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천자문에는 봄 ‘春(춘)’자가 없을까. 1000자나 되는 글자 중에 왜 새뜻하고 아련한 ‘春’이 없을까. 봄 없이 ‘여름(夏)-가을(秋)-겨울(冬)’만 있는 ‘이 빠진 천자문’. 그렇다. 봄은 보이지 않는다. 은근슬쩍 두루뭉술하고 뭉근한 바람. “봄” 하고 가만히 읊조리면 위·아랫…
날씨에 직접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 규모는 연 80조 원에 이른다. 금융권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본떠 한 달 뒤 날씨를 예상하는 파생상품을 도입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변덕 심한 봄날에 웃고 우는 투자자들이 생겨나는 것도 머지않았다는 얘기. 주말엔 바람까지 강하게 불…
초등학생인 큰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뒤 머리카락이 흠뻑 젖었노라 말해준다. 내복에다 오리털 파카를 입은 차림으로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았더니 너무 더웠다며 엄마의 센스 없음을 탓한다. 새 학기를 맞아 매일 저녁 가게 문 닫기 전 준비물을 사기 위해 동네 골목길을 내달리고 있는 요즘이다…
겨우내 움츠린 몸 녹여 주는 따뜻한 봄바람의 단짝 춘곤증. 새봄, 새 마음의 굳은 계획도 불청객처럼 들이닥치는 졸음 앞에선 속수무책. 하루 물 2L, 깊은 잠 7시간, 근육 풀어주는 5분 맨손체조가 나른하게 공격해 오는 춘곤증을 물리치는 최고의 비법. 아침엔 쌀쌀하지만 대륙고기압의 영…
꽃샘추위. 을씨년스러운 바람. 기형도 시인(1960∼1989)이 눈을 감은 날. 도저한 허무와 쓸쓸함을 노래한 젊은 가객. 연평도 가난한 섬 소년. ‘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 …
온몸이 근질근질, 운동 좀 해볼까. 해묵은 집 안 먼지, 청소도 해야지…. 신체활동이 늘어나는 계절. 준비 없이 동작을 크게 하다가는 다칠 수 있다. 요즘 같은 날씨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근육과 관절이 굳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속 움츠려 있으랴. 움직이기 전 기지개를 켜는…
경칩(驚蟄). 숨어 있던 벌레가 기어 나오니(蟄), 말이 놀라 펄쩍 뛰는(驚) 날.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기지개를 켠다. 하지만 요즘 개구리들은 경칩 훨씬 전에 잠에서 깬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2월 평균기온이 오른 탓에 철모르고 밖에 나왔다가 꽃샘추위에 얼어 죽기도 한다. 다행히 …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에 젖은 외투를 벗어들고 찾은 화장실에서 모기 한 마리를 발견했다. 매끄러운 거울에 아슬아슬 매달린 위태로운 모기의 모습에 반가움이 앞선 것은 그만큼 겨울이 혹독하고 길었기 때문일까. 3월의 첫 주말, 흐리지만 포근한 날씨는 계속되겠다. 겨우내 닫아뒀던 창문 열고 …
아이들 입학식을 하는 날이다. 예전엔 초등학교 입학식 때 필수품이 손수건이었다. 아이들이 연방 흐르는 콧물을 닦는 데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명찰 아래 손수건을 단 채로 “앞으로 나란히!” 구호에 맞춰 일정한 간격으로 운동장에 늘어서 입학식을 치렀다. 이런 광경은 이제 개그콘서트…
멀리서 오는 연인 기다리듯 나뭇가지 엿보며 봄 꽃 기다리는 재미. 설레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올해 개화가 평년보다 2, 3일 늦어져 꽃 축제가 썰렁할까 걱정이다. 오랜 겨울 추위로 남부지방은 이달 20∼27일, 중부지방은 26일∼다음 달 이후에나 봄이 꽃을 품는단다. 기다리는 마음…
새콤달콤 알싸한 바람꽃. 우당탕! 밤새 양철지붕 위로 떼 지어 가는 소리. 보송보송 얼부풀어 오르는 논두렁밭두렁. 갈까 말까 자꾸 멈칫대는 겨울 나그네. 필까 말까 살얼음 틈새 엿보는 연둣빛 새싹. 기다리다 지쳐 탱탱 불어터진 목련꽃 몽우리. 외양간 쇠죽솥의 구수한 여물 익는 냄새. …
아직 메마른 바깥 풍경. 가로수는 껑충해 쓸쓸하다. 그의 손발은 앙상해 볼품이 없다. 너무 말라 애처롭기까지 하다. 언제였던가. 화려한 꽃과 무성한 잎을 달고 위세를 뽐내던 시간이…. 그래도 살아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어느새 몸속에 나이테 하나 더 새겨 한층 성숙해졌을 터. 엄동을…
‘명사(名士)는 봄에 가장 많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2월은 기온변화가 심해 뇌출혈과 심장병과 같은 심혈관 환자가 많은 달이다. 이맘때 가장 낮았던 기온은 1912년 2월 9일 영하 19.6도, 가장 높았던 기온은 1979년 2월 21일 영상 17.4도로 38도의 차이가 있다. 2…
보슬보슬 봄비 지나고 찌푸린 하늘이 제법 뽀얀 햇살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주말부터 아침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지며 눈발까지 날리는 반짝 추위가 찾아온다. 입춘(立春), 우수(雨水) 다 지난 겨울의 끝자락이지만 움튼 꽃망울 터뜨리기엔 봄은 아직 어리다. 추웠다 풀렸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
오리털 점퍼를 껴입고 햇살을 받으며 돌아다니느라 오랜만에 ‘겨땀’이 났다. 세탁소에 보내야 할지 고민이다. 추위에 약한 게 여자. 두툼한 옷 없이는 잠시도 외출할 엄두가 안 나 겨우내 한 번도 빨지 않고 ‘단벌 숙녀’인 양 입고 다녔다. 겨울과 봄 사이. 대신 입을 옷을 고르려 옷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