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당내 이탈표가 늘어난 데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지도부는 “민주당 일정과 관계없이 제대로 된 특검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지만 당 내에선 “마냥 시간을 끌 수는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한지아 의원은 전날 공개적으로 “(여당이 자체 수정안을 내지 않는다면) 소장파 의원들은 재표결 시 가결로 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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