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좀 펴게나 올빼미여 이건 봄비가 아닌가’(고바야시 잇사·小林一茶). 남녘의 봄비가 자박자박 서울까지 올라온다. 시인이 섬세히 고른 단어와 표현에 계절을 담듯 빗방울마다 겨우내 기다린 봄이 담겼다.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은 1도에서 8도, 낮 최고기온은 8도에서 15도로 완연한…
음력 이월 초하루. 바람을 다스리는 영등할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 20일간 지상에 머물며 온갖 심술변덕을 부린다. 오늘 날씨가 화사하면 딸과 함께, 비가 내리면 며느리와 같이 온 것. 영등할매 잘못 모셨다간 모진 칼바람에 돌개바람 맞는다. 이 기간에 어부들은 바다 나가길 꺼린다. …
바람은 하는 일이 많다. 비를 나르고 기온을 조절하며 식물의 씨를 퍼뜨린다. 주인은 없다. 한곳에 묶어둘 수 없기에 바람이다. 그 대신 부는 때와 계절, 방향 등의 특성에 따라 이름을 갖는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된바람, 황소바람이 고개를 숙였다.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기온이 어제보다…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선 발을 밟은 게 발단이 돼 젊은 남녀가 욕설을 주고받다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충남 천안시의 한 음식점에서도 임신부와 종업원이 몸싸움을 벌인 일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한파에 듣는 소식마저 스산한 주말이었다. 사람들의 일상적 심리와 행동도 날씨의 영향을 받을지 모르…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리더니/정든 님 말씀에 요 내 속 풀리누나’(평안도 ‘수심가’) 19일은 24절기 중 두 번째인 우수(雨水). 눈이 녹아 빗물이 되고 봄을 재촉하며 대지를 적시는 절기다. 이번 주말까지 아직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겠지만 이제부터는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꽃미남 왕 이훤(김수현)이 말했다. “중전을 위해 내가 옷고름 한번 풀지.” 그 말에 가슴이 콩닥콩닥. “나는 목도리 한번 풀지”라며 맵시 있게 차려입고 집을 나서다 찬바람에 놀라 두꺼운 옷과 머플러, 장갑을 다시 집어 들었다. 아직 목도리와 단추 풀기엔 …
‘그대 왜 그리 두터운 옷을 아직 입고 있죠/왜 창문 굳게 닫고 있죠/솔직한 맨살 바람을 만나게 해줘요/처음엔 쑥스럽겠지만’(윤종신 ‘결국 봄’) 요 며칠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서 가슴 설레는 처녀들 옷차림만 저만치 봄 마중. 남쪽에서 사붓사붓 올라오던 봄이 오늘부터 주말까지는 미련…
따뜻한 햇살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그 완강했던 아파트배관 고드름 덩이. “또르르∼ 또옥∼똑!”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각시방 영창의 수정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칼싸움하는 골목길 아이들. ‘천 원짜리 한 장 없이/용케도 겨울을 보냈구나’(박형진 시인). 울컥울컥 메슥거리는 봄 입…
피로 해소를 돕고 뇌를 활발하게 한다. 집중력을 높여 수험생에게 좋다. 폴리페놀 성분이 세포에 유해한 활성산소를 제거해 노화를 방지한다…. 널리 알려진 초콜릿의 효능이다. 일본 제과업체의 상술에서 유래했다는 걸 알면서도 매년 이맘때면 불티나게 팔린다. 많이 먹으면 비만과 성인병을 부르…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온몸으로 추위를 살아내야만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다. 반짝 추위가…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온몸으로 추위를 살아내야만 스스로 꽃을 피울 수 있다. 반짝 추위가…
겨울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의 전령사. 거센 칼바람과 눈발 속에 선홍의 자태를 뽐내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 통째 떨어지는 꽃. 처절한 아름다움을 지닌 동백꽃마저 매서운 한파를 이기지 못해 얼어붙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시리다. 다행히 이번 주말부터는 날이 풀린다. 겨울의 끝자락에…
초등학교 복도 창문. 창틀에 작은 부츠들이 올망졸망 올려져 있다. 추운 날씨에 엄마가 부츠를 신겨 보냈지만 신발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자 아이들이 임시방편으로 창틀에 올려놓았다. 아이들이 겨울에 부츠를 신는 게 일상화됐는데 신발주머니는 여전히 운동화 크기에 맞춰져 있다. 초등학생들이 사용…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가는 드럼통 앞에서 호∼호∼ 불어먹는 샛노란 군고구마는 최고의 겨울 간식. 지난해 여름 내내 내린 비로 생산량이 줄어 고구마 값이 폭등한 데다 집집마다 보급된 오븐 때문에 군고구마 장수들은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울상이다. 호박고구마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
음력 정월 열이레. 쩡쩡 얼어붙은 강바닥. 1904년 오늘 러일전쟁 발발. 1919년 오늘은 조선의 도쿄 유학생들이 독립선언 외친 날. 그렇다. 얼음장 밑에서도 물은 흐르고, 눈 덮인 들판에서도 여린 보리 싹이 우우우 올라온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목련나무 꽃망울. 알이 통통 밴 연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