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슴아슴 가뭇하게 흐려도 꽃구름 피어나는 날. 바람 불어 좋은 날. 껑충한 삼나무 깻잎머리 살짝 쓰다듬어 주고 가는 솔바람. 보송보송 솜털 목련 꽃망울 어루만져 주는 명주바람. 온종일 옹알이하는 연초록 바다와 그 바다 등짝 토닥토닥 달래주는 실바람. 흔들흔들 젖몸살 버들강아지 열꽃 식…
독일에선 꾸며낸 이야기를 ‘파란 동화’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선 ‘파란 꽃’은 근거 없는 거짓말을 뜻한다. 파란색을 비현실적이고 현혹하는 색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번 주말에는 열대 휴양지의 바다 색깔을 닮은 파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단다. 긴 꽃샘추위로 개화가…
‘공주의 남자’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 최근 인기 드라마가 대부분 수목드라마였다는 건 생활패턴과 관련이 깊을 듯싶습니다. 주중 가장 지치기 쉬운 수, 목요일에 유독 위안을 얻을 만한 무언가가 절실하기 때문이죠. 드라마 결방됐다고 속상하셨을 분들, 목요일 연속 방영 즐…
가보셨나요? 왕벚나무가 팔 벌려 반기는 서울 강서구 곰달래길. 샛노란 유채꽃이 유혹하는 경기 구리시 한강시민공원. 발랄하게 흐드러진 경기 양평군 개군면 산수유꽃. 수줍은 새색시 치맛자락 같은 인천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꽃 색깔이 이렇게 선명해지라고 봄비가 내렸나 봅니다. 마음속에 간…
“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국회의원 두 개에 십 원!” 1960년대 어느 날, 신동엽 시인(1930∼1969)은 당시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한 정치인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그는 곧 시로 답장을 보냈다.…
꽃 축제에 꽃을 보기 힘들다. 벚꽃축제의 상징인 진해 군항제는 지난달 31일 꽃망울만 터뜨린 채 막을 올렸다. 연분홍 꽃잎이 흐드러졌던 지난해와 달랐다. 지난주 곳곳에서 꽃 축제가 열렸지만 활짝 핀 꽃은 보기 힘들었다. 이번 꽃샘추위, 이름값 했다. 어제는 올 들어 가장 따뜻했던 날.…
‘서울서 이끼 사라졌다’. 1995년 4월 한 신문 사회면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대기와 토양 오염이 심해진 탓이었다. 밤하늘은 그저 검기만 했다. 서울은 사람 살 곳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78μg에 달했던 때다.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이 바람을 만든다고 믿었다. 그리스인들은 풍신(風神) 아이올로스의 아들 제피로스가 주관한 봄바람을 가장 고요하고 자애로운 바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봄바람은 가장 성깔 있는 바람이다. 풍속이 강하고 풍향도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전국을 덮친 강한 봄바람이 …
식물은 기온이 오르고, 낮이 길어지는 것을 계산해 스스로 꽃피울 시기를 계산합니다. 특히 추운 기간이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식물이 봄을 인식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즉, 긴 추위가 없으면 봄을 인식할 수 없고, 결국 제때 꽃을 피우기 힘들다는 겁니다. 봄이 왔는데 아직 추운 분들 계신가…
향긋한 봄바람 맞으며 누군가와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나요. 함께 걷는 이의 조곤조곤한 목소리 놓칠까 맨발에 닿는 모래 감촉조차 잊어 본 적이 있나요.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여수 …
청명(淸明). 부지깽이를 거꾸로 꽂아 놓아도 싹이 돋는 날. 그악하고 요란했던 봄비 뒤끝. 돌개바람 진눈깨비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뭉근하게 덥혀지는 햇살. 아가의 파란 실핏줄처럼 맑고 투명한 연초록 잎맥. 갓 깎은 상고머리처럼 하늘하늘 배냇짓하는 아기보리밭. 헤진 하늘 감쪽같이 …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출근길에 입은 두꺼운 옷이 포근한 낮엔 부담스럽다. 화사한 봄옷들의 행렬을 보며 슬쩍 외투를 벗는다. 퇴근길은 다시 아침처럼 춥다…. 꽃이 피어야 봄이라는데 아직 봄이 아닌가? 결국 피고 말 꽃이거늘 시샘의 손길은 좀체 멈추지 않는다. 어제와 달리 일교차…
햇살이 환한 밝은 거리. 조금 서늘한 바람이 불지만 화단에 핀 꽃들이 물방울을 이고 반짝이는 화창한 봄날의 정오. 엄마 손을 잡고 깡충거리는 연두색 점퍼 차림의 꼬마와 울긋불긋 종이꽃을 흩날리며 그 앞을 지나가는 웨딩카를 보며 봄을 실감했다. 화창했던 주말을 뒤로하고 오늘은 전국에 다…
포근해지는 듯싶더니 또 어김없이 찾아온 봄비와 꽃샘추위. 날씨는 여전히 변덕스럽지만 봄꽃들은 기세 좋게 피어난다. 남부지역은 이번 주말부터, 중부는 4월 10일 안팎으로 꽃이 피기 시작한다. 벚꽃 개화일은 한 그루에서 세 송이 이상이 완전히 피었을 때로 벚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룰 때까…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살아있는 날은’·이해인 수녀) 전국이 흐리고 비가 오겠다. 비는 오전 중 서울 경기 지방부터 점차 갤 예정. 봄비 내리는 차분한 날 오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