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로(寒露)였다. 찬 이슬이 내리고 단풍이 짙어지는 때. 겨울새가 돌아오는 이 시기에 조상들은 탐스럽게 핀 국화로 전을 부치고 술을 담갔다. 이슬이 늦가을 서리로 바뀌어도 꿈쩍 않는 그 꽃을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부르며 높이 평가했다. 낮은 따뜻해도 아침저녁 기온은 조금씩 떨…
보폭 넓은 거인이 다가오는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한 해의 끝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 기분 좋은 바람, 높고 푸르기만 한 가을 하늘을 보다가도 올해가 고작 두 달 남짓 남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의욕에 차 세웠던 새해 결심과 다짐들이 어디쯤 와 있을까. 하나둘씩 …
햇살에 반짝이는 군중과 밝게 부서지는 구름/강철의 협곡 사이에서 나는 집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네/이것이 뉴욕의 가을, 새로운 사랑의 약속/이것이 뉴욕의 가을, 때로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는.(뉴욕의 가을·버논 듀크) 서울의 가을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아름다운 도심. 부서지는 …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 덥고 추운 것을 피하는 게 목적이지만 결국은 활동하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보통 여름에는 섭씨 24도 안팎, 겨울에는 20도 안팎을 쾌적하다고 본다. 신체는 물론이고 두뇌 활동에도 최적인 온도다. 인위적인 조절 없이도 일과 중엔 20도 내외의…
음력 구월 초아흐레. 돌을 던지면 그만 “쨍그랑!” 하고 깨질 것 같은 하늘. 새털, 양떼구름 가득 안고 강물에 덩그맣게 내려앉은 하늘. 고슬고슬 새물내 물씬 나는 하늘. ‘산 그리는 사람은 있어도/하늘 그리는 사람은 없다/그래도 하늘은/산 위에 그려져 있다’(이상문 시인). 푸른색이…
한밤의 냉기가 언제 얘기였냐는 듯 한낮의 따뜻한 가을 햇살은 포근하기만 하다.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지는 것처럼 햇살 아래로 그림자의 길이도 길어진다. 높아지는 하늘과 함께 바닥에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깊어가는 가을의 또 다른 얼굴. 전국이 대체로 맑겠지만 충청 이남으로는 오후부터 …
내륙에 서리 피해가 염려된다. 서리와 관련해 인상 깊은 영화 장면 하나는 ‘구름 속의 산책’에서 주민들이 천사 날개 같은 장치를 어깨에 달고 밤새 포도밭에서 스토브의 온기를 퍼뜨리던 광경. 실제 서리 피해 대책에도 선풍기나 헬기로 지면의 찬 공기와 상층의 따뜻한 공기를 섞는 송풍법, …
햇살 따스하고 바람 선선한 주말, 가까운 교외로 캠핑 나갈 준비를 하면 설레기만 한다. 가을 캠핑은 일상에 지친 모든 도시인의 로망이다. 야외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소소한 재미에 공기 좋고 경치 아름다운 곳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하지만 일교차가 큰 계절이므로 옷을 겹쳐 입고 체…
하루 종일 전국에 강한 바람 부는 날. 겨울을 불러오는 대륙성고기압이 세력을 넓히면서 마지막 남은 여름의 흔적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북쪽 나라 동장군의 입김이 벌써 손을 뻗치고 있다. 이 바람은 주말까지 이어져 체감기온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비는 그치고 전국이 오전부터 맑…
숲 속의 밤, 봄날의 산, 빗속의 산책, 사막의 폭풍…. 미국 컨트리 음악의 황제 존 덴버가 아내에게 바친 ‘애니의 노래(Annie's Song·1974년)’에서 사랑하는 그대처럼 자신의 감성을 충만하게 해준다고 속삭인 것들. 로키산맥을 벗 삼았던 그가 한국에 살았다면 이런 것들이 가…
왜 유목민은 가을을 잘게 쪼갤까. 어린 가을, 젊은 가을, 늙은 가을. 그만큼 가을은 그들에게 금쪽 같은 계절. 햇살 한 가닥, 바람 한 자락, 구름 한 조각,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어린 가을엔 모시 같은 바람꽃이 길 위에 피고, 젊은 가을엔 바람이 비몽사몽 길을 잃는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27일 오전 내륙지방에는 안개가 낀다는 예보다. 보이지 않게 공기 중에 스민 안개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공기가 움츠러들 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디 안개뿐이겠는가. 인간의 잠재력은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어려움이 닥치면 그 본연의 모습이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기도…
서늘한 가을 바람, 선득한 밤공기. 문득 생각나는 것도, 그리워지는 것도 많은 계절.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나는 정처 없습니다//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나는 정처 없…
테라스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산책에 나서기 좋은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아 야외활동을 하기엔 안성맞춤의 날씨. 선선한 가을바람은 불어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즐겁게 하고 은은하게 내리쬐는 가을볕이 평화로운 느낌을 더한다. 한 걸음씩 걷는 것만…
최고의 계절이라는 가을이지만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환절기 비상이 걸리기 마련. 일교차가 커지면서 체온 유지가 힘든 데다 건조한 날씨가 호흡기를 괴롭혀 기침감기는 물론이고 기관지염, 폐렴이 기승을 부린다. 특히 아이들은 체온 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져 일교차에 약하다. 그렇다고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