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대통령 집무 공간의 이름이다. 대통령비서실의 힘을 상징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은 하나같이 청와대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한다. 청와대를 공원화하겠다거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한 후보도 있었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인원과 예산, 권한, 영향력이 꾸준…
대의민주주의를 ‘대표가 시민을 배신하는 대리 정치’라며 야유하는 사람을 만나면 착잡해진다. 인간 사회에 꼭 필요한 신뢰의 가치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당하게 선출된 시민의 대표들을 시민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것이기도 하다. 배신당하고 상처받을 수 있는데 왜 …
사회는 개인의 합 이상이며, 개인은 사회 속에서만 개별화될 수 있는 존재다. 사회의 좋아짐과 개인 삶의 좋아짐이 따로일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치의 역할이란 ‘사회 속의 개인 삶’을 위한 것인바, 예나 지금이나 그 핵심은 ‘공동체 전체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부과하는 통치체’로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말하는 일이 위협받는 사회는 불행하다. ‘문빠’라고 하는, 특별한 수호자 집단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우선 그들은 대통령이 정치를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라는 보통의 지지자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다.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
오늘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를 복수정당제의 허용 여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기초 요건이다. 입법부가 아닌 대통령의 포고령이나 행정명령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된다면 그 체제를 권위주…
김대중과 노무현은 일관되게 의회주의자였고 정당주의자였다. 김대중은 박정희 정권이 국민투표를 통해 3선 개헌을 하고 유신체제로 전환하려는 것에 항의해 싸웠다. 노태우 정권이 임기 중에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묻고자 한 것을 무산시킨 것도 김대중이었다. 노무현의 꿈은 지역이 아닌 가치 중심의…
좋은 일만이 아니라 나쁜 선례에서도 배워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격언이다. 지난 대통령의 사례 역시 대통령이 견지해야 할 민주적 통치 규범과 관련해 큰 교훈을 준다. 우선, 역사 해석을 바꾸려는 욕구를 절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정교과서 문제만큼 이를 …
삶의 비극은 악의만이 아니라 어리석음에서도 초래된다는 말은 옳다. 완전한 인간은 현실이 될 수 없으며, 누구든 과오와 오류의 가능성을 숙명처럼 이고 사는 게 인간이다. 우리 모두 완전히 불완전한 존재이며 인간사 또한 확실히 불확실하다는 것, 따라서 타인과 연대하고 이견으로부터도 배워야…
대통령이 국민 여론을 직접 이끌고자 하면서, 청와대가 권력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내각과 집권당은 주변으로 밀려 수동적 역할자가 되었다. 야당과 의회는 적폐 세력 비슷한 존재로 취급되었고, 여야 사이에 험한 말들도 되살아났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부정적인 형태로 …
대통령이 의회주의자 내지 정당주의자일 때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국민을 앞세우는 통치 담론이 늘 불편하다. 민주주의에서라면 대통령 역시 특정 정당의 정치지도자라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다. 한 정당의 대표로서 주권을 위임받았고 그렇기에 그 연장선에서…
민주주의란 ‘시민이 만든 법에 시민이 복종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소수의 귀족이나 군주가 정한 법에 따르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듯이, 정치체제 유형을 구분함에 있어서 ‘누가 입법자인가’ 하는 기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물론 민주주의라고 해서 모든 시민이 입법자의 역할을 하는 …
입헌군주정에서 왕이 지켜야 할 덕목을 가리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반면, 민주주의에서 정치가에게 부여된 규범을 지칭할 때는 ‘통치하되 군림하지 않는다’고 한다. 왕은 선출된 시민의 대표가 아니며, 정치가는 세습적 권위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림한다(라틴어 …
경험이 반복돼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있다. 공항에서 출입국 절차를 밟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죽음이라고 하는, 누군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도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는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것임에도, 대개의 인간은 천년만년 죽지 않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다…
많은 사람이 지금의 정당 체계가 5당제인지 4당제인지를 묻는다. 이런 다당제가 지속될 수 있는지 불안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4당제든 5당제든 다당제는 유지될 수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형태로든 양당제로 회귀하는 것이 ‘벗어날 수 없는 한국 정치의 운명’이라는 것이다. …
새 정부가 ‘정당 정부에 기초를 둔 책임정치 실현’을 약속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라 부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아울러 국가와 정부라는 용어 사용도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민주국가’보다는 ‘민주정부’가 잘 어울리듯, 민주주의는 정부라는 개념에 상응하는 정치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