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들은 연애하기가 어렵다. 외로운 수술이 암술에 꽃가루를 보낼 방법이 없다. 이맘 때 꽃 사이를 오가던 벌과 나비가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지난봄 추운 날씨에 모두 얼어죽었단다. 연애를 못하면 열매도 없다. 열매가 나지 않으면 초식동물이 배를 곯는다.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 세…
차르르 차르르 자전거의 노랫소리가 사뭇 경쾌합니다만, 비틀비틀 초보 바이커는 날렵하게 달려가는 친구를 겨우 따라가네요. 도르르 땀이 흘러내리고 다리가 뻐근해옵니다. 잠시 휴식. 제주산 천혜향 두 조각, 시원한 생수 한 모금에 다시 영차! 보랏빛 야생화가 춤추는, 한강변의 명징한 풍경.…
하늘과 같다는 스승의 은혜. 아침 낮의 일교차가 스승의 질책과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바른 길을 가라는 선생님 말씀에 한기가 오싹, 조건 없는 제자 사랑에 온몸이 뜨끈뜨끈.그런 사랑에 전염되지 못하면 온도차가 큰 봄날 감기가 든 것처럼 맥 빠지기도 했다. 인생의 냉탕과 온탕도 선생님이…
음력 사월 초하루. 산과 들에 지천으로 핀 노란 민들레꽃. 푸른 풀밭에 점점이 뿌려져 있는 노란 단추들. 땅바닥에 바짝 달라붙은 이파리. 솜사탕 씨앗 ‘후∼’ 불면 바람 타고 훨훨 날아간다. 홀씨는 고사리처럼 ‘꽃 없이 홀로 맺는 씨’. 예쁜 꽃 피우는 민들레는 ‘홀씨’가 아니라 그냥…
화창한 봄 아가씨의 미소에 넘어가 얇은 옷 한 장만 입으면 낭패다. 저녁이면 쌀쌀맞게 돌아선 이 아가씨 마음에 당황하며 오돌 오돌 떨게 될지도 모른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10도가 넘는다. 오늘 아침, 가방 속에 든든한 카디건 하나 챙겨 넣으면 어떨까. 재킷 안에 쏙 들어가는 귀여운 …
일찍 일어나 강아지 두 마리와 아침 산책을 즐겼습니다. 까만 코가 꿈틀꿈틀 5월의 바람을 한껏 느끼더군요. 귀를 휘날리며 잔디밭도 누볐습니다. 저도 덩달아 발걸음이 빨라졌지요. 친구는 처음으로 출근 전 1시간 동안 한강변을 가볍게 달렸대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면 회색 건물 안에 가만…
황사. 중국, 몽골 사막의 작은 모래 먼지가 떠올라 한반도를 덮치는 현상. 중국에선 ‘모래 먼지폭풍(沙塵暴)’, 서양에선 ‘아시아 먼지(Asian Dust)’라고 부른다. 우리가 황사라는 말을 쓴 건 일제강점기부터. 그 전엔 ‘흙비(土雨)’라고 불렀다. 11일 전국에 옅은 황사가 온다…
일주일 멀리 떠났다가 돌아와 보니 풀과 나무가 부쩍 자라났습니다. 떠날 땐 썰렁한 봄이었는데 어느새 생기 무성한 여름입니다. 그 사이 두 살배기 딸도 훌쩍 커버렸습니다. 얼굴 한쪽에 벌써 낯선 모습이 엿보이네요. 여름 냄새 나는 풀밭에서 한참 뛰어 놀았습니다. 소중히 지켜보지 않으면 …
햇살을 잔뜩 받아야 피는 카네이션.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는 못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이 자랑이다. 언제나 모든 걸 희생하는 부모님의 사랑처럼. 올해는 일조량이 적어 늦게 핀단다. 내리사랑에 대한 감사에는 생화(生花)가 없어도 그만. 고사리손 아이들이 달아주는 종이 카네이션도 감동 두 배.…
하늘나라 엄마가 단 5분 만이라도 이승으로 휴가를 나온다면?정채봉 시인(1946∼2001)은 ‘한 번만이라도/엄마!/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숨겨 놓은 세상사 중/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엉엉 울겠다’고 했다. 정 시인은 두 살 때 엄마를 잃고,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올여름님은 성격이 좀 급한가 보다. 좀 천천히 가자 권하는 잠깐 비에 땀이 좀 멎는다. 봄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한 게 아쉬워 찾은 수목원. 남편도 아내 기쁘게 해주겠다며 모처럼 동행. 그런데 오늘따라 힘들어하는 남편. 한참 걷다 알았다. 남들 다 운동화 신은 공원에서 혼자 구두 차림…
무슨 음악을 들을까 무심히 훑다가 눈길이 멈춘 CD 한 장. 속표지에 수줍게 적은 조그만 글씨. 레이철 포저의 정직하면서도 포근한 연주를 들으며 온기가 차오르는 시간을 즐긴다. 다정한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이 난다. 흐리지만 따뜻한 어린이날. 이 세상 모든 꼬마들…
어느덧 올봄의 마지막 날. 봄은 요 며칠 뽀얀 속살을 보여주는가 싶더니 또 구름 뒤에 숨어버렸다. 주말까지 잿빛 구름이 하늘을 가릴 듯. 내일 어린이날엔 비까지 오락가락해 아이들 속 깨나 상하게 하겠다. 내일은 입하(立夏). 날이 개면 바로 뜨거운 여름이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 말고는…
옷장을 활짝 열었다. 추운 날씨에 부지런히 ‘출동’한 터틀넥은 이제 서랍 깊숙한 곳에서 안식. 겨울용 겉옷은 먼지 털고 한데 모아 가지런히 정돈. 지난해 한 번도 안 입은 옷, 목이 늘어나고 꼬질꼬질한 옷은 의류수거함으로. 안녕, 그동안 수고 많았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
시베리아 기단의 퇴각. 동(冬)장군의 끝자락을 잡았던 패전 세력. 한반도에 밀려오는 봄을 막을 순 없었다. 시베리아 벌판에도 민들레 꽃씨가 날린다. 그곳 청년들은 지금 길거리에서 맥주를 들고 다니며 마신다. 동장군 지배하에서는 멋 부리며 마시다가 맥주병이 입술에 달라붙기도 한다. 북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