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전체가 망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2010년 말 서울 모처. SK그룹 최고 경영진과 이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덩치가 너무 큰 회사다. 심지어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분야”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이사진에게 반도체 제조사 하이닉스(현 S…
#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주무 부처는 경제기획원(EPB)이었지만 초반 설계 작업은 건설부가 맡았다. 당시 박정희 군사혁명위원회 부의장이 ‘나라를 적극 건설하자’는 취지의 부처를 임시로 만들어 초기 계획을 짜도록 한 것. ‘한강의 기적’ 이면에는 경제의 틀 자체를 바…
“빨래는 시간의 낭비입니다. 빨래는 금성 백조 세탁기에 맡기시고, 여유 있는 현대가정을 가꿔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1970년 7월 30일 신제품 출시를 앞둔 금성사(현 LG전자)의 ‘백조 세탁기’ 신문광고 문구. 금성은 1969년 국내 최초로 국산 세탁기 백조(WP-181)를 …
“세상도 변해서 요즘은 시골길을 터덜대며 달리는 마차에 사람이 가득 타는 미풍(美風)을 볼 기회가 드물어졌다. 그 대신 차차 머리를 들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마이-카’다. 자가용족이라고 하는 새로운 계층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동아일보 1977년 10월 6일자 ‘횡설수설’에서)…
“일본보다 먼저 개발하라.” 1990년 4월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장(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에게 특명이 떨어졌다.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은 당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주름잡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한 번도 일본을 앞선 적이 없었다. 권 부장이 개발팀을 막 꾸리기…
“반도체 산업에 대해 신앙에 가까운 집념을 갖고 계시는데 계기가 뭔가요?” 1985년 11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의 대담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이렇게 질문하자 이 회장이 답했다. “내가 일본에서 만난 이나바 히데조 박사가 ‘앞으로 산업은 반도체가 좌우한다. 경박단소한 것을 만들…
1919년 10월 5일 서울 종로구의 요릿집 태화관. 약 7개월 전 3·1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독립선언문이 낭독된 이곳에서 또 다른 역사가 일어났다. 한국 최초 근대적 형태의 주식회사 ‘경성방직’(현 경방)의 창립총회였다. 경성방직은 ‘한국 기업 100년사’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를 …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래 청진에 가자. 어디 가서 어떤 노동을 해도 지금보다야 못하겠는가.”(정주영 동아일보 에세이 ‘나의 기업 나의 인생’ 중) 1931년 강원 통천군 시골마을의 배고픈 열여섯 살 소년은 구장집이 받아보는 동아일보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자 가슴이 뛰었다. 소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