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갑자기 내려가고 바람까지 차가워졌습니다. 입동이 가까워 온다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다시 평년 기온을 찾는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몸이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습니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찌리릿’ 내 손 끝에 느껴지는 이 정전기를 어찌해야 할까. 아침 출근길 찬바람을 뚫고 나오는 내 입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 달력 한 장 찢었을 뿐인데, 장롱 속 깊게 박혀 있던 1년 전 외투를 꺼내야 하는 걸까. 단풍잎도 아직 가시지 않은 강원도 대관…
어느 시인은 말했다. 어린 시절 마당 구석에 감나무가 있어 가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늦가을, 까치밥이라는 핑계로 감 몇 개를 남긴 것은 마음의 풍요를 오래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화롯불 앞에서 곶감을 씹으며 긴 겨울밤을 이겨낸 것도 감나무 덕이었다. 한데 까치밥 따러 감나…
11월 1일 어스름한 새벽녘, 한 명의 가수가 우리 곁을 떠난 날. 안개 깔린 길 위에서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날. 22년이 지난 오늘, 행여나 돌아올까, 청명한 가을을 닮은 그의 목소리. 데뷔작이자 유작이었던 앨범을 들으며 당신과 우리의 지난날을 추억해봅니다. ‘다시 못 올 …
음력 구월 열사흘 밤. 조선백자처럼 두둥실 부풀어 오르는 달. ‘저 달 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함민복 시인). 술 취한 늙은 아버지를 업고 논두렁길 가는 아들. 발밑에 부서지는 아수라장 달빛고드름. 선득선득 살갗에 촉촉이 젖어오는 싸한 공기. 어찔어찔 달빛바다에 취한 발길. 가지가…
거리에서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습니다. 다른 사람이 들이마시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데서나 담배연기를 뿜어대기 때문이죠.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금연하는 것이 좋겠지만 도저히 안 된다면 정해진 장소…
전국이 대체로 맑음초록빛 가득한 산이 빨간색 옷을 갈아입는 데 걸린 시간은 딱 한 달. “나 이제 가네”라며 낙엽이 비장하게 떨어지는 시간은 단 3초. 어느덧 두 팔 벌리고 가을을 만끽하는데 남은 시간은 3일. ‘페이드아웃’ 하는 가을. 칼바람 날리며 무서운 그림자 드리우며 서서히 등…
강원영동 흐리고 낮 한때 비 여름의 폭염은 어느덧 온화한 햇살로 바뀌었다. 사윈 태양 볕 아래 곡식은 막바지 몸단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의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다. 태양계의 유일한 별인 태양은 항상 1초에 1조 개의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같은 핵융합으로 지구를 밝히고 있다. …
야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한 영화감독에게 야구가 좋은 점에 대해 물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끝나기 전까진 아무도 그 끝을 모르니까요.” 막판 뒤집기가 야구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드디어 대장정을 마친 한국시리즈. 역시 끝맺음은 ‘한 방’이었다. 마지막 ‘한 방’이라는 희망이…
어제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기러기 지나가려 하니/쓸쓸하지 가을 하늘아?//난 예 논두렁에서/너처럼 저물 순 없겠다.//순이 고무신 속 들국화를 보겠구나./꽃 주위 붕붕거리는 멍청이 꿀벌과/저 방죽 위 억새꽃으로/난 어딜 좀 다녀와야겠다.’(김영남 ‘상강무렵’) 울타리에 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단감염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27일부터 신종 플루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일반인은 내년 1월이 돼야 맞을 수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손을 깨끗이 씻고 개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체력이 약해지지 않도록 신경 …
길거리 푸른 가로수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노랗게 변하는 순간. 퇴근 무렵 점점 어둑해지는 하늘을 본 순간, 무심코 세 장 남은 달력을 바라보다 한 장 더 뜯을 때가 됐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10월은 그렇게 저물고 있더라. “10월이 끝나가는 게 내겐 얼마나 큰 고통인지. 나이를 먹는…
서울 및 경기, 강원북부 새벽 한때 비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들. 높고 푸른 하늘, 서늘하되 차갑진 않은 바람, 부담 없이 걸치는 가벼운 외투, 알록달록 단풍잎…. 어느 날 새벽, 성큼 다가온 추위. 가을은 어느 새 저만치 달아나버렸다. 올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를 기록하더니 ‘봄의 불…
사과의 계절. 대형마트에 가보니 부사나 홍로가 사과시장을 천하통일했다. 사과 품종을 선택할 여지가 없다. 어릴 적 먹던 시큼한 홍옥도 이제 구경하기 힘들다. 홍옥은 단맛도 부사나 홍로보다 덜하고 병에 약해 소비자와 농부 모두에게 외면 받았다. 하지만 투박하고 시큼한 그 맛이 야생의 맛…
단풍 하루 25km 속도로 남하 중. 봄꽃의 북상속도는 하루 20km. 봄은 더디 오고, 가을은 쏜살같다. 20대는 20km로 가고 70대는 70km 속도로 간다. 불타는 산하. 붉디붉은 애기단풍과 노란 은행잎, 그리고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이름 없는 갈색 잎들. 잘났든 못났든 언젠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