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금 3000시간을 넘겨 일하자는 것이 아니잖나”라며 “원하는 것은 유연화지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전 원고 내용에는 없던 돌발 발언으로, 최근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른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과 관련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여당의 야유가 쏟아지자 ‘총 노동시간은 지키되 유연화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진심이 뭐냐” “52시간 철회하나” 등 야유가 쏟아지자 이 대표는 연설을 멈추고 “잠깐만 기다려달라”며 “품격을 지키자”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발언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원고에 없던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주 52시간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54주를 곱하면 연 2800시간”이라며 “OECD 평균 노동시간이 1700시간대 아닌가. 지금 3000시간 넘겨 일하자는 것 아니잖나”라고 했다.
이어 “유연화를 하더라도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그런 소리를 누가 하겠나. 삼성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나”라며 “원하는 것은 유연화지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유연화하되 노동강도가 올라가면, 즉 심야·주말·연장 노동을 하면 그에 따른 상응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하지 않나”라며 “그런 방식의 노동 착취로 어떻게 국제 경쟁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이 대표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설마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첨단산업 기업들이 노동 착취하고 노동시간을 늘려서 경쟁하겠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 노동착취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겠단 말은 그자체가 형용모순”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꼭 집어 “이해하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표는 3일 민주당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를 주재하며 “고소득 반도체 연구진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후 당 지도부도 연장 근무를 허용해달라는 기업계의 요구 수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친기업 행보를 두고 이견이 나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업의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요구는) 마음대로 노동자들을 노동시키도록 허용해달라는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은 우선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하고 여야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지도부 차원에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52시간 예외’ 조항과 관련해서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아직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사안인 만큼, 당 안팎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에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신설하자는 입장이다. 이 대표를 향해서는 “민주당 내부와 노조 등에서 반발하자 반도체 육성에 주 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하냐고 말을 바꿨고 이틀 만에 민주당은 원래 입장으로 돌아갔다”며 “핵심 사안도 잘 모른 채 당내 설득도 없이 혼자서 말로만 우클릭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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