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빈틈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채우며 다시 일어선 ‘다른 몸의 직업인’ 5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부서진 몸으로 다시 일어선 이들은 말합니다.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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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특별기획 [장애, 테크로 채우다] 시리즈가 7월 29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기획의 에필로그는 각 회별 주인공들이 직접 말하는 ‘나의 삶, 나의 일상’입니다. 삶은 이렇게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펼쳐집니다. 지면 제약으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손끝으…
“어르신, 잠시 변기에 앉아 봐주시겠어요? 팔걸이 높이는 어느 정도면 편하시겠어요?”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김쌍례 할머니(75)의 집 화장실에서 손잡이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바닥에 펼쳐진 공구들 사이를 다니며 작업 중인 세 청…
4월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23 베리어 프리’ 박람회장. 미야자키현에서 여동생을 태우고 10시간을 운전해 이곳까지 온 모리시타 야스나리 씨(65)가 자동차기업 토요타 부스 앞을 서성였다. 야스나리 씨는 차량 왼편에 있는 조수석이 ‘윙’ 소리를 내며 왼쪽으로 90도 회전해 …
“제가 조금 느립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제일 꼼꼼하고 안전하게 봐 드리겠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치과클리닉 이규환 교수(44)가 환자들에게 건네는 첫인사다. 그냥 인사치레는 아니다. 그는 손을 쓰지 못하는 의사다.손을 쓰지 못하는 ‘중증장애 치과의사’규환은 어깨와 손목을 …
“중2 때였어요. 당시 선생님이 쪽지시험을 보고 틀린 개수만큼 머리채를 잡고 칠판에 얼굴을 들이박았거든요. 저도 불려나가서 칠판에 여러 번 세게 부딪혔는데 갑자기….” 작곡가 임채섭 씨(41)는 과거 교사의 체벌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남은 한 쪽 눈에만 의지하다보니 오른쪽 시력도 서…
“경수야, 내 다리 한 짝 어디 있어?” 모터 소리로 웅웅대는 연구실. 김승환 씨(35)가 건너편에 앉아있던 박사과정 시경수 연구원을 불러 묻는다.“이거요?”경수가 선반에서 꽤 커다란 금속 물체를 꺼내온다. 언뜻 보면 씨름선수의 굵직한 종아리도 넉넉히 들어갈 보호대 같다. 승환이 자기…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김예솔 씨(35)가 바라보는 세상은 걷는 사람들보다 50cm가 낮다. 그의 눈높이에선 걷는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올해로 스웨덴 생활 6년 차. 예솔이 다니는 공공도서관에는 도서 검색대의 높이가 제각각이다. 스웨덴인 평균 신장에…
“그날 사이클 트랙에 들어서는데 컨디션이 최고였어요. ‘이래도 나를 국대(국가대표)로 안 뽑아?’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죠. 신기록을 낼 거 같아서 경기 전에 주최 측에도 얘기해놨어요. 원래 뒤에서 출발한 선수가 앞 선수를 따라잡으면 시합이 도중에 끝나는데 제가 앞 선수 따라잡더라도 …
우리 누구든 삶의 일정기간은 장애와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꼭 사고나 질병을 겪지 않더라도 급속한 고령화로 어느 정도의 장애는 언젠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장애를 갖게 됐다고 해서 그동안 누려온 삶을, 또는 앞으로 추구하려는 삶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장애를 초래하는 환경을 바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