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과 ‘덴빈’ 사이에서 모처럼 반짝인 토막 햇살. 전화기 너머 오랜만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목소리. 폐허의 틈에서 함께 낙과(落果)를 줍는 따뜻한 손. 무너진 마을로 기꺼이 달려가는 발걸음. 바람이 채찍질한 자리마다 상처가 덧나지만 켜켜이 쌓인 상처를 치료하는 손길은 다음…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 천지불인(天地不仁). 자연은 피도 눈물도 없다. 그저 바람은 불고, 천둥 번개와 폭우는 몰아칠 뿐이다. 길가에 뿌리째 뽑혀 누워 있는 아름드리나무. 과수원 땅바닥에 나뒹구는, 채 익지도 못한 푸른 열매들.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비닐하우스. 시뻘건 황톳물이 넘…
태풍은 무섭지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저위도 부근의 과잉 에너지를 고위도 지역으로 옮겨 대륙과 해양,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열 불균형을 해소한다. 강풍을 동반하기에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대기는 한층 맑아진다. 지표에 쌓인 오물을 청소해 주는 것도 순기능 중 하나. 지구 에너지의 …
태풍은 이름이 있다. 그 영향을 받는 14개 국가와 지역이 자국어로 된 명칭 10개씩을 태풍위원회에 제출해 이를 활용한다. 총 140개에 순서를 정해 사용한 뒤 다 쓰면 1번으로 돌아간다. 재활용이 원칙이지만 예외가 있다.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은 퇴출시킨다. 2005년 ‘나비…
24일(음력 7월 7일)은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단 한 번 만나는 칠월칠석이었다. 한중일 3국 모두 칠석을 기념하는데, 특히 중국에서는 ‘치시제(七夕節)’를 연인절이라고 부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한다. 국내에서도 주말까지 남산 한옥마을 등에서 칠석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진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비 오는 거리’ ‘비처럼 음악처럼’ ‘비 개인 오후’ ‘어제 내린 비’…. 비에 대한 노래는 이별을 슬퍼하는 내용이 많다. 창을 톡톡 때리며 내리는 비에 괜스레 싱숭생숭하다면 이런 노래들과 함께 촉촉한 마음을 오롯이 느껴보자.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옛 연인을…
가랑비가 잠시 멈춘 사이 힐끗 바라본 하늘은 어느새 한 뼘 더 높아졌다. 여름 내내 어깨를 짓누른 더위도, 뒤통수에 송곳처럼 내리쬐던 햇볕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입추(立秋)의 바짓가랑이까지 붙잡던 더위의 기세도 꺾인다는 처서(處暑). 고통스러운 여름은 이미 끝나고 나무도 하늘도 …
음력 칠월초닷새. 끄느름 우중충한 하루. 느닷없는 천둥번개에 장대비 퍼붓다가 금세 환해지는 하늘. 그 틈을 타서 마당 가득 빙빙 고추잠자리 떼. 한자로 ‘赤卒(적졸)’. ‘붉은 꼬마병정’이란 뜻일까? 날개와 배를 높이 치켜들고, 나뭇가지 끝에 간당간당 앉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보늬…
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 그치는 여우비. 세차게 쏟아지다 금세 뚝 소나기. 먼지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내리는 먼지잼. 밤새 창가 기웃대는 도둑비. 오랜 가뭄 끝 약비. 모낼 무렵 한바탕 쏟아지는 목비. 이슬비보다 가늘고 안개비보다는 굵은 는개. 장마로 큰물이 난 뒤 한동안 쉬다 다…
마트 과일 코너마다 제철을 맞은 포도가 자태와 향기를 뽐내고 있다.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가 찾아온 올해는 그 덕분에 예년보다 싸고 맛있는 포도를 맛볼 수 있게 됐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2003년 기록적인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당도가 높고 향기가 짙은 포도가 생산돼 고품질 와인…
출근길에 만난 얄미운 소나기. ‘후드득’ 무섭게 떨어지는가 싶어 허겁지겁 내달리니 허둥대는 인간들을 비웃듯 비구름은 저만치 사라져버렸다. 탓할 데가 있다면 우산과 함께 집에 두고 온 ‘정신머리’뿐. 몽땅 젖어버린 옷을 말리며 불평해 봐야 딱히 들어줄 사람도 없다. 소나기는 이번 주말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에 빠져들고픈 집 근처 카페. 아껴뒀던 ‘미드’ 1편부터 몰아 볼 거실의 푹신한 소파와 쿠션. 아이들 손잡고 신나게 물장구 칠 수 있는 동네 수영장. 휴가는 끝났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주변은 온통 오아시스 같은 공간들. 대…
바트 하워드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1954년 작사·작곡한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60년 동안 수많은 가수가 여러 장르로 변주했다. 들뜬 여름을 제치고 비와 함께 저 멀리서 달음질쳐 오는 가을. 휴가도 올림픽도 끝난 차분한 여름의 막바지, 보사노바로 편곡한 이 노래…
빗속 우수수 떨어진 회화나무 하얀 꽃잎. 마치 아까시나무 꽃잎이 바람에 날려 쌓인 듯 길가에 수북. 선비 무덤, 서원, 궁중에 심었던 학자수(學者樹). 조선시대 평민 집엔 감히 심을 수조차 없었던 선비나무(Scholar Tree). 요즘은 서울 인사동 청계천 등의 가로수로도 인기. 서…
가마솥더위에 달궈진 한반도가 주말 내린 비로 몸을 식혔다. 한줄기 비로 그치면 좋았을걸, 충남과 전북 해안엔 너무 내렸다. 일부 지역엔 시간당 130mm 이상이 쏟아져 비 피해가 속출했다. 폭염 특보가 물러난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불청객 호우 특보, 다행히 어제 모두 해제됐다.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