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들면 꼬맹이들이 제일 바빠져요. 잠깐 비친 햇살에도 죄다 동네 공원에 모여들었네요. 기저귀를 찬 아랫도리는 하나같이 빵빵한 모습. 종종걸음으로 비눗방울을 쫓다가, 강아지를 쫓다가 한참을 뛰어다녀요. 아가들의 목소리는 노란 산수유꽃 빛깔. 몸에선 파란 봄 냄새가 나네요. 심술궂은…
봄꽃 시샘하는 남해안의 비.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러 진해 군항제에 놀러갔다가 화들짝 놀란다. 벚꽃 장에 나온 중국산 우산을 봐도 비바람의 울림이 들린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고. 춘삼월 꽃놀이에 들뜬 여심도 조변석개. 꽃잎이 시들어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 여의도 윤중로에 핀…
‘제주에 벚꽃이 피면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없다’는 운전사 아저씨의 호언장담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다시 찾은 제주 올레. 아침부터 내리는 봄비에 마음이 심란해졌다. 하지만 왼쪽을 보면 바람을 머금은 바닷내음이 솔솔, 오른쪽을 보면 봄비에 촉촉해진 노란 유채꽃이 활짝. 번잡스러운 가…
개나리 진달래꽃 우르르 필 때 부는 꽃바람. 시냇가 실버들가지 한들한들 실바람. 살랑살랑 비단옷처럼 부드럽게 감기는 명주바람. 뒷동산 솔밭 사이 고양이 발자국처럼 살금살금 부는 솔바람. 푸른 보리밭머리 쓰다듬으며 따스하게 오는 들바람. 은비늘 은물결 일렁이며 미끄러지는 강바람. 땀 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 들판. 뻐근한 봄 햇살. 논마다 찰랑찰랑 물소리. 갈아엎은 흙덩이는 축축이 젖어 싹 틔울 채비. 농부들 농사준비에 총총걸음. 숭늉처럼 구수한 논두렁 마른 풀 타는 냄새. 어느새 초록으로 변한 연두새싹들. 꽃대마다 닥지닥지 꽃피운 노란꽃다지. 꽃이 오밀조밀 너무 …
뜨거운 핫초코 대신 상큼한 딸기 셔벗 한 잔. 무거운 패딩 점퍼 대신 가벼운 카디건. 까끌까끌한 울 니트 대신 바람에 펄럭이는 흰색 셔츠. 귀에는 애절한 발라드 음악 대신 가벼운 모던록 한 곡. 홍익대 앞 아늑한 카페 대신 봄바람 살랑거리는 상암동 하늘공원. 머리부터 발끝까지 허물 벗…
입맛은 깔깔하고 몸은 천근만근. 해마다 봄이면 겪는 일인데 누군가 해결책을 알려주지 않으면 반복되는 고생만. 이럴 때는 제철인 주꾸미와 봄나물이 제격. 주꾸미는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 좋고, 봄나물 한 입 물면 알싸한 흙내가 가슴에 봄을 전한다. 돈 들여 건강음료, 비타민제 찾기…
오늘은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청명 겸 식목일. 완연한 봄기운에 예로부터 청명에는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치고, 밭갈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 날씨로 보면 진달래는커녕 개나리 보기도 힘들다. 봄이 어디께서 주춤하고 있는 걸까. 화분 하나 집 안에 들여놓으면 머뭇거리는 봄을 좀 …
‘어디서 목련 봉오리 터지는 소리/왼종일 그 소리/뜰이 그득하다/아무것도 없어도 뜰은/소리 하나로/고운 봄을 맞이한다’ <김춘수의 ‘봄 C’에서>. 탱탱 불어터진 목련꽃망울. 보송보송한 ‘솜털 붓 머리’. 금방이라도 뿅! 뿅! 뿅! 터질 것 같은 충만함. 북쪽을 바라보며 피…
4월인데도 날씨가 춥습니다. 반갑지 않은 황사가 잇따라 찾아오고 비바람 등 을씨년스러운 날씨까지 겹쳐 도대체 봄이 언제쯤 오려나 싶습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사병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형제, 연인, 친구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발만 …
“힘내자” “괜찮아질 거야” “조금만 참자” 이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매년 오늘만큼은 반쯤 ‘나사’를 풀어도 괜찮았다. 기분 좋은 거짓말로 서로가 웃었던 만우절. 올해만큼은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다. 날씨도 눈치를 챘는지 밝은 표정을 짓지 않겠단다. 먹구름에 비 내리는 만우…
지난주 들른 설악산 꼭대기의 봉정암 주변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겨울이면 1m 이상 눈이 쌓이는 이곳은 가을에 헬기로 수십 개의 석유통을 배달받는다. 겨우내 먹을 양식도 이때 보급 받는다. 눈이 녹기 전까지 봉정암의 스님들은 하산하지 않는다. 봉정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스님에게서 편지 …
오랜 친구와 약속 날짜를 잡는 좀 더 낭만적인 방법. “4월 셋째 주 금요일에 봐” 대신 “(오후 6시 기준으로) 4월 처음으로 비 내리는 날 막걸리 주점에서 만나”는 어떨까. 술 대신 꽃을 더 좋아하는 친구라면 “창덕궁에 매화가 피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날, 정문에서 만나자”도 좋다.…
음력 이월 열나흘. ‘바람의 신(神)’ 영등할매가 하늘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영등할매는 음력 이월 초하루에 내려와 이월 보름이나 스무날에 올라간다. 딸과 함께 오면 바람이 불며 그해 농사는 흉년이고, 며느리와 같이 오면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지만 그해 농사는 풍년이다. 영…
지난해 3월 말엔 날씨가 꽤 따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제 서울 등 일부 지역에는 강한 찬바람에 눈발까지 날렸습니다. 한겨울에도 눈을 보기 힘든 수도권에서 3월에 이렇게 눈이 자주 내렸던 것은 오랜만인 듯합니다. 입춘, 우수, 경칩, 춘분이 지났는데도 봄은 아직 멀리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