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휴가를 떠났다. 황홀할 정도로 푸른 산과 하늘하늘 예쁜 꽃들을 보며 연방 감탄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길을 걷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휴가지에서 본 예쁜 꽃도, 녹색의 뒷산도 다 내 주변에 있던 것이었다. 짧은 점심시간, 비에 한층 더 깊어진 녹음을 감상해 보자. 그 여유만으로…
가을을 재촉하는 비. 이 비 그치면 무더위가 거의 꺾이고 서늘한 바람이 더 분다고 한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 아직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권. 기압골의 확장 수축이 유동적인 데다 강수량과 온도차도 지역에 따라 들쭉날쭉. 그런데 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은 벌써 가을을 노래 부른다. ‘……
아파트 빈터 수줍게 핀 달개비 꽃. 닭장 옆에서 잘 자라는 닭의장풀. 문득 피었다가, 금세 져버리는 하루살이꽃(day flower). 선비들이 ‘꽃이 피는 대나무’라며 어여뻐하던 꽃. 무성한 풀밭에서 까치발로 선 깜찍한 꽃. 하늘하늘 가녀린 줄기에 귀 쫑긋 세운 꽃. 어머니 남색 적삼…
“‘인생은 짧다’고 실없이 옮겨 본 노릇이/오늘 아침 이 말은 내 가슴에다/화살처럼 와서 박혔습니다/… 연인들이여 인색할 필요가 없습니다/적은 듯이 지나 버리는 생의 언덕에서/아름다운 꽃밭을 그대 만나거든/마음대로 앉아 노니다 가시오.”(노천명의 ‘추풍에 부치는 노래’ 중) 가을을 재…
TV로 공포영화를 볼 때 너무 무서워 보기 싫은데도 가족들의 시선 때문에 참아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주인공이 가지 말라는 장소에 가거나 주인공 여자친구가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나오면 곧 피가 튀는 장면이 나온다는 암시다. 대비하고 있다가 슬쩍 눈을 돌린다. TV를 보는 것처럼 보여야…
비가 오는 날에도 야구장을 찾는 야구팬이 많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야구장 내 먹을거리 문화가 달라진다. 술은 반입금지지만 몰래 팩 소주를 가지고 들어와 오징어와 먹으면 화창한 날보다 맛이 2배 좋다고 한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맥주에 통닭이나 족발을 싸와서 먹는 것도 좋다. 야구…
요즘 시골에서는 고추 말리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잘 익은 열매 위로 뙤약볕이 가득하겠지요. 농부들은 혹 소나기라도 내릴까 틈틈이 하늘을 점검하는 일도 잊지 않습니다. 햇볕에서 바짝 말린 올해 태양초는 지난해보다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올여름 일조량이 풍부해서요. 주부들에…
처서를 며칠 앞두고 느닷없는 폭염주의보. 아열대기후의 본때를 보여줄 기세로 늦더위의 심술이 그치지 않는다. 남태평양 사이판이나 괌에서 부는 열풍을 맞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야자수가 길거리에서 아무 탈 없이 자라는 모습도 흔한 풍경. 열대야에 지쳐 언뜻 잠이 들면 뜬금없는 장면이 나타…
포도. 과일의 여왕. 다산(多産)의 상징. 첫 포도를 따면 집안의 맏며느리에게 맨 먼저 먹였다. 전 세계 과일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 하얀 것이 많을수록 달다. 포도송이는 위쪽이 달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시다. 아래쪽을 먹어본 뒤 고른다.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 물에 씻으면 농약…
여름의 막바지, 여전히 후덥지근하긴 하지만 아침저녁 바람은 부쩍 선선하다. 전형적인 여름옷 차림의 사람들 속에서 언뜻언뜻 얇은 긴팔 셔츠와 가을을 연상시키는 색깔의 옷도 눈에 띈다. 아침 출근길, 옷장 속 가을 옷을 만지작만지작거리는 여심(女心)은 문뜩 훌쩍훌쩍 잘도 지나가는 시간을 …
함께 사는 강아지가 아파서 동물병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독립적인’ 멍멍이였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 졸졸졸 따라다니고 안아달라고 해요. 수의사 선생님 말씀이 “아플 때 간혹 어린 시절에 하던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아침 출근길, 바람이 제법 시원…
연이어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뜻하지 않은 소나기가 쏟아지면 우선 축대 담장이 무너질 위험은 없는지, 거센 바람에 날아갈 물건은 없는지 확인한다. 운전할 경우에는 물에 잠긴 도로를 피하고 저단기어로 운행하는 것이 좋다. 번개가 치면 우산을 쓰지 말아야 하고 큰…
휴가를 다녀온 후 오히려 몸이 더 힘들다는 속칭 ‘휴가 후유증’을 겪는 사람이 많다. 아침마다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일하는 도중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자. 점심식사 후 햇볕을 쬐면서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좋다. 휴가 기간에 몸무게가 불어났다면 동물성 지방을 멀리하…
열대야를 몰아내는 장대비.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공기. 단잠을 깨면 장대비가 후드득 후드득. 골목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3단 와이퍼가 드르륵 드르륵. 우산 하나 들고 나란히 걷는 연인들. 하지만 비 그치면 가마솥 열기. 빗속의 풍경도 바람처럼 사라진다. 올여름 열대야가 발생한 날…
음력 칠월 초나흘. 밤하늘에 걸린 고운 눈썹 달. 소녀의 손톱 끝에 뜬 ‘손톱 달’. 날아갈 듯한 ‘버선코 달’.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달’. 탱자나무 울타리에 걸린 시퍼런 ‘낫 달’. ‘얼마나 배고픈지, 볼이 움푹 파여 있는, 심연을 알 수 없는 밥그릇 같은 모습으로 밤새 달그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