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오월 초이렛날. 잘 구워진 빵처럼 발그레 익은 보리누름 철. 보리이삭 팰 때쯤이면 어김없이 섬진강 거슬러 올라오는 보리은어 떼. 강바닥 자갈의 초록이끼 먹고, 푸른 이끼똥 누는 ‘딸깍발이 청정 물고기’. 어른 가운데 손가락마디만 한 길이. 뼈가 부드러워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날…
‘구름은/하늘 유리창을 닦는 걸레/쥐어짜면 주르르/물이 흐른다./입김으로 훅 불어/지우고 보고, 지우고/다시 들여다보는 늙은 신의/호기심 어린 눈빛.’(오세영의 ‘구름’) 하늘과 구름은 친구의 눈길을 외면하는 법이 없다. 맑은 기운 한 모금이 필요해 고개 드는 인간에게 항상 감로수를 …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안개가 많이 낄 것이라는 예보다. 기상청은 내륙에서도 곳곳에 안개 끼는 곳이 있다며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할 것을 당부했다. 안개는 폭풍처럼 능동적으로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기상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들어 낸 교통수단인 자동차나 비행기, 배의 속도가 …
한 해가 벌써 절반 길목에 접어들면서, 무덥고 습기 찬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선 짙어진 가로수의 녹음과 한결 얇아지고 가뿐해진 행인들의 옷차림이 먼저 눈에 띈다. 하늘거리는 남방,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와 샌들, 가뿐한 발걸음들. 주말 서울엔 비 소식이 있다. 초여름 이렇…
오늘은 전국이 대체로 화창한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주말에는 구름이 낄 것으로 예측된다. 남해안과 제주도 등에는 주말에 간간이 비 소식이 있겠고 대부분의 지방이 비교적 선선하겠다. 수목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신록이 눈부신 지금부터 가을철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기 직전까지…
기온이 오르면 피지 과다 분비로 피부 속 유분이 늘어난다. 반면 자외선이 강해지면 수분은 줄어든다. 피부가 번들거리면서도 수분 부족으로 각질이 일거나 당기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다. 유·수분 균형이 깨져 생기는 초여름 피부의 특징이다. 화장품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평소 비타민이 풍부한…
‘꽃이 피는 이유를/전에는 몰랐다./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꽃이 지는 이유도/전에는 몰랐다./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잠에서 깨어나는/물 젖은 바람소리.’(마종기 ‘꽃의 이유’) 음력 사월 그믐날. 산자락 밭둑 곳곳에 하얗게 핀 찔레꽃 무리. …
갑자기 더워지더니 태풍이 한반도로 가까이 올 만큼 여름이 성큼 다가온 모양이다. 바닷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태풍은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면 한반도까지 북상하기 쉬워진다. 이번 태풍 ‘송다’는 그냥 지나갔지만 1904년 이후 107년 동안 5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은 2개가 …
동네 어귀 늙은 느티나무 아래, 할머니들 모여 앉아 이야기꽃 피운다. 누구네 자식 잘된 얘기, 누구네 영감 자리보전한 얘기…. 꼬리에 꼬리 무는 소식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거 참 잘됐구먼!” “쯧쯧! 그 영감 참 짠하네!” 무논의 파릇파릇 연초록 모. 나뭇등걸에 넙죽 엎드려 졸…
점심 먹으러 나선 행인들 사이에서 “날씨 좀 봐”란 감탄사가 종종 터지는 오후. 그야말로 눈부신 초여름 날씨. 세상을 환히 내리비추는 햇살과 어우러지는 각종 색들의 향연. 그림자까지 빛나는 모네의 몇 작품을 보기에 더없이 좋은 때다. 호수의 일렁이는 물결이 선한 ‘라 그르누예르’, 들…
일주일 내내 이어진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주말에는 조금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이 대체로 흐리겠지만 조금 선선해진 날씨에 기분은 오히려 상쾌할 수 있는 날. 영남지방에서는 밤사이 내린 비가 아침부터 그치겠고, 강원 영동 지방에서도 오후부터 갤 것으로 예상된다. 남해와 동해에서…
2008년 중국 쓰촨 성에 대지진이 발생하기 직전, 두꺼비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이 관측됐다. 과학적으로 규명되진 않았지만 일부 동물은 재해를 예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생각이다. 밥만 축낸다고 생각하는 돼지도 날씨는 잘 알아맞힌다.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떨어지면…
음력 사월 스무사흘. 모내기철. “가갸거겨…” 밤새 무논 개구리 글 읽는 소리. “소쩍! 소쩍∼” 먼 산 소쩍새 구슬픈 울음소리. “딸랑! 딸∼랑!” 신새벽 외양간 암소의 맑은 워낭소리. “꼬꼬댁! 꼬꼬!” 한낮 암탉의 호들갑 알 낳는 소리. “꾸르륵! 콸∼콸!” 논배미 물들어 가는 …
‘경제학자의 존재 이유는 기상학자를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경제학자의 경기 예측이 자주 틀려서 나온 얘기지만 기상학자도 예측의 굴레에 매여 있기는 마찬가지. 기상학계는 근래 들어 슈퍼컴퓨터의 모의실험을 통한 예측(수치예보)으로 정확성을 높이려 애쓰고 있다. 그…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던 주말 비. 나무 위로 존재를 드러낸 새순에겐 고맙기만 하다. 대지의 촉촉함을 한껏 빨아들인 양 밤새 통통히 살이 올랐다. 울긋불긋 꽃들이 지나간 자리, 연두색 이파리들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