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상속세 개편 문제를 두고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이 대표가 상속세 완화를 제안하면서 지난해 말 상속세법 개편 불발에 대해 국민의힘을 비판하자 국민의힘이 “이 대표가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상속세 완화 카드를 조기대선을 겨냥한 ‘우클릭’으로 규정하며 “이 대표의 우클릭은 가짜클릭”이라고 역공을 폈다. 반도체특별법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에서 불거진 이 대표의 ‘우클릭’ 논란이 상속세 완화를 둘러싼 갈등으로 세 번째 라운드를 맞는 형국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2025.2.14 뉴스1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상승한 주택 가격과 변한 상황에 맞춰 상속세를 현실화하자는 주장이 나온다”며 상속세 완화 추진 방침을 밝혔다.
이어 15일 소셜미디어(SNS) 올린 ‘상속세 개편, 어떤 게 맞나요’라는 글에선 “민주당은 일괄 공제 5억 원, 배우자 공제 5억 원을 각 8억 원, 10억 원으로 증액. (이 경우) 18억 원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을 팔지 않고 상속 가능”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개편안에 대해 “최고세율 인하 고집”이라며 “소수의 수십·수백·수천억 원대 자산가만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 대표의 상속세 완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공세에 나섰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주 52시간제 예외 수용,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실제로는 현실화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며 “‘거짓말 네이티브 스피커’의 말을 믿는 국민이 누가 있겠냐”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도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의 글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송 의원은 “민주당은 이 대표 등 지도부의 지침이 없다며 상속세 논의를 계속 회피했다”며 “이 대표는 이제 와서 마치 국민의힘이 상속세 세율 조정만을 주장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조기대선 가시화에 전선 넓히는 여야, 민생은 뒷전
지난해 말 세법 개정 논의 당시 여야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공제액 증액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여당이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인하를 추진하는 거을 민주당이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면서 결국 개정안 처리는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번에도 ‘핀포인트 개정’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갈리고 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선 여전히 ‘초부자 감세’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비판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추가로 글을 올려 “18억 원까지는 집 팔지 않고 상속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 거짓말 아니니 다음 주에 바로 상속세법 개정안 처리하자”고 썼다. 다만 그러면서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과 함께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같은 날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합리적 세제개편 방안을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고 계층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을 일단 논의는 할 수 있다”면서도 “‘핀포인트 개정’보다는 이왕이면 최고세율 인하 문제 등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했다.
여야가 반도체특별법과 추경에 이어 상속세 완화를 두고도 충돌하면서 조기대선 전 민생대책 등 경제현안에 대한 합의가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20일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이 대표가 참석하는 국정협의체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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