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해 12·3 불법 비상계엄 직후 일부 인력을 여의도 KBS 정문으로 출동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에서는 ‘공영방송 장악 의도’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시를 내린 경찰 관계자는 “인파 관리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공개한 ‘영등포경찰서 112상황실 무전 녹취록’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은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0시 18분 당산지구대에 “KBS로 일단 출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산지구대 측이 “다시 말씀해 달라”고 하자 해당 과장은 “당산지구대는 일단 지구대 문을 잠그고 KBS 정문으로 출동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이에 당산지구대는 “알겠다”고 회신했다.
이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기 직전 오전 1시 2분, 당산지구대는 “KBS 근무는 그만하라”는 무전 지시를 받았다. 당산지구대장은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무전 지시를 내린 사람은 영등포서 범죄예방대응과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은 “‘KBS 정문 출동’ 지시는 명백한 공영방송 장악 의도로 파악된다”며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예방대응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계엄 사태 직후 인파가 갑자기 KBS로 몰릴까 봐 출동을 지시한 것뿐”이라며 “봉쇄 목적으로 경찰을 출동시켰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동 지시를 한 건 맞지만, 당산지구대에서 무전 내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실제로는 출동을 하지 않았다”며 “특이사항이 있는지 보라고 경찰을 보냈지, 봉쇄 목적으로 경찰을 보낸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당산지구대는 본보에 “별다른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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