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선족 기업인 L 씨는 김일성대 박사 출신의 북한통이다. 10여 년간 북한을 꾸준히 드나들었고 지난해에만 7차례 평양을 다녀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한 11월 말에도 평양에 있었다. 지난달 학술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은 그에게서 평양의 최근 상황에 대한…
A 씨는 북한군 부소대장으로 휴전선을 지키던 1970년대 말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다. 정부가 주선해준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학사·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대 초 국가정보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채용돼 안정된 직업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성실하게 일하면서 공부…
L 씨(25)는 5년 전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고 병원에 취업했다. 신참에게 주어진 온갖 허드렛일을 ‘몸으로 때운다’는 각오로 해냈지만 몸으로 못 때울 첫 관문이 있었다. 채혈이었다. 자격증을 따기 전 딱 한 번 실습한 게 전부였다. 병원에선 웬만큼 숙달될 때까지는 환자 채혈을 허락하…
초임계.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에 핵연료를 장전한 후 첫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발전용 에너지를 생성하는 시점이다. 1977년 6월 19일 오후 5시 40분, 한국 최초 원전 고리 1호기가 초임계에 도달했다. 당시 고리원전건설사무소 부소장이던 이종훈 전 한국전력 사장(82)은 그 순간을 지…
‘남한산성’ ‘킹스맨’ 등 추석 연휴를 겨냥한 대작들 사이에서 고군분투 중인 문창용 감독의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울림이 오래가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청소년 성장 영화) 부문 그랑프리 수상작인데, 이 영화제에서 김민희가 연인 홍상수 감독의 작품…
약속 시간보다 좀 늦게 나타난 C 씨의 손에 큼직한 약 봉투가 들려 있었다. 근처 정형외과에 들렀다 왔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서울의 한 구청에서 거리환경 정비를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얼마 전 노점상 단속 과정에서 폭행을 당해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요즘은 웬만해선 단속할 엄두를 …
B 씨(54)는 탄탄한 중산층으로 보였다. 2년 전 26년간 다닌 직장을 나와야 했지만 노후를 꼼꼼하게 준비했다. 그의 서울 목동 89m²(27평) 아파트 시세는 8억 원대다. 퇴사 직후엔 10억 원을 들여 임대용 원룸 건물을 매입했다. 대출이자를 뺀 임대수입은 월 200만 원 남짓.…
“양파 수확 철이라 무척 바빴다. 일손 모자랄 땐 나도 거들고. 같은 명함을 세 통째 써본 건 전역 20년 만에 처음이다.” 예비역 육군소령 이종갑 씨는 요즘 경남 창녕의 인력사무소에서 일한다. 구직자들에게 농촌 일자리를 연결해준다. 농번기엔 자신도 밭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
미슐랭가이드 별 3개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가도 아깝지 않은 식당’에 주어지는 최고 등급이다. 내게 권한이 있다면 속초라는 도시 전체에 별 3개를 주고 싶다. 그림 같은 동해 풍광은 논외로 하고 오로지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나도 후회 없을 곳이라서다. 맛도 좋지만 식재료와 레시…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을 만나 수십 년 인생 노정을 압축해서 들을 수 있다는 건 기자라는 직업의 큰 특혜다. 그 천금 같은 무게의 육성은 기자 개인에게도 눈이 번쩍 뜨이는 삶의 지표가 되곤 한다. 내겐 권투인 유제두가 그런 사람이다. 그를 만난 건 2000년이다. 그는 열…
지난 대통령 선거 직전, 해외 주재 현직 외교관과 몇 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는 대선 후보들의 공허한 감정싸움에 답답해하면서, 경쟁 속에서도 정파를 초월해 통합과 통일을 추구한 독일 정치인들의 행적을 예시했다. 화려한 개인기보다 우직한 팀워크와 정교한 패스로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순간 ‘죽다 살아난’ 것처럼 안도했을 사람들이 있다. 65명의 사형수들이다.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는 “사형집행을 안 하니 연쇄살인이 계속 일어난다”고 했다. 중도 사퇴한 남재준, 자유한국당 경선에 나선 김진태 등 보수 후보들도 사형집행 재개를 주장했다…
최근 한 진보성향 매체는 언론인 A 씨가 법조 출입기자 시절부터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과 ‘사적인 친분’을 맺었고 우 전 수석을 ‘띄워주는 기사’도 실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 중 ‘강직한 성격과 저돌적인 수사력을 높이 평가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은…우 수석을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으…
20여 년 전 어느 모임에서 선배에게 들었던 얘기다. ‘근세기 아시아 3대 불가사의는 뭐냐’는 난센스 퀴즈였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첫째, 황금 사랑으로 유명한 중국인이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채택한 일이다. 둘째,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이 민주주의 정치 …
관(官)이 주도하는 보복은 웬만큼 예상했다. 롯데마트 문을 닫고 한국 여행을 막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소비재와 문화상품 탄압은 소비자의 호기심과 금단현상을 키울 뿐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향 시안(西安)에 어마어마한 반도체공장을 세운 삼성전자, 베이징 시가 대주주인 중국 기업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