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혁신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보고 기업 생태계를 망치는 ‘킬러 규제’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경제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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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의 90%는 정부가 시행령을, 나머지 10%는 국회가 법을 고치면 없앨 수 있습니다. 규제개혁에서 진짜 중요한 건 ‘뒷심’입니다.”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만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열린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안 …
지난달 25일 찾은 경기 남양주시의 한 폐지 전문 재활용업체. 직원 20명 규모로 폐지를 수거하고 압축해서 재생용지나 화장지 등을 만든다. 폐지를 수거할 때 약 10m 길이의 ‘기계팔’을 매단 5t짜리 집게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1종 보통 운전면허만 있으면 별도 자격증 없이도 혼자…
경남에 있는 전기전자부품 제조업체. 주 52시간제 도입 후 인력이 부족해 매년 7억 원을 들여 자동화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손이 달려서 여전히 납품기한(납기) 맞추기에 허덕이고 있다. 에어컨 등 냉방기기 부품은 2∼7월에 수요가 몰리는데 주 52시간제로 직원들의 초과 근무…
광주의 매출 약 40억 원 규모의 방역장비 제조업체. 친환경 해충퇴치기 등 여름용 제품이 주력 상품이다. 계절을 타기 때문에 제때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전기안전인증이다. 관련 시험기관이 3곳밖에 없는 데다 한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인증에 1년 가까이 …
경기에 있는 형광염료 제조사 A사는 최근 생산 의뢰를 받고 신물질 3가지를 개발했지만, 결국 생산을 포기했다. 여기엔 약 2년간 5억 원을 들여 연구개발한 자외선 안정제도 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신규 화학물질을 만들면 개별 원료를 일일이 등록해야 하…
국내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 A사는 도어록 관련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기술을 확보했지만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도어록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기존 알칼리 건전지를 탑재한 제품만 안전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구글, 중국 샤오미 등 해외 경쟁사…
“한국에만 존재하는 킬러 규제들의 이면에는 ‘기득권 카르텔’이 숨어 있습니다.” 스타트업 임원 B 씨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법이 유일한 문제라면 결국 법만 바꾸면 된다”면서 “그런데 법이 바뀌어도 이미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경쟁 업체나 단체들의 힘과 장벽이…
부산에 있는 한 완구업체는 KC 인증을 받기 위해 매년 2000만∼3000만 원의 인증 비용을 낸다. 직원 10명 남짓한 규모의 기업에는 큰 부담이다. 완구는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이나 형태가 다양한 데다 유행 주기가 짧아 새로운 제품을 계속 내놓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색상 하나만 …
경남 지역 산업단지 A풍력발전 부품 제작 업체는 무게가 30∼40t에 이르는 제품을 제작한 뒤 7∼8km 떨어진 창고로 옮겨 포장을 하고 다시 항구로 옮겨 수출하고 있다. 산단 내에 창고를 설치하면 굳이 외부 창고로 옮기는 시간과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수년째 이런 작업을 이…
대전의 A스타트업은 2016년 시작한 ‘암 수술용 초소형 현미경’ 사업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해당 제품은 환자 수술 도중 떼어낸 조직의 암 여부를 현장에서 빠르게 진단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내에서 처음 개발된 제품으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2021년 중소벤처기업…
서울 강남구에서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B사. 인력의 질이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병역특례로 들어오는 개발자 한 명 한 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마땅한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병역특례로 채용하려면 ‘기업부설연구소’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스타트업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