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국경일인 줄 알았다. 어딜 가든지 빨강, 하양, 검정 등 3색의 이집트 국기가 나부꼈다. 국기를 한 묶음씩 손에 쥔 상인들은 종횡무진 도로를 활보하며 운전 중인 시민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했다. 이집트에서 사귄 친구 아흐메드 쇼키에게 “도대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일본 언론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한국 시간 5일 오후 8시 5분경 발표됐는데, NHK 9시 메인뉴스는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石黑一雄)의 수상 소식을 15분에 걸쳐 상세히 전했다. 그의 고향 나가사키(長崎)의 환호, 도쿄(東京) 서점 분위기, 작가의…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 국제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알 만 한 외교관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악의 거래’라며 폐기를 운운하는 ‘이란 핵 합의…
요즘 세계에서 한반도 다음으로 혼란스러운 지역을 꼽는다면 이라크일 것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 등 전략도발을 이어가지 않았더라면 세계의 시선은 이라크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큰 이유는 주권 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의 민족…
미용사 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한 미용실. 동네 아주머니들의 사랑방인 이곳에 겁 없는 이방인이 찾아왔다. 쭈뼛거리며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선 젊은 아빠는 모기만 한 목소리로 “커트해 주세요”라고 했다. 이때 사랑방 리더 아주머니의 포효하는 듯한 외침. “여기 오늘 물 좋네.” 여성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켜온 나라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이슬람 수니파 사상을 추종해 극단주의자를 양성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여성에게 운전도 허용하지 않는 구시대적인 사회 분위기와 언론 자유와 문화 활동에 대한 억압도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이란 위상에 어울리…
러시아 극동 연해주 남단 하산에서는 두만강 건너 북한 나선과 연결되는 작은 철제 다리가 보인다. 한나절을 지켜보고 있어도 기차나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어렵다. 중국 단둥에서 화물 차량이 줄지어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북 교역액은 58억2643만 …
전두환 정권 초기 부림사건을 그린 영화 ‘변호인’을 본 뒤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국밥집 아들 진우 역을 맡은 임시완이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지독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이다. 깍지 낀 손을 무릎 아래로 집어넣고 그 사이에 막대기를 넣어 거꾸로 매달아 몽둥이로 때리는 ‘…
별들의 은하수 할리우드가 시끄럽다. 소행성들이 우주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CBS방송의 인기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0)’에 출연했던 그레이스 박과 대니얼 대 김이 시즌8을 앞두고 하차했다. 두 사람은 시즌 1∼7에 모두 출연했고 극의…
2001년 ‘9·11테러’의 기획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이며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반군 조직 탈레반의 거점으로 악명을 떨쳐온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 미국은 16년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9·11테러 직후 미국이 주도한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 역사상 가…
레바논 형법 522조. “만약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유효한 결혼 계약이 성립되면 기소가 중지된다. 이미 판결이 났을 경우에는 처벌의 집행이 정지된다.” 자신을 강간한 범죄자와 결혼하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실제 중동의 많은 국가에선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방…
“가끔 우리가 서로에게 한 행동(내전 중 벌어진 살인, 성폭행, 약탈 등)을 신이 과연 용서해 주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시 주변을 돌아보고 깨닫죠. 신은 이미 이곳(아프리카)을 아주 오래전에 떠났다는 것을….” 2007년 개봉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명대사다. 짐…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유’ ‘정의’ ‘정직’과 같은 정치인의 ‘착한 단어’를 자주 쓰진 않는다. 그가 좋아하는 말은 따로 있다. “우리 상품에 100% 관세를 붙이는 국가들이 있다. 우리는 그 나라 물건들이 들어올 때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걸…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브로드웨이와 50가 사이의 시티즌M 호텔. 입구에 들어선 젊은 커플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로비처럼 컴퓨터와 소파, 카페, 책장 등으로 꾸며진 로비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2008년 네덜란드에서 창업해 뉴욕까지 진출한 이 호텔은 정보기술(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