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이름은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14개국이 세계기상기구에 제출한 이름 140개를 순차적으로 붙여 짓는다. 볼라벤은 라오스 남부 고원 이름이고, 덴빈은 일본어로 천칭자리를 뜻한다. 오늘 한반도를 강타하는 태풍 산바는 마카오 유적지인 그레이트 세인트폴을 중국어로 읽은 것이다. 심각한 피…
우리 조상들은 바람에 관심이 많았다. 삼국사기에는 바람을 풍, 대풍, 폭풍으로 구분했다. 고려시대 때는 바람의 강도를 12가지로 세분하고 바람의 방향까지 자세히 기록했다. 그만큼 바람이 농업사회에 중요한 기상요소였다. ‘볼라벤’의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태풍 ‘산바’가 이르면 …
한여름 열기를 떠나보내고 세상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가을비. 뜨거운 청춘을 마음속에 묻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겹친다. 빗소리 속에 최근 세상을 떠난 가수 최헌의 허스키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에서는 계절을 담은 향기가 난다. 봄, 여름 향기가 새 생명의 활기를 담은 들뜬 향이라면 시원한 가을 향기에는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켜 주는 위로가 담겨 있다. 비가 오는 날이나 단풍이 물들 즈음에는 향기가 더 짙어진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고달팠던 상반기 …
구름 틈새 언뜻언뜻 푸른 하늘 보이는 날. “솨아! 솨아!” 싱그러운 솔바람 소리. 산허리 반공중에 덩그렇게 걸려 있는 절집 한 채. “따악! 따그르∼” 어스름 새벽 목탁소리. “옴 아라남 아라바∼” 비구니 스님의 정갈한 염불 소리. “뎅그렁∼딩그렁∼” 청아하게 부서지는 바람결 풍경 …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고 이영훈이 만들고 이문세가 부른 ‘가을이 오면’. 1987년 처음 발표된 뒤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한 대표적인 가을 노래다. 요즘은 라디오에서 하루에 한 번쯤 듣게 되는 곡. 폭염과 태풍을 겪었기에 그 싱그러운 선율…
현재를 살아가면서 1920년대를 그리워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늘 현재보다 과거를, 이곳보다 저곳을 동경하며 산다. 지루한 일상에서는 별 볼일 없는 잿빛 서울도 촉촉이 젖은 날이면 마술 같은 도시로 변한다. 자정이면 사라질 호박마차에라도 탄 것처럼 설레는 마…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메밀꽃으로 온통 새하얀 융단이 깔렸다. 햇살을 품은 새하얀 꽃잎이 살랑대는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순백의 메밀꽃밭이 장관을 연출한다. …
감기 걸리기 딱 좋을 때다. 차가운 아침 공기에 목이 칼칼하고 몸이 으슬으슬해졌다면 유자차나 모과차, 민들레차, 쌍화차 등을 진하게 타 마셔보자. 유자는 열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고, 모과는 폐를 보호하고 기관지를 튼튼하게 한다. 민들레차는 기침과 천식에, 쌍화차는 몸살에 특히 좋다. …
‘밤하늘에 초록별 촘촘한 날 팔베개를 하고 널평상에 누워보세요. 모깃불은 쑥부쟁이 한 움큼만으로도 어머니 젖가슴처럼 아늑해요’(이애리,‘별마로 소년’) 말갛게 얼굴을 씻은 하늘. 낙산공원, 북악산 팔각정, 한강공원. 천박한 불빛이 별빛을 누르는 도심이지만 곳곳에 별 보기 좋은 곳이 있…
추적추적 흐느끼는 가을비. 그 많던 나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살랑살랑 가뭇가뭇 춤추던 요정. 나긋나긋 나풀나풀 하늘을 떠다니던 꽃잎. 한여름 유리창을 요란하게 두드려대던 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는 요즘 뭘 하고 있을까. 천방지축 풀숲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수풀떠들썩팔랑나비는 어느 꽃그늘…
나무는 꺾었어도 더위까지 꺾지는 못했다. 태풍이 여름도 데려갈 줄 알았는데 ‘낮 더위’는 좀체 물러날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린다. 올해는 유난히 무더웠기에 선선한 가을이 더 그립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를 보면 우산과 모자가 필수라는 영국 여행 가이드는 되레 우리 날씨에 꼭…
어린 가을. 아침저녁 반소매 살갗에 싸하게 돋는 ‘모시 바람꽃’. 훌쩍 한걸음 다가온 앞산. 속울음 울며 저릿하게 흐르는 강물. 발길에 차르르∼ 부서지는 논두렁 이슬방울. 연못에 담긴 흰 구름송이들. 진주빛 영롱한 자개구름, 나팔꽃트럼펫 모루구름, “매애∼” 울음소리 양떼구름, 아득히…
음력 칠월 보름. 백중(百中). 온갖 과일로 부처님께 공양하는 날. 절집마다 불자 행렬. 산벼랑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암자. 그곳에서 새벽부터 108배하는 꼬부랑 할머니. 그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거기까지 올랐을까. 영감 극락 가기를 비는 마음에 한 걸음, 자식 잘 되라는 생각에 또 한…
28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은 충북 괴산군 삼송마을의 수호목이자 천연기념물 290호인 ‘왕소나무(王松)’를 뿌리째 뽑아버렸다. 수령 600년인 이 나무 앞에서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던 마을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 나무가 쓰러지지 않게 괴어주는 지주(支柱)만 제대로 설치했다면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