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정착에 성공한 탈북민도, 실패한 탈북민도 존재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정착’이라는 잣대로만 탈북민을 보는 시선은 부족함이 있다. 이에 주성하 기자가 21세기 한반도에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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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강원도를 떠나, 남 강원도에 뿌리내리기까지 10년이 걸렸다.강원도 원주 시내에서 금강산막국수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복 대표는 1966년 북한의 최남단인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났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승지 금강산 자락에 마을이 자리한 경치 좋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마음…
자식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선택한 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온 사례는 넘치고 넘친다. 하지만 현재 부산에 정착해 살고 있는 허정희 씨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다른 탈북민과 마찬가지로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탈북을 감행했지만, 그 자식들이 한국이 아닌 북한에서 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43세인 김상진 씨의 삶은 ‘산전수전’이나 ‘우여곡절’이란 몇 글자로 다 담기엔 많이 모자란다. 그만큼 굴곡진 삶을 살았다. 소년 밀수꾼으로 시작해 밀수꾼을 잡는 보안원(경찰)이 됐다가 아동유괴범으로 몰려 처형장에 끌려갈 위기까지 경험했다. 이를 모면하고자 목숨을 건 탈북을 선택…
“북한에서 온 탈북민인데요, 군 면제를 해제해 주시면 안 될까요? 군대에 꼭 가고 싶습니다.”고등학교 3학년 학생 김대현(가명)은 구글에서 찾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같이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건 우리 관할이 아닌데….” 그가 전화를 건 …
2018년 3월 31일. 충북 청주 충청대학교에서 ‘TFC 드림5’ 한일전이 열렸다. TFC는 당시 로드FC를 추격하는 위치에 있던 종합격투기 단체였다. 이날 경기는 소속 선수 5명과 일본 선수 5명이 대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장정혁 선수와 홋카이도 PFC의 니시카와 …
2012년 8월 어느 날 오후 1시경. 북한군 2군단 소속 민경부대 병사 정하늘은 해발 700m 높이 산에 위치한 잠복초소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수십m를 내려와 쪼그리고 앉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함께 낮 근무를 나온 2년 선임은 그에게 경계를 맡기고 숲에 들어…
2003년 7월 31일. 태국 방콕 주재 일본대사관에 아이 두 명을 포함한 탈북민 10명이 진입했다. 탈북민이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현지 외국 대사관에 진입한 최초의 사건이었다.이들은 일본에 망명 요청을 했지만, 일본 정부가 불허하면서 8월 23일 한국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 내린 이…
임윤미 씨의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봤던 히로시마 원폭의 버섯구름을 생생히 기억했다. 어머니 형제는 10명이었는데, 히로시마에서 제재소 운영을 하던 할아버지가 폭격에 대비한다며 가족을 시골로 피난시킨 덕에 모두 무사했다. 그러나 히로시마 시내에 머물고 있던 맏오빠 부인은 시신도 찾지 못…
북한 북부 함경북도 무산군에는 아시아 최대의 자철광 노천광산으로 알려진 ‘무산광산’이 있다. 신분세습이 유지되는 북한에선 광산 마을에서 태어나는 순간 남자 아이들의 운명은 90%쯤 비슷하게 흘러간다. 중학교를 졸업해 군에 입대해 청춘을 바치고, 다시 광산에 돌아와 광부가 되는 것. 여…
2004년 8월 백두산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던 탈북청년 강원철에게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한국 국적을 따면 중국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은, 그가 중국에 숨어 지낼 때부터 가졌던 오랜 꿈이었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여권을 만들었고, 대학 입학을 기념해 중국에서 함께 지냈던 탈북 친구와 함…
2018년 11월,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정유나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유나, 너를 보좌관으로 영입하고 싶다.”앞서 로저스 회장은 정 씨에게 몇 차례 메일을 보냈다. 정 씨는 장난 메일인줄 알고 무시하다가 마지막 메일에 “만약 회장님이 맞다면 전…
2000년 10월 평양과 남포 사이 42㎞ 구간에 왕복 10차선의 청년영웅도로가 건설됐다. 북한은 이 도로를 ‘위대한 장군님 시대의 청춘 서사시’라고 찬양했다. 북한은 약 2년 동안 1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동원돼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인력만으로 완공한 고속도로’라며 격찬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처음 태풍을 맞는 곳이다. 제주 사람들에게 이곳에서도 가장 바람이 센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남서쪽 송악산과 산방산 아래에 위치한 대정과 안덕면을 꼽는다.몇 년에 한 번 큰 태풍이 오면 숱한 나무들이 꺾여 쓰러지는 이곳 산방산 아래에 한 탈북 여성이…
“남조선은 월급을 잘 줍니까?”치료하던 환자의 딸이 자신에게 탈북을 권했을 때 김성희 씨가 했던 첫 질문이었다.환자 가족과 함께 두만강을 넘어 석 달 뒤 한국에 도착한 뒤에도 김 씨는 한국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인천공항에서 조사기관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김 씨는 생각했다.…
허수현은 한반도 최북단 탄광마을이 낳은 수재였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전 북한 전체에서 700명에게만 수여하는 ‘7.15 최우등상’을 수상했다. 7.15최우등상은 김정일이 평양 남산고급중학교를 졸업한 날인 1960년 7월 15일을 기념해 1987년에 만들어진 상이다. 지금은 이 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