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은 투병의 마지막 정거장이다. 병이 깊어 더는 손쓸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이 정거장에서 마지막 환생의 기회를 기다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만3182명(2020년 말 기준)의 환자들이 이 정거장에 서 있다.이들이 기다리는 ‘환생’이라는 버스는 오직 장기 기증인만이 몰 수…
장기 이식은 투병의 마지막 정거장이다. 병이 깊어 더는 손쓸 방법이 없을 때, 우리는 이 정거장에서 마지막 환생의 기회를 기다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4만3182명(2020년 말 기준)의 환자들이 이 정거장에 서 있다.이들이 기다리는 ‘환생’이라는 버스는 오직 장기 기증인만이 몰 수…
“기사를 보고 한참을 울었어요. 현우와 민준이.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마음이 놓이는지….”지난해 4월 갑작스런 뇌출혈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로 간 홍준이. 홍준이와 수혜아동들의 이야기를 담은 ‘환생(還生) 두 번째 이야기-다시 만난 너’가 보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인가’ 하는. 뉴스에서 연일 건조하게 흘러나오는 착잡한 사연들. 언젠가부터 사랑, 나눔, 희망 따위 단어는 우리에게 공익광고 속 말들이 돼버렸는지 모른다.하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신이 가…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이 세상은 정말 살 만한 세상인가’ 하는. 뉴스에서 연일 건조하게 흘러나오는 착잡한 사연들. 언젠가부터 사랑, 나눔, 희망 따위 단어는 우리에게 공익광고 속 말들이 돼버렸는지 모른다.하지만 내 손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절박한 순간에 자신이 가…
‘손현승, M(남성), 39y(39세).’ 침대에 누운 이 앞에 걸린 카드 속 이름이 낯설었다. “혈압이 안 잡혀요!” 의료진의 날카로운 외침. 내 동생 현승이가 맞나. “지금 두개골 하부가 골절돼 지혈이 안 돼요. 혈관이 완전히 망가져서 출혈 지점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예요. 뇌부…
《‘환생’은 동아일보가 지난해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시킨 히어로콘텐츠팀 2기의 결과물이다. 동아일보가 한 세기 동안 축적한 역량을 집약해 만드는 히어로콘텐츠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협업을 통해 이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시간에 걸친 깊이 있는 취재, 참신한 그래픽, 동영상…
《‘취맥(취재 후 맥주 한잔)’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기사를 취재한 기자와 함께 취재 관련 뒷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이번 화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증발’ 시리즈를 취재한 이호재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증발자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증발 사라진 사람들’ 시리즈가 4회에 걸쳐 나가는 동안 누군가는 “내 얘기 같다” “우리 가족이 숨겨온 아픔과 비슷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나도 증발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독자들의 인생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하고 싶은 말은 같았다. “증발자들에게 손…
윤모 씨(60·여)와 박모 씨(69)는 하루에 몇 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심지어 얕은 잠을 자면서도 생각한다. 살아있을까? 왜 사라졌을까? 그때 붙잡았어야 하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증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완벽하게 증발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작정하고 증발해버린 사람을 찾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증발자를 애타게 찾는 지인들을 위해 누군가 추적에 나서기도 한다. 증발자를 둘러싼 조력자와 추적자, 은밀하게 꿈틀대는 ‘증…
서울 한복판에 ‘증발자들의 공간’이 있다. 잘나가던 세무사, 돈을 쓸어 담던 회사 대표, 평생 ‘성실의 교과서’처럼 살아온 근로자 등이 이곳에 산다. 이들은 노동력 착취, 사업 실패, 병마(病魔) 등을 견디다 못해 세상에서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삭제해버렸다. 이들은 가족, 친구로부터 ‘…
동아일보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히어로콘텐츠팀을 출범시켰습니다. 동아미디어그룹 저널리즘의 가치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이 협업하는 조직입니다. 히어로콘텐츠는 깊이 있는 취재와 참신한 그래픽, 동영상, 디지털 등을 결합해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복합 콘텐츠를 뜻합니다. …
‘웬 노인이 날 보고 웃나’ 싶었다. 푸석하고 허연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누가 아무렇게나 가위를 놀렸는지 쥐가 파먹은 듯 듬성듬성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르신이었다. 그가 희미하게 웃는 순간, 불현듯 동생임을 깨달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검은 틈들이 보였다. 남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