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철이가 죽은 다음 날(1987년 1월 15일) 칼바람이 불었다. 종철이 시신이 안치된 서울 성동구 경찰병원 영안실에서 나왔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굳게 잠긴 병원 철문 뒤쪽에서 사람 기척이 들렸다. 철문 앞으로 다가섰다. 주변 경찰들이 모두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담배 연기…
우연일까, 필연일까. 중편소설을 완성한 내가 신춘문예에 응모할 수 있었던 유일한 신문사는 동아일보였다. 다른 신문사에는 중편소설 부문이 아예 없었다. 동아일보가 그만큼 다양한 문학 형식을 육성하고 견인하려 한 의지가 강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1995년에 중편소설 당선자는 없을 뻔…
1984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고 최인호 작가의 소설 ‘겨울나그네’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민우와 다혜라는 두 청춘 남녀의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순수한 사랑, 그 사이에 민우의 선배 현태와 민우가 기지촌에서 만난 은영이 끼어들며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그 시절 청춘 …
‘탁.’ 매일 새벽 6시면 어김없이 대문을 넘어 신문떨어지는 소리가 내 방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언 제부턴가 그 소리에 저절로 눈을 떴다. 경남 마산시(현재 창원시) 상남동에 살 때다. 선생님인 아버지는 동아일보 애독자였다. 어느 날 아버지가 “능후야, 신문은 최고의 교과서란다”라…
운이 좋았던지 양복점, 횟집, 수제맥주 전문점 등 하는 사업마다 성공했다. 사업이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랐는데 한 단계 더 도약하려니 설비투자금이 부족했다. 2015년 어느 날, 나는 늘 그렇듯 신문을 뒤적였다. 동아일보 경제면에 실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단어에 무릎을 쳤다. “그…
《 큰 모험이었다. 나와 동아일보의 인연은 서로에게 그랬다. 만화 ‘식객’은 2002년 9월 2일부터 2008년 12월 18일까지 연재했다. 약 6년 3개월. ‘꼴’은 2008년 1월 1일 시작해 2010년 3월 31일 마무리. 그 또한 2년 3개월. 겹치는 시기를 빼도 7년이 훌쩍 …
“내일 아침 동아일보∼, 내일 아침 동아일보∼.” 목이 터져라 소릴 질러대며 신문을 팔았다. 서울 교동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50년 10월쯤으로 기억된다. 동아일보사는 내가 살던 서울 종로구 인사동 97번지에서 10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있었다. 오후 서너 시 신문사 후문으로…
1974년 12월 말 겨울, 고려대 중앙도서관 열람실에 대자보를 내걸었다. 큰 전지에 매직으로 내가 직접 썼다. ‘우리의 현실을 가장 정직하고 불편부당하게 보도해오던 민족의 양심 동아일보가 대광고주들의 무더기 광고 해약으로 창간 이래 가장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하고 있으니 우리의 …
《지령(紙齡) 3만 호를 이어오는 동안 동아일보는 굴곡의 역사 속에서 숱한 이들에게 때론 가슴 벅찬 영광을, 때론 가슴 시린 추억을 남겼다. 그들에게 동아일보는 무엇일까. 2020년 창간 100년을 넘어 4만 호, 5만 호 때는 동아일보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길 기대하고 있을까. 오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