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부정선거’ 공방…의혹 뒷받침할 증언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1일 21시 13분


선관위 사무총장 “가짜 투표지 없었다” 의혹 일축
보안 점검한 국정원측 “외부 침투 가능성 있지만
선거시스템 침입 흔적은 점검한 내에선 발견 못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헌법재판관들이 참석해 있다. 2025.2.11/뉴스1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선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로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의 실체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 측 증인으로 나온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정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선 직접적인 증언을 내놓지 않았다.

김 사무총장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재검표에서 가짜투표지가 발견된 적 있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제가 보고받기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로 하고 전자장치는 이걸 보조하는 장치로 쓰이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전자 방식의 해킹을 막는 수개표 절차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취지다.

김 사무총장은 “또 모의 해킹 환경에서는 외부에서 내부 선거망으로 접속해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더라도 실제 상황에선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증언도 내놨다. 실제 선거에선 선거인 명부를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해 선관위에 넘기는 만큼, 설사 선관위 서버가 해킹되더라도 명부와 교차 검증하면 금방 조작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김 사무총장의 증언은 대법원 판단과도 같은 내용이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낸 선거무효 소송에서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존재했다는 점에 관해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 시스템의 비밀번호가 단순하다’는 국정원 보안 점검 결과와 관련해서도 “선관위가 컨설팅 결과를 수용해서 모든 시스템 비밀번호를 안전한 방식으로 변경했고, 개선된 상황에서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고 설명했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시스템의 취약성을 일부 인정했다. “2023년 선관위 종합 시스템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에 대한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백 전 차장은 “여러 취약점이 있었다”며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인터넷과 업무망, 선거망이 연결된 접점이 있어 외부에서의 침투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 국정원 점검 결과와 관련해 “선관위 시스템에 가짜 이름과 주민번호를 입력해 ‘유령 유권자’를 등록하고, 해당 신원정보로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투표할 경우 선관위가 이를 잡아낼 수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백 전 차장은 ‘부정선거’의 직접적인 정황에 대해서는 증언을 내놓지 못했다. “해킹 가능성이 부정선거 가능성이 되려면 훨씬 더 어려운 조건들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국회 측 반대신문에 백 전 처장은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선거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관위 보안 점검에서 내부망인 선거 시스템이 침입당한 흔적을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점검한 5% 내에선 없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선거 의혹을 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언급해 왔다. 이달 4일 5차 변론기일에서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라고 한 건 김용현 장관에게 내가 말한 것”이라며 12·3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관위에 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자신이 지시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날 변론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두 사람의 증인신문 과정엔 참여하지 않았고, 오후 6시 18분경 재판정을 나와 구치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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