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시장의 밤은 치열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확보하느라 상인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나면 어느덧 오전 5시. 집에서 몇 시간 쪽잠을 청한 뒤 다시 인천의 구두 매장으로 향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매장에서 일했다. 손님을 받고 재고 관리도 하며 ‘1인 …
“한국은 어떤 곳이야?” 토고와 브라질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온고푸드’의 최지아 대표(45)는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고국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최 대표는 난감했다. 한복이나 한옥 사진을 보여주며 한국 문화를 설명했지만 스스로도 잘 와닿지 않았다. 질문에 대한…
《 ‘저게 캠핑인가, 그냥 집을 옮겨다 놓은 거지….’ 2009년 가을 호주 유학 중 한국에 들어왔다가 국내 한 캠핑장을 찾은 김태경 씨(31·홀라인 대표)는 500동의 텐트가 꽉 들어찬 캠프 사이트를 보며 생각했다. 텐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의자 탁자 등 모든 용품이 너무 덩치가 커 …
“이거 어디서 샀어? 나도 하나 구해줘.” 2001년 4월 28세이던 루이독 백별아 대표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이 창가에 놓여 있는 ‘강아지 소파’를 보고 외쳤다. “이거? 우리 위니(강아지 이름)가 창밖을 내다보는 걸 좋아해서 편하게 보라고 생일 선물로 내가 만들어 준거야.”…
2006년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난생처음 뉴욕을 찾은 한국인 청년이 거리 한가운데서 우뚝 걸음을 멈췄다. 군 복무 중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자원했던 청년이 뉴욕에 간 것은 파병 당시 친하게 지냈던 미군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여행길에서 청년은 우연히 타임스스퀘어 인근에 …
《17일 충남 아산시 송악면의 한 마을에 국적과 연령이 제각각인 외국인 30명이 ‘몸뻬’ 바지에 밀짚모자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논두렁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즐거워하더니 밭에서 자갈을 골라내고 고추밭에 비닐을 씌우기 시작했다. 이미 수확한 고추의 꼭지도 번개 같은 속도로 땄다. 농…
“퇴근 안 해요? 아가씨 때문에 빌딩 불도 못 끄고 이게 뭡니까?” 가느다란 실만 보고도 어떤 모양의 니트를 만들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혼자 남아 야근하면 ‘빨리 퇴근하라’고 짜증내는 경비실 아저씨와 싸우고, 택시비로 월급의 반을 날려도 옷을 만드는 게 좋았다. 서른 살 무…
“새파랗게 젊은 여성이 웬 남성 화장품 사업을…. 아마 잘 안될 걸요.” 새로운 남성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나선 아트&디자인인터내셔널(ADI) 추혜인 대표(30)에 대한 화장품업계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살이었다.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직장생활 12년차이던 2002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힘들었지만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 12년은 어떨까. 혹시 내 앞에 앉아있는 상사가 나의 미래? 갑자기 눈앞이 캄캄했다. ‘내 …
패션 디자이너 김홍범 씨(35)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크레스에딤’의 스튜디오는 서울 중구 신당동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있다. 지난달 15일 어렵사리 찾은 사무실에는 나란히 내걸린 ‘신상(신제품)’들과 90%까지 할인 판매하는 철 지난 샘플들이 한 공간에 공존했다. 중견 디자이너들의 작…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수제 초콜릿 가게 ‘삐아프’에 들어서자 몇 가지 ‘없는 것들’이 눈에 띄었다. 첫째는 초콜릿 진열대의 뚜껑이었다. 쇼콜라티에(초콜릿 장인) 고은수 씨(34)는 “보관하기가 쉽진 않지만 고객들이 초콜릿의 색과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시도해 본 것…
“가죽에 대해서라면 뭐든지 다 알고 싶어요. 뭘 해야 하죠? 외국엔 가죽학교가 있나요?” 1998년 경기 동두천시의 한 가죽공장에 20대의 여성 디자이너가 찾아왔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왔다는 그의 눈빛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적인 고급 가방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서라…
#이동건 “동건이가 그놈의 사업 좀 그만두면 좋겠어.” 아들은 아버지의 자랑이자 마을의 자랑이었다. 강원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 이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서울 명문대에 합격했다. 그런데 지금은 골치를 썩인다. 열 번째 학기를 등록했는데, 이번 학기에도 졸업을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
《 “아름답다. 하지만 먹기 위한 음식은 아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플로라’의 오너 셰프인 조우현 대표(50)가 2004년 싱가포르 국제요리대회에 출전했을 때 들었던 심사평이다. 국내 요리대회는 출전하기만 하면 최우수상을 받다시피 했던 그였다.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도전하고 또 도전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다.” 지난해 최고 실적을 낸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이 새해 업무를 시작하면서 밝힌 경영 화두다. 이 회장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총수가 신년사에 밝힌 핵심 키워드는 ‘도전’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려운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