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 아침, 위대성 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냉기연구소장(49·당시 대우전자 냉장고연구소 김치냉장고 팀장)은 넥타이 대신 붉은 띠를 머리에 맸다. ‘빅딜 반대.’ 붉은 띠에 적힌 문구였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 때도 안 해 본 데모…
2009년 어느 봄날.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빙교수가 총장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정교수도 아닌 자신의 제안을 검토나 해줄까.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그보다 일곱 살 위의 노(老)총장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즉석에서 문화과학대 학장을 …
‘튤립과 톱니바퀴.’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처럼 들리지만 삼성에버랜드 ‘튤립축제’에 대해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1992년 시작된 이 튤립축제는 국내 최대의 꽃 관련 행사 중 하나다. 매년 3, 4월 120만 송이의 튤립을 선보인다. 이 행사가 20년 넘게 성공을 거…
“인도네시아에 새로 짓는 발전소로 부임하셨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2007년 11월 최병남 보령화력발전소 본부장은 한국중부발전 본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화력발전소 운영회사의 법인장을 맡아 달라는 제의였다. 정년을 1년가량 앞두고 있던 때였다. 최 전 법인장(6…
《 올해 열여덟 살인 유채린 이단비 박수진 양은 고3 학생이면서 증권사의 어엿한 정규직원이다. 지난해 여름방학이 끝난 직후 한화투자증권의 사원이 됐다. 회사 측은 “특성화고 인력의 자질이 갈수록 우수해지고 있다”며 졸업반도 아닌 2학년생 40명을 미리 채용했다. 아이들은 기회를 잡기 …
“공항 검색대에서 마약 밀매상으로 오해받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요.” 동서식품 수출팀의 하인호 부장(51)은 1994년부터 우유 대신 넣는 커피크리머(creamer)인 ‘프리마(Prima)’를 들고 세계를 누볐다. 백색가루인 프리마 시제품을 들고 가다 공항에서 ‘적발’돼 곤…
부산의 한 건설회사에 다니던 박재형 씨(37)는 3년 전 희귀병에 걸려 대퇴부를 깎아내는 고통을 겪었다. 직장도 잃었다. 군 제대 이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신동지 씨(32),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김영욱 씨(23) 역시 비슷한 처지였다. 이들 중증 장애인에게 맘 편히 일할 …
“신 대리는 현재 시각 선박 운항스케줄을 모조리 파악해 보고하세요. 김 과장은 주변에 대기 중인 유조선들이 당장 선적할 수 있도록 조치하세요.” 지난달 9일 SK에너지 원유사업부 원유시스템트레이딩팀이 이른 아침부터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선적을 기다리던 초…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번 오면 다 내 단골이 되지. 많이 가르쳐 달라고. 지금도 프랑스 유학생 한 명이 옆방에 와 있어. 나? 나도 젊었을 때에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 많이 꿨었는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마대천 부장(51)은 13일 여기까지 말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19세부…
한국석유공사 목진호 과장(56)은 설을 닷새 앞둔 5일 가족과 작별하고 서둘러 짐을 챙겼다. 목 과장은 1987년부터 국내 유일 원유 시추선 두성호의 선장으로 일해왔다. 명절마다 자손의 절도 못 받아보는 조상님께는 죄송하지만 꿈같은 휴가를 마치고 다시 두성호가 원유를 끌어올리고 있는 …
“안녕, 안녕∼.”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인 코포리두아 시. 28일(현지 시간) 이곳에 건립된 ‘현대·KOICA 드림센터’에 들어서자마자 포스티나 씨(19)가 친근하게 다가와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국제협력단(K…
“봉제업이 사양산업이라고요? 30년째 적자가 없었어요. 새해에는 한국 회사들이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고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겁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무실에서 만난 한세실업 창업주 김동녕 회장의 얼굴은 밝았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한세실업은 창업 3…
《 캠퍼스의 낭만 대신 꿈을 향해 달린 10대 고등학생들이 있다. 인문계고에 가라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치고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최선을 다한 끝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조원이 된 남학생들, ‘스펙’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창의성 하나로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예비 광고인’이 된 여고…
“냉장고 실험을 깜박했네. 미안.” 20여 년 전 어느 날 아침 금성사(현 LG전자)에서 냉장고 개발 업무를 맡고 있던 윤경석 사원은 크게 당황했다. 선참이 전날 해놓기로 했던 신제품 냉장고 실험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급한 마음에 홀로 실험실에서 밤새 냉장고 성능 실험을 해냈다. 다…
“‘삼성에서 18년 일했다’는 얘기로 다 통할 줄 알았다. 이력서만 내면 면접 일정이 잡힐 줄 알았다. 하지만 10곳에 이력서를 내면 9곳에서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한 곳도 면접장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채용하기 힘들다는 설명만 듣고 나와야 했다.” 지난해 12월 1일자로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