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해가 쨍하게 떴다. 휴가를 떠날 때다. 장시간 운전할 일이 많으니 차에도 신경을 써보자. 더운 여름, 차 안에 라이터를 두지 않는 건 상식. 하지만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 내비게이션도 위험하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제품에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간혹…
간밤에는 조명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어둡던 사위를 번득번득 밝히는 번개에 놀라 여러 번 뒤척이고, 출근길엔 바닥에 구멍이라도 낼 기세로 퍼붓는 비에 우산도 소용없이 흠뻑 젖고. 맹렬히 쏟아지는 비로 자욱한 물안개에 잠긴 거리를 힘겹게 뚫고 나선 점심식사, 만나는 사람마다 대화의 화제는 …
새들은 날씨 변화에 민감하다. 사람은 인식할 수 없는 낮은 주파수를 듣고 공기의 흐름을 알아내 대처한다. 건조한 날씨를 좋아하는 까치는 맑은 날에 유난히 시끄럽게 울어댄다. 조상들은 까치가 낮은 곳에 집을 지으면 태풍이 오고 높은 곳에 지으면 그해 날씨가 좋을 것이라 여겼다. 근래엔 …
화르르 피어오르는 배롱나무 붉은 꽃숭어리. 마치 백제 무령왕릉 왕관의 불꽃무늬처럼 타오른다. 뜨거운 여름 내내, 각혈하듯 토해놓은 열꽃덩어리. 간지럼 태우면 “까르르 까르르∼” 숨넘어가는 간지럼나무. 줄기가 너무 매끄러워 원숭이도 미끄러진다는 미끄럼나무. 껍질이 없어 겉과 속이 똑같은…
소나기가 잦다. 세찬 빗줄기지만 1∼2시간을 계속 줄기차게 내리진 않는다. 비구름의 크기로 인해 10∼20분 간격으로 숨을 고른다. 우산 없이 외출한 사람들이 이 틈에 뜀박질을 하는 건 여름날 일상의 풍경이다. 시인은 이런 장면도 포착했다. “온몸이 부드러운 볼펜심 같은 소나기가/물 …
원두커피 애호가들은 여름이 괴롭다. 뜨겁게 내린 커피가 덥게 느껴져 얼음을 넣으니 쓴맛만 강해진다. 이럴 땐 찬물로 내리는 커피가 대안. 원두를 3분의 1 컵 정도 갈아 상온의 물 반 컵과 함께 뚜껑 있는 병에 넣어 휘저어주면 된다. 뚜껑을 닫고 상온에서 12시간 보관한 뒤 여과지에 …
떠들썩한 휴양지행(行) 대신 자신만의 휴가법을 개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방에 박혀 미드(미국드라마) 몇 시즌을 왕창 몰아서 본다거나 한적한 시골에서 미뤄뒀던 책을 원 없이 읽는 식. 실제로 유럽에선 며칠씩 가만히 앉아 새만 쳐다보는 ‘버드 워칭’도 휴가의 한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
‘열대야’로 잠을 못 이룬다고 하지만 의외로 열대의 적도 지방은 별로 덥지 않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는 밤이면 쌀쌀해 긴 옷을 꺼내 입는 경우도 있다. 열대야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쓰인다. 일본의 기상수필가 구라시마 아쓰시(倉嶋厚)의 글에 나온 표현이 퍼진 것이다. 그는 최근…
장마가 끝나자 북태평양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하며 무더위를 몰고 왔다. 이른 장마 탓에 폭염도 일찍 시작됐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에도 섭씨 25도가 넘는 열대야는 도시의 숙명이다. 한낮에 태양열을 빨아들인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해가 진 뒤에도 복사열을 뿜어낸다. 취침 한…
시골집 마당 평상에 누워 별 헤는 밤. 초롱초롱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려 정수리에 박힐 듯한 싸라기별. 우윳빛 ‘하늘의 강물’ 은하수(銀河水). 남북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빛 납작접시 띠’. ‘미르(용)가 사는 시냇물’ 미리내. 헤라여신의 젖이 하늘에 흐른 자국, 밀키 웨이(Milky …
장마는 햇볕의 소중함을 일깨워줬다. 비 때문에 갇혀 지내던 아이들 얼굴에도 해처럼 밝은 웃음이 번진다. 흥얼거리는 노래에도 그런 마음이 담겼다. “빗방울이 뚝뚝뚝뚝 떨어지는 날에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엄마 찾아 음매 아빠 찾아 음매 울상을 짓다가∼/해가 반짝 곱게 피어나면 너무나 기…
가로수 초록잎이 갈수록 짙어져 이제 완연한 여름빛이다. 가볍고 투명해진 행인들의 옷차림도 물씬한 여름 기운을 느끼게 한다. 무덥고, 뜨겁지만 그만큼 치열하고 생동감 넘치는 계절. 강물이 가장 빛나고, 신록이 가장 푸르러지는 때. 만물이 쏟아지는 비와 작열하는 여름 햇볕에 성장하는 것처…
장마철 하늘은 한낮에도 늘 어둡게 내려앉아 있다. 눅눅한 공기까지 더해져 어깨마저 무거워지는 기분. 일상의 스트레스에 우울한 날씨까지 겹쳐 갑갑하다면, 장기하의 노래로 기분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비 오다 잠시 갠 하늘을 향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
도무지 해를 볼 수 없다. 우울하다. 잠도 온다. 장마철 기분이 축 처지는 이유의 하나는 호르몬 때문이다. 인체는 주위에 빛이 부족해지면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잠을 청하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우니 몸이 밤으로 착각해서 나른하고 우울해진다. 그뿐이다. 그러니…
최근 한 방송사의 ‘비 오면 생각나는 노래’ 설문에서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년)가 1위에 올랐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로 시작하는 가사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떠오르게 하지만 비에 지친 요즘 농부의 마음은 회색빛 수묵화에 가깝다. 폭우 탓에 과일 수확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