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시월 보름. 스님들 동안거(冬安居) 시작. 말길, 생각의 길 모두 끊고, 오직 한 소식 얻기 위해 면벽가부좌.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걸음 더 내딛기. 일무소유(一無所有). 사랑이야말로 쇠심줄 같은 집착, 무욕은 곧 터무니없는 탐욕. 아는 것은 다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 …
치솟은 기름값에 연탄이 다시 인기다. 한 장에 500원 안팎인 연탄. 너덧 장이면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니 사는 게 팍팍한 이들에게 이만한 효자가 또 있으랴.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안도현 ‘연탄 한 장’). 전국…
‘가칭이’는 경남 남해 관음포를 일컫는 우리말이다. ‘물이 땅으로 갇혀 있다’는 뜻으로 이 지역의 땅모양을 잘 표현해준다. ‘말랭이’ ‘모널이’ ‘도림이’ ‘잔싱이’ 등 비슷하게 만들어진 이름이 남해 지역에 특히 많다. 더 추워지기 전 과감히 휴가를 내고 따뜻한 남해로 여행을 떠나보자…
올겨울은 예년보다 춥다더니 동(冬)장군의 행차 예고부터 거하다. 주말에 또 비가 내린단다. 5주째 비 오는 주말이다. 비 그친 뒤엔 다시 영하의 추위가 올 거란 예보. 이맘때엔 계절의 힘겨루기로 3∼5일 간격으로 날씨가 변하면서 비가 오는데 올해는 하필이면 매 주말이 그 변곡점이다. …
일제강점기 때 서울, 당시 경성은 청계천을 기준으로 조선인이 사는 북촌과 일본인이 사는 남촌으로 나뉘었다. 현재 을지로 지역으로 옛 모습을 완전히 잃은 남촌과 달리 북촌은 지난 100년의 시간이 공존한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세월이 켜켜이 새겨진 북촌 골목을 걸어보자. 저 멀리…
첫눈이 내릴 정도로 쌀쌀해진다는 절기 ‘소설(小雪)’은 이름이 두 개다. ‘소춘(小春)’은 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한 햇살이 비친다고 해 붙여진 별명. 해가 가는 것을 아쉬워하기 때문인지, 예고하고 찾아오는 첫눈은 멋없다 느꼈는지 올해 ‘소설’은 멋쩍게 ‘작은 봄’이라는 이름표를 달…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이제는 한적한♬ 빈들에 서보라♩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 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김재호 작사, 이수인 작곡의 가곡 ‘고향의 노래’를 불러본다. …
날씨가 차고 건조하면 피부는 괴롭다. 수분을 빼앗겨서다. 찬바람에 급감한 땀과 피지 탓에 피부는 메마르다. 실내 안팎의 큰 온도 차도 피부 건조의 주범이다. 귀찮다고 방치하면 잔뜩 땅긴 피부는 잔주름이 돼 앙갚음을 한다. 세안이나 샤워 후 로션을 발라 주는 게 필수. 물과 채소를 충분…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 유난히 아삭아삭하던 엄마표 김장 김치의 비밀은 온도. 푸근할 때 김장을 하면 빨리 시어버리고 너무 추우면 배추가 금세 얼어버린다. 예민한 김치가 가장 좋아하는 온도는 일평균 기온 4도 이하. 수도권은 이달 말, 남부지방은 다음 달 초에 김장을 해야 맛깔 나게 김…
막 연애를 시작한 연인처럼 한창 신경전을 벌이던 가을과 겨울의‘밀당(밀고 당기기)’이 차츰 겨울 의 우세로 정리되는 모양새. 저녁 해지는 시간이 눈에 띄게 당겨지는가 싶더니, 언제부턴가는 아침에 현관문 밖을 나서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찬바람이 불어온다. 주말부터는 간간이 영하의 추위가 …
“강가의 먼 산들이 검푸른 것이 마치 누님의 쪽 찐 머리 같았고, 서쪽으로 지는 새벽달은 누님의 고운 눈썹 같았다. 누님의 빗을 떨어뜨렸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연암 박지원이 어머니 같던 큰누이가 세상을 떠난 뒤 남긴 시다. 옛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북받치는…
밤하늘에 잠시 반짝인 별인지, ‘흐붓하게’ 대지를 덮은 메밀꽃인지는 중요치 않다. 한 해를 기다려온 모든 이에게 첫눈은 첫눈이다. ‘나는 알지 못한다. 그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무성한 숲 속에서 노래하는 것이 바람인지 수탉인지. 어쩌면 들판 위에 겨울 대신 백조들이 풀밭에 내려앉는 것…
음력 시월 초하루. 비온 뒤 싸늘하고 푸른 기운. 어깨 웅크리고 걷는 사람들. 북녘 하늘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떼. 오늘 난 뭘 했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새 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곁에 계신 하느님을 잊은 …
가을비는 내복 한 벌이라고 했다. 비 온 뒤 찾아오는 찬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추워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주말 내린 비에 온도계 눈금이 부쩍 낮아졌다. 하늘은 을씨년스럽지만 속옷업계 사람들의 얼굴엔 화색이 돈다. 얇고 따뜻해진 기능성 내의가 날개 돋친 듯 팔리기 때문…
음력 구월 스무아흐레. 요염한 눈썹달, 실낱같은 손톱달. ‘달은 윙크 한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이정록 시인). 뒤란 늙은 감나무 꼭대기에 끈질기게 매달려 있는 홍시 몇 알. 다음 달 ‘눈 찡긋’ 할 때까지 무사히 붙어 있을까. 곳간 흙벽에서 몸을 말리고 있는 시래기 다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