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수준’ 관광 꿈꾸는 김정은과 달랐던 나선 상황에 부담
러 파병 정보 유입도 우려…재단장·단속 강화 후 곧 재개 전망
오는 6월 개장하는 북한의 갈마해안관광지구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5년여 만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을 재개했다가 3주 만에 돌연 중단해 배경이 주목된다.
고려투어스와 영파이오니어투어 등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5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북한측 파트너로부터 나선 관광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알렸다.
중단 이유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들도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나선 경제특구 관광은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5년여 만에 서방 단체 관광객을 받아들인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북한은 국경 봉쇄 해제 후인 지난 2023년부터 러시아에만 제한적으로 단체 관광객 입국을 승인해 오다 지난달 중순 서방 단체 관광객들에게도 나선에 한해 관광을 허용했다. 그런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돌연 관광을 중단한 것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서방 여행객들로 인해 열악한 내부 실상이 노출되는 것과 외부 정보가 유입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나선을 다녀온 서방 여행객들이 언론 인터뷰와 개인 SNS를 통해 여행 후기를 공개했는데 부정적인 평가가 잇따르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객들은 주로 가이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북한의 과도한 통제와 낡고 허름한 시설 등 열악한 실상에 대해 비판적인 소감을 남겼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원산, 삼지연 같은 관광지구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나선 같은 지방에 대해서는 몰랐던 것 같다”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서둘러 관광을 재개하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열악한 실상 관련) 얘기들이 밖으로 나오니 급하게 중단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강원도 갈마해안관광지구와 백두산 인근 삼지연관광지구 개발 등 관광 사업 육성에 공을 들여온 김정은 총비서는 최근에도 갈마지구를 두고 “황홀하고 아름다운 인민의 문화관광지로 눈부시게 변모됐다”고 자찬하며 ‘세계적 수준’의 ‘획기적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작 이번에 대외에 공개된 나선의 모습은 이와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를 피해 관광사업으로 외화벌이를 하려던 북한의 계획에도 차질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백두산 일대 삼지연 관광지구 (평양 노동신문=뉴스1) 이번 관광 중단은 또 시점상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정보 유입에 대한 경계가 있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북한이 지난 1~2월 사이 1500여명에 달하는 북한군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2차 파병한 사실과 북한군 포로 2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사실 등이 대외에 공개됐다.
북한은 아직도 러시아 파병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적이 없는데, 서방 관광객 확대는 이같은 소식을 내부에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여행 후기를 보면 관광객들이 북한군의 파병을 가이드에 질의하는 등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 입장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 귀순 의사 표명 같은 통제되지 않은 정보가 내부에 유입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다만 외국인 관광은 올해 북한의 핵심 경제사업 중 하나인 만큼 이번 관광 중단 상태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금 오는 4월 6일 열리는 제31차 평양 국제마라톤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고, 오는 6월엔 10년 가까이 준비해 온 강원도 갈마해안광광지구가 개장하는 등 주요 관광 일정이 예정된 상황이다.
이에 전면 중단보다는 나선의 시설을 보수하는 등 재단장하고 관광객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단속 방안을 마련한 뒤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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