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거주 불명자’에 대한 첫 사실조사에 나선다고 24일 발표했다. 거주 불명자는 행정상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를 뜻한다. 이번 조사의 대상이 되는 거주 불명자는 5년 이상 거주지를 등록하지 않은 29만 명이다. 오랫동안 거주지가 불명확한 이들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
《‘취맥(취재 후 맥주 한잔)’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기사를 취재한 기자와 함께 취재 관련 뒷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이번 화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의 ‘증발’ 시리즈를 취재한 이호재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증발자들의 일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 ‘증발 사라진 사람들’ 시리즈가 4회에 걸쳐 나가는 동안 누군가는 “내 얘기 같다” “우리 가족이 숨겨온 아픔과 비슷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나도 증발하고 싶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독자들의 인생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하고 싶은 말은 같았다. “증발자들에게 손…
윤모 씨(60·여)와 박모 씨(69)는 하루에 몇 번씩 스스로에게 묻는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심지어 얕은 잠을 자면서도 생각한다. 살아있을까? 왜 사라졌을까? 그때 붙잡았어야 하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증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완벽하게 증발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작정하고 증발해버린 사람을 찾는 일 역시 만만치 않다. 증발자를 애타게 찾는 지인들을 위해 누군가 추적에 나서기도 한다. 증발자를 둘러싼 조력자와 추적자, 은밀하게 꿈틀대는 ‘증…
서울 한복판에 ‘증발자들의 공간’이 있다. 잘나가던 세무사, 돈을 쓸어 담던 회사 대표, 평생 ‘성실의 교과서’처럼 살아온 근로자 등이 이곳에 산다. 이들은 노동력 착취, 사업 실패, 병마(病魔) 등을 견디다 못해 세상에서 스스로를 단절시키고 삭제해버렸다. 이들은 가족, 친구로부터 ‘…
‘웬 노인이 날 보고 웃나’ 싶었다. 푸석하고 허연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었다. 누가 아무렇게나 가위를 놀렸는지 쥐가 파먹은 듯 듬성듬성했다. 생전 처음 보는 어르신이었다. 그가 희미하게 웃는 순간, 불현듯 동생임을 깨달았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검은 틈들이 보였다. 남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