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칠월 열여드레. 텃밭 고랑에 족두리꽃 씩씩하게 피었구나. 새우 수염처럼 능청능청 늘어진 꽃 수술. ‘바람 타고 나는 나비 같다’ 하여 풍접화(風接花)라 한다던가. ‘바람의 손길이 스쳐야/비로소/피가 도는 여인/이 천지간/저 혼자 몸부림쳐 피는 꽃이/어디 있으랴.’(이가림 시인) …
불안정한 대기는 연일 소나기를 품었다 내뱉곤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날벼락처럼 내리는 빗줄기에 놀라 급히 와이퍼를 작동시켰으리라. 천둥과 번개는 소나기의 난타에 장단을 맞췄으리라. 장석주 시인은 ‘소나기’를 이렇게 읊었다. ‘구름은 만삭이다/양수가 터진다/흰 접시 수만 개가…
지혜로운 눈을 가진 자는 날씨가 한창 더위로 치달을 때도 가을을 본다. 잦은 비로 더운 날의 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가 싶더니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 속에선 어느새 가을 향기가 묻어난다.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이 시절에는 바람의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무섭다. 태풍 ‘무이파’…
“비는 오다 그치다 하지요. 그게 비가 하는 일입니다.” 내리다 말다 하는 비를 보면 독일작가 다니엘 켈만이 ‘나와 카민스키’에서 쓴 구절이 떠오른다. 딱히 뭘 하기도 모호한 날씨. 늘 넣고 다니는 우산 때문에 무거워진 가방. 굳이 꺼내 쓰기도, 그렇다고 맞고 다니기도 어정쩡한 비. …
따뜻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비가 또 내린다는 소식. 중부지방에서는 오전에 서해안 지역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에는 중부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지방과 제주도는 구름이 많고 낮에 한두 차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다. 이 비…
기온과 습도가 높으면 불쾌지수도 높다. 더운 날 몸은 땀 분비를 늘려 체온을 조절하려 하지만 높은 습도 탓에 땀은 증발하지 않고 몸속 수분만 빠져나간다. 생체시계가 리듬을 잃으니 쉽게 피로해지고 스트레스도 증가한다. 기온보다는 습도가 문제다. 섭씨 45도의 건조한 사막보다 30도의 끈…
출근길 아파트 시멘트 담벼락 아래 별 싸라기처럼 활짝 핀 채송화. 바람 살랑일 때마다 “까르르∼ 까르르∼” 웃어 젖힌다. 크고 높은 것만 찾다가, 정작 발밑의 ‘소박한 꿈’ 잊고 살았구나. ‘몸을 세워 높은 곳에 이르지 못하고/화려하지 않아도 세상 살아가는’(김윤현 시인) 풀소나무꽃(…
태풍은 바윗덩이도 날려버리는 강력한 바람이지만 그 중심의 지름 수십 km에는 하강기류가 부는 고기압지대가 있다. 여느 고기압지역처럼 잔잔한 바람만 부는 이른바 ‘태풍의 눈’이다. 태풍 중심으로 모인 공기는 어디론가 흩어져야 하는데, 대기권 상층부의 수평방향뿐만 아니라 태풍의 눈 중심에…
음력 칠월초아흐레. 입추(立秋). 가을 문턱.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 곡식이 여무는 계절. 하지만 뭐든 순순히 오는 법이 없다. 꼭 난리를 한 번 치르고 나서야 ‘짠’ 하고 나타난다. 비바람 몰고 온 태풍. 조물주가 만든 ‘분노의 바람개비’. 한여름 내내 펄펄 끓던 지구가 참다 참다가…
변덕스러운 것을 빗댈 때 으레 나오는 게 날씨라지만 요즘 날씨야말로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지겨울 만큼 퍼붓던 폭우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금세 눈 뜨기도 힘들 만큼 쨍쨍한 햇볕이 쏟아진다. 가로수엔 매미 소리가 요란하고, 조금만 걸어도 내리쬐는 햇살에 정수리가 따끔따끔하다. 무더위가 비로…
오늘도 서울과 경기, 강원 영서지방에는 오후에 소나기 소식. 휴가철 내리는 비는 야속하지만 그래도 비 오는 휴일이 맑은 근무일보다는 나은 법. 비 오는 휴가에 익숙한 영국인들은 비가 내릴 때에는 휴가지 근처의 지역 박물관을 찾는다고 한다. 또 지역의 전설이나 그 지역 출신 위인들을 가…
영화 ‘윔블던’(2004년)에서 테니스 경기 중 비가 쏟아지자 독일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영국인의 발에는 물갈퀴가 달릴 거야.” 1961년 영국 런던에 연일 비가 퍼붓자 한 지역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런던 사람들은 햇볕에 그을리는 대신에 빗물에 녹이 슨다.” 비와 우산의…
“맴 맴 매앰∼” 조신하게 홀짝홀짝 우는 참매미. ‘누님의/반짇고리/골무만한/참매미’(박용래 시인) “지글지글 딱따그르르∼” 기름 볶듯 설쳐대는 유지매미. “쓰름쓰름 쓰으름∼” 시름 가득 쓰름매미. “지이이∼ 지이이∼” 목쉰 쇳소리 털매미. “트르륵 츨르륵∼” 우렁찬 트럼펫 말매미. …
갑작스러운 비로 하천이나 계곡의 물이 갑자기 불어나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워낙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캠프장을 빠져나오기 전에 물에 휩쓸리거나 고립되기 일쑤다. 이를 ‘돌발홍수(flash flood)’라고 부른다. 물이 눈 깜짝할 새 불어나기에 섬광이란 뜻을 가진 ‘fla…
지구의 강수량이 늘고 있다. 북반구에서는 10년에 5∼10mm씩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전문가들은 이를 지구온난화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진단한다. 오랜 가뭄 끝 약비, 알맞게 오는 단비는 반갑지만 물 퍼붓듯 쏟아지는 억수에 수재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폭우가 내리는 날, 미국 작가 마크 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