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세발낙지는 울퉁불퉁 힘이 세다. 산 것 통째로 먹는 맛이 으뜸. 첫째, 나무젓가락 위쪽을 조금 벌린 뒤, 그 사이에 낙지 목을 잽싸게 끼운다. 둘째, 낙지 8개 다리를 손으로 한두 번 훑어 내린다. 셋째, 낙지다리를 새끼 꼬듯 지그재그 식으로 엇갈리게 감는다. 넷째, 기름장에 찍…
상강(霜降).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로 24절기 중 18번째이자 가을의 마지막 절기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 지표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급격히 차가워진 밤공기와 엉겨 서리가 된다. ‘머리에 서리가 내린’ 중년들이 노후를 준비하듯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가을의 보석’이라 불리는 자연산 송이버섯은 20도 안팎의 기온이 유지되고 잦은 비로 습도가 높은 숲에서 잘 자란다. 올해는 이런 기후 조건이 이어져 송이버섯 풍작이 기대된다. 송이버섯, 죽순, 표고버섯, 청경채, 은행 등을 굴소스에 볶아 밥 위에 얹어 먹는 송이버섯 덮밥은 가을철 보…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파란 물로/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그곳에/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조병화 ‘가을’) 아침저녁으로 쌀쌀했던 날씨가 주말엔 다소 풀린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만끽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울긋불긋 자태를 뽐내는 단풍도 …
경복궁 향원정(香遠亭)은 이름부터 향기롭다. 향원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경복궁 북쪽 후원에 연못을 파고 이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왕이나 그 가족이 휴식하던 공간이다. 향원정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가을 단풍이 들…
우리네 아버지들의 별명은 ‘젖은 낙엽 세대’. 그늘 아래에만 있으면 모른답니다. 나무의 청춘이 얼마나 눈부셨고 뜨거운 햇살을 여름 내내 얼마나 든든하게 막아왔는지.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릴 때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세요. 든든한 밑동에서 뻗어나간 무성한 가지와 이파리, 온몸으로…
음력 구월 초사흘. 뒤란 대추나무에 대추알 주렁주렁. 발그레 달아오른 대추 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장석주 시인) 비타민C가 감귤의 5배. 대추차 한 잔이면 몸이 따뜻해진다. ‘대추, 밤, 배, 감’의 조…
‘봄은 날씨가 화창해 마음을 크고 넓게 하지만 가을의 맑고 상쾌함이 사람의 심신을 맑게 하는 것만 못하다.’(채근담) 가을에는 온도가 점점 낮아진다. 지표가 따뜻해지며 대류작용이 활발한 봄과 달리 대기가 안정적이다. 바람이 강하지 않기에 먼지는 상공에 머물지 않는다. 여름 내내 내린 …
햇볕을 머금은 섬진강은 은빛 물고기 가득한 호수처럼 반짝거린다. 마을을 안고 흐르는 강줄기 따라 레일 바이크 페달을 힘껏 밟는다. 오래전에 수명을 다한 철길은 솔방울과 다람쥐, 야생화가 흐드러진 강둑길을 보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과 함께 되살아난다. 지리산에서 시작한 섬진강의…
“그곳에는 사계가 함께 있어, 여름에도 겨울이 있고, 가을에도 봄이 있대.”(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부쩍 싸늘해진 아침, 울긋불긋해지는 나무 틈으로 철모르는 새싹이 올라왔다. 다가올 겨울 추위가 걱정되지도 않는 양 씩씩하게 고개를 든 새싹. 깊어가는 가을의 중턱, 절정을 뽐내며…
‘봄꽃’만큼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 ‘가을단풍’. 서서히 은행나무가 노랗게 옷을 갈아입는 요즘, 가까운 산으로 단풍놀이를 떠나보자. 이때 옷차림은 가볍고 움직이기 편해야 한다. 일교차가 크고 날씨 변화가 심하므로 두꺼운 옷보단 얇은 옷을 겹쳐 입는 게 좋다. 바람막이 재킷도 꼭 챙기자…
제1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장교들을 혹독한 추위에서 지켜 준 트렌치코트. 한 세기가 흐르는 동안 트렌치코트는 영화배우 험프리 보가트부터 샤를로트 갱스부르까지 세월과 성별을 떠나 낭만과 우수의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아침 최저기온이 5∼14도로 쌀쌀해진다는 예보. 도심 곳곳에서 시크…
산기슭 덜퍽지게 핀 노란 감국. 남새밭 끌밋하고 미끈하게 솟은 무. 푸른 하늘 다붓다붓 날아가는 기러기 떼. 고개티 봄꽃보다 더 붉고 고운 단풍. 뒤란 흐벅지게 매달린 대추알. 앞동산 그윽하고 자차분한 다복솔밭. 안마당 꼬리치며 뱅뱅, 털 함함한 복슬강아지. 강물둔치 겅중겅중 뛰노는 …
1940년 경북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해례본)이 발견됐다. 정통 11년 9월 상한(正統十一年九月上澣)이라 적혀 있었다. 상한을 상순(上旬)의 끝인 10일로 보고 1446년의 이날을 양력으로 환산하니 10월 9일. 오늘은 566돌 한글날이다. 1991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던 이날을…
한로(寒露). 푸섶길 발에 채는, 차가운 이슬방울들. 문득 두레박에 들어앉아 일렁이는 쪽빛 하늘. 쏴아! 쏴아! 조릿대 머릿결 빗겨주는 맑은 바람. 노란 조각 처네로 덮인 산자락 층층다랑논들. 곳곳 알싸한 들깻잎 냄새. 발가락으로 무쳐도 맛있는 텃밭 남새. 갈마들며 코끝을 오가는 구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