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회사에 다니면서 연봉도 많이 받았으니 나머지 인생은 좀 더 보람 있게 살고 싶었습니다.” 반도체 계측장비 제작회사인 오로스테크놀로지의 최종립 사장(54)은 2009년 회사를 세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6일 경기 화성시 석우동 이 회사 본사 회의실에서 창립 당시를 돌아보는 …
가장 ‘핫(hot)한’ 스타들이 광고모델로 총출동하는 아웃도어 업계에서 트렉스타(TrekSta)는 유별난 기업으로 통한다. 아웃도어 신발업체인 트렉스타는 스타 마케팅은 물론이고 광고모델을 써 본 적이 없다. 대신 제품만 부각시키는 광고를 하거나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써 보게 하는 체…
1987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업용 다이아몬드 제조 기술을 공동 개발한 일진그룹은 같은 해 전문 생산업체인 일진다이아몬드를 세웠다. 이후 생산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일진다이아몬드는 1990년 자체 생산한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겨울의 컴컴한 지하실. 조홍래 바이널 사장이 스위치를 올리자 벽에 맞붙은 시커먼 기계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왔다. 기계는 쇼윈도였다. 그 속에 든 고급스러운 하얀색 악어가죽 핸드백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조 사장이 다가가 유리창에 손을 댔다. 투명한 …
1985년, 당시 29세의 한 청년은 닥치는 대로 한의사들을 만나 “현재 쓰시는 침(鍼)이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라고 물었다. ‘침 영업을 하는 친구인가’라며 경계하는 한의사들에게 그는 “시장조사 차원”이라며 끈덕지게 매달렸다. 그렇게 만난 한의사와 한의대 교수들이 줄잡아 100명…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여파로 대기업들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였다. 여러 해 붙들고 있던 연구과제들도 속속 접었다. 엔지니어들은 하루아침에 할 일을 잃었고, 실력 좀 있다는 사람들은 벤처기업으로 몰려갔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슈프리마 본사에서 만난 이재원 사장…
1997년 3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업무빌딩 13층 세원회계사무소 대표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회계사무소 대표는 맞은편 창으로 보이는 서울교육대 캠퍼스를 적시는 비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회계업무는 1년 단위로 반복되는 일이 대부분이…
1963년 2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서울역 역사(驛舍)는 그때도 이미 낡은 건물이었다. 그 낡은 건물에서 꾀죄죄한 몰골의 13세 소년이 두리번거리며 걸어 나온다. 완행열차에 14시간이나 몸을 맡겼던 터라 움직임이 뻣뻣하다. 아니, 뻣뻣한 자세는 몸 때문만은 아니다. 처음 보는 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