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에서 나와도 더럽혀지지 않고/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줄기는 속이 뚫려있으되 꼿꼿하고/향기는 멀수록 맑고/멀리 구경할 만하니 차마 다가설 수 없구나!’ (중국 송나라 주돈이·1017∼1073, ‘애련설 愛蓮說’). “두두둑!” 밤새 연잎에 쇠망치처럼 내려치는 빗방울 소리.…
요즘 거의 매일 접하는 비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내릴까. 빗방울은 초기에는 가속되다가 공기의 마찰력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는 일정한 속도(종말속도)로 떨어진다. 상승·하강기류가 없으면 지름이 5mm 정도인 빗방울은 초당 9.8m의 속도로 낙하한다. 100m를 약 10초에 달리는 셈. 지…
장마. 짧은 볕은 몰라도 긴 볕은 허용되지 않는 날의 연속이다. 지속적인 비는 지겹지만 짧은 시간 내리는 호우는 무섭기까지 하다. 7월 서울에서 하루 강수량이 가장 많았던 때는 1987년 7월 27일로 294.6mm가 내렸다. 중부지방 연평균 강수량이 1100∼1400mm이니 약 3개…
장마철 날씨 변덕이 마녀처럼 심술궂다. 정수리 위까지 무겁게 내려앉은 어두컴컴한 하늘, 잊을 만하면 다시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 자욱한 물안개에 감싸인 도시 풍경. 왠지 낯선 세상에 불시착한 기분. 흡인력 있는 추리나 스릴러 소설을 읽기에 제격인 때다. 스티븐 킹, 딘 쿤츠, 히가시노…
장마철의 불청객, 바로 습기다. 빨래도 제대로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이 찐득거린다. 제습기가 없어도 손쉽게 습기를 제거할 수단이 있다. 신문지를 넓게 펴 옷걸이 사이에 널어놓으면 옷장을 보송보송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옷장 바닥에 여러 겹으로 넓게 펴놓으면 제습제 역할을 한다. 빨래 …
음력 유월 초이레. 24절기 중 11번째인 소서(小暑).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와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 사이로 더위가 제대로 시작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전국에 다시 장맛비가 내린다는 예보다. ‘작은 더위’가 큰 비를 만났으니 후텁지근한 하루가 될 듯. 지난 늦가을에 심어…
목련보다 높고, 목련보다 키가 큰 태산목(20∼30m). 고향이 북아메리카라서 ‘양옥란(洋玉蘭)’이라고도 부르는 나무. 얼마나 크고 높으면 ‘泰山(태산)’이 붙었을까. 싱겁고 마음씨 좋은 키다리아저씨 같다. 장맛비 속 하얀 꽃이 하얗다못해 옥양목처럼 푸른빛이 감돈다. 넓적한 푸른 잎 …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가뭄 때는 논밭이나 집의 형태라도 남아 있지만 장마철에 홍수라도 나면 건질 것이 없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는 의미다. 세차게 퍼붓는 비 때문에 집 주변의 토사가 인도를 뒤덮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났다. 장마는 이제부터 점차 북상해 7…
음력 유월 초나흘. 유월 장맛비에는 바윗돌도 크는구나! 강둑 밭두렁에 오랑캐처럼 불쑥불쑥 솟아난 개망초(계란프라이 꽃). 능청능청 푸릇푸릇 더욱 간드러진 시냇가 수양버들가지. 뻥! 뻥! 돋아난 연분홍 파랑 ‘쟁반 수국 꽃’. 후드득 창문을 두드리는 작달비. 뭇매를 치듯 휘몰아치는 모다…
슬슬 다시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이 돌아왔다. 청록빛 물결이 넘실대는 해변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이 나을지, 사람들이 붐비는 화려한 도심에서 쇼핑을 즐기는 게 나을지,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바라보며 신나게 질주하는 자동차 여행이 좋을지, 틈나면 지도와 달력을 펴놓고 즐거…
남해에선 낮고 평평한 육지의 지표에 바다가 달라붙은 듯 찰랑거린다. 하지만 1일부터 4일까지는 이 아름다운 광경도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 조수 간만의 차이를 줄여주는 기상조건이 사라지고 조석(潮汐)을 일으키는 달과 태양, 다른 별들의 힘이 그대로 전해지는 ‘천문조(天文潮)’ 시기이기 …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도 우산은 있었다. 그 시대 남성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였다. 18세기까지 주로 여성의 액세서리였던 우산은 영국의 무역업자 조너스 한웨이에 의해 대중화됐다. 30년 동안 늘 우산을 들고 다닌 덕분이었다. 바야흐로 우산의 계절이지만 …
오란비(장맛비). 온종일 흐느끼는 하늘의 빗금눈물. 날갯죽지 흠뻑 젖은 참새. 끊임없이 칭얼대며 젖어오는 축축함. 터질 듯 터지지 않는 명치끝 눈물주머니. ‘칠칠한 머리채 풀어/목을 놓아 울고 싶구나//뼈가 녹고 살이 흐물도록/이승너머 저승까지//모질게 매듭진 인연/그만 녹여 풀고 싶…
태풍 ‘메아리’가 한반도 주변을 살짝 휘젓고 지나갔다.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여름이 깊어질수록 커진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으로 그만큼 더 확장해 태풍에 에너지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태풍의 평균적인 진로도 북쪽으로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늦여름에 닥치는 태풍은 추…
연일 비 오는 거리. 행여 웅덩이에 발이라도 빠질까 우산 아래 머리를 숙인 채 걷는 사람들. 그때 어디선가 코끝을 자극하는 진한 커피 향기…. 습도가 높으면 냄새 분자가 콧속에 잘 달라붙는다. 다른 때라면 지나쳤던 커피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커피 가게 주인들은 비 오는 날을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