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 김영랑 생가에 모란꽃 활짝. 자주색 감도는 붉은 꽃.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 흐르는 꽃. ‘꽃의 재상(花相)’이 작약이라면, 모란은 ‘꽃의 왕(花王)’으로 불렸다. 중국인들은 ‘꽃의 신(神)’이라고까지 떠받들었을 정도. 꽃이 피면 그 앞에 술을 놓고 절까지 했다. 오죽하면 영…
미국 중남부를 강타한 토네이도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한다. 토네이도는 우리나라에도 있다. ‘용오름’이다. 용이 오른다는 뜻이다. 1964년 9월 13일 오전 2시경 서울 뚝섬 일대를 휩쓴 용오름은 팔당 부근까지 이동했다. 당시 대문을 고치던 부부는 200m나 날려갔다. 육지에선…
황사가 꽃을 시샘하는 듯하다. 오늘은 안개와 황사가 함께 나타난다는 예보다. 황사의 작은 입자는 응결핵 역할을 해 안개를 더 짙게 만들 수 있다. 1990∼99년 10년간 황사 관측 횟수와 일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황사는 3월 초순에서 5월 중순 사이에 관측됐다. 지금은 거의 끝물…
커피숍 2층 테라스에 앉으니 활 모양으로 솟아오른 가로수 가지들이 코앞에서 바람에 흔들린다. 촘촘히 올라온 손톱만 한 어린 은행잎들이 잔디밭의 세 잎 클로버처럼 작고 깜찍해 눈을 즐겁게 한다. 세상에 막 나온 저 자그맣고 여린 잎들이 손바닥만큼 자라고, 짙어지고, 무성해지는 동안 소리…
여의도 윤중로의 벚나무에 어느새 파란 잎이 돋는다. 소리 없이 꽃눈을 틔우다 어느 순간 만개(滿開). 수많은 사람을 불러모으며 하얀 꽃잎으로 황홀경을 펼치던 그곳. 작은 꽃잎들의 백색 군무가 아쉽다. 그래서 벚꽃은 요절한 천재를 닮았나 보다. 불꽃처럼 타오른 뒤 추하게 늙기 싫다는 듯…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1592년부터 7년간의 임진왜란 체험을 기록한 국보 76호. 충무공은 대부분의 일기를 소상한 날씨 얘기로 시작했다. ‘안개가 끼고 비가 잠시 내리다 늦게 갬’ 하는 식이다. 350년 뒤 아이젠하워는 말했다. 날씨를 아는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
미스김라일락. 우리이름 ‘수수꽃다리’. 꽃대가 수수 닮은 조선꽃. 멀쩡한 한글이름 두고, 왜 미국이름 붙어 돌아왔을까. 1947년 미국 식물학자가 북한산 백운대에서 씨받아 간 꽃. 그 채집가의 한국여비서 성씨가 김씨였다던가? 쪽머리 내 어머니처럼 단아한 옥양목 흰 꽃. 어릴 적 초가집…
요즘 날씨 예보에는 슈퍼컴퓨터가 쓰인다. 유체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방정식이 알려져 있어, 특정 시간의 기온 풍향 풍속을 입력하면 일정 시간 이후의 대기 상태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이 그리 단순하던가. 그 방정식의 해는 근사값으로만 구할 수 있고, 초기 입력값에도 오차는 숨어 …
법의 날. 한자로 ‘法(법)’은 ‘수(물 수)’와 ‘去(갈 거)’의 합성어. 결국 ‘법이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말일까. 아니면 ‘법은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적용해야 된다’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법이란 세상 흐름에 맞춰 그때그때 바뀌어야 한다’는 뜻일까. 그렇다. 인간의 법은…
봄비 오는 날 떠오르는 것들의 목록.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로 시작하는 이수복 시인의 ‘봄비’, 마룬 파이브 ‘선데이 모닝’(Sunday morning), 라디오헤드 ‘하이 앤드 드라이(High and Dry)’, 곽재용 감독 ‘클래식…
오늘 새벽 서해안과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천둥과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비는 늦은 밤 서해안부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강수량은 지역별로 차이가 크며 특히 남해안과 제주 산간 지방, 지리산 인근에서는 8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다…
‘봄볕에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고 했다. 조상들도 봄볕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봄에는 오존층이 얇아져 다른 계절보다 자외선 양이 많다. 건조한 바람과 황사 먼지도 겨우내 연약해진 피부를 위협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단호박 당근 등 비타민A가…
곡우(穀雨). 볍씨 담그는 날. 촉촉한 단비가 씨앗들을 어루만져 눈을 틔우는 날. 물이 잔뜩 오른 나무들이 살며시 몸을 푸는 날. 탱탱 불어터진 버드나무가 젖몸살 앓는 날. 연둣빛 봄나물이 어느새 초록으로 변해 뻣뻣해지는 날. 참새 혀처럼 삐죽 내민 여린 찻잎 따는 날(우전차). 바람…
번개는 구름 속의 작은 입자들에 축적된 전기적 성질이 평형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방전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구름과 구름 사이에서 발생하면 번개이고,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발생하면 벼락이 된다. 천둥은 방전 때 갑자기 뜨거워진 공기가 팽창하면서 나는 소리다. 자연에는 ‘차면 기우는’ …
누구는 1년을 기다렸으리라. 흐드러진 연분홍 꽃잎과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그 둘의 눈이 시린 조화. 벚꽃은 대표적인 봄의 전령이지만 개화(開花) 기간은 길어야 열흘 정도다. 잠시 화려함을 뽐내곤 초연하게 진다. 생이 짧아 더 아름다운 것일까. 11일 시작한 여의도 벚꽃축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