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의욕만 앞서 잔뜩 사놓은 연하장. 정작 보낼 때쯤엔 자꾸 망설여진다. 첫째는 간만에 써본 손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둘째는 상대의 주소를 묻는 일부터가 ‘큰일’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것만은 분명하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와 단체 문자메시지에 담긴 마음의 무…
어제가 대설(大雪).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눈. 밤새 남몰래 쌓인 도둑눈. 히말라야 만년설의 숫눈. 펑펑 퍼붓는 함박눈. 비 섞인 진눈깨비. 비 섞이지 않은 마른눈. 조금씩 잘게 내린 가랑눈. 가루로 뿌려진 가루눈. 얇은 살눈. 가늘고 성긴 포슬눈. 살짝 발자국 나는 자국눈. 싸라기 같…
12월의 첫 주말이 매서운 추위로 시작했습니다. 서울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렀는데요. 이번 추위는 오늘 낮부터 조금씩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겨울 날씨는 추워야 정상적이죠.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눈도 덜 내리고 한강에 얼…
“그대 여름과 봄 대신에 겨울에 미소를 주셨죠/흰눈 쌓인 바닷가 멀리 흩어진 햇살 같은 미소는….”(이문세 ‘겨울의 미소’) 겨울의 묘미는 함박눈만큼 눈부신 겨울 햇살. 하지만 그 햇살, 참 감질나게 한다. 요 며칠간 이어진 흐린 하늘 때문에 눈부신 그 미소를 볼 수 없었으니 긴긴 겨…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양명문 시 가곡 ‘명태’에서). 신선한 생태, 말린 북어, 얼린 동태, 반쯤 꾸덕꾸덕 말린 코다리, 얼었다 녹았다 황태, 내장은…
‘이승의 일/저승 가서도 고자질 마라/당장 잡혀갈 놈 수두룩하다/저승 가면/어떤 일도 말하지 말라고/아무 것도 일러주지 말라고/…/내 주검 속에 들어있는/그 많은…/말 못할 사리들’(최명란의 ‘다시, 묵비’에서). 음력 시월 열이레. 동안거 사흘째. 절집 마당에 환하게 뜬 이지러진 달…
딸랑딸랑∼. 종소리와 함께 구세군 빨간 냄비가 돌아왔다. 12월 첫날부터 24일까지 전국 76개 지역에 300개의 모금함이 설치된다. 3년 전 처음 도입했던 ‘티머니(T-money) 모금’은 올해는 하지 않을 예정. 설치비와 홍보비에 비해 거둬들이는 금액이 적다는 게 구세군 측의 설명…
어묵과 떡볶이 외에 새 메뉴들이 길거리에 등장. 길거리 뷔페의 추가 메뉴는 붕어빵 군밤 호떡 고구마 은행 가래떡 구이 등. 길거리 메뉴가 여름보다 많은 이유는 아마도 사람들 마음이 겨울에 더 허하기 때문은 아닐까.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급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냠냠 쩝쩝 우걱…
‘한국의 나폴리’ 경남 통영에 가니 굴이 제철. 굴숙회 굴회 굴죽 굴보쌈 굴찜 굴전 굴밥 굴튀김 굴라면까지. ‘바다의 우유’ ‘먹는 화장품’인 굴은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일손 부족에 김장철까지 겹쳐 굴 값은 지금이 가장 높을 때. 그래도 싱싱한 생굴을 초고추장에 찍어 한입 꿀꺽하는…
반갑다! 겨울철새. 큰고니 흑고니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재두루미 저어새 독수리 흰꼬리수리 항라머리검독수리…. 금강하구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 떼. 지구상의 90% 가창오리가 시베리아벌판에서 날아왔다. 낮엔 놀다가 해질 무렵 일제히 날아올라 김제 만경 들판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밤거리가 형형색색 조명과 장식으로 화려해집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가는 분위기가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송년회도 많아지는데요.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면 간이 손상되는 등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죠. 거리에서 휘청거리…
2007년 ‘텔미’ ‘거짓말’, 2008년 ‘미쳤어’ ‘노바디’…. 두꺼운 코트를 벗어 던지고 무대 위 현란한 춤을 선보일 시간. 입김 농도가 조금씩 세지는 11월 끝자락, 모두 2009년 송년회를 준비해야 할 시간. “이러다 미쳐 내가…”로 ‘시건방 춤’을 출 것인가, “아이 돈 케…
‘모든 악이 그 안에 모이는 단어, 고독.’(빅토르 위고) 1년 중 가장 고독한 달인 11월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국경일도, 변변한 기념일도 없는 달. 날씨만큼이나 무미건조한 달. 대입 수험생에게는 애가 타는 달. 이제 며칠 뒤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로 고독을 느낄 틈도 없는 12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메리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방법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성탄을 준비하는 ‘미리 크리스마스’! 남대문시장에서 구입한 작은 트리가 1만5000원, 오래 켜도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LED 전구 8000원, 산타할아버지 모양의 촛대가 5000원. 그 덕분에 휑한 …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배배 말라 가면서/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윤종호의 ‘시래기’에서). 뒤란 응달 처마 밑, 겨우내 몸 뒤척이며 말라비틀어진 시래기 다발. 쪼글쪼글 푸석하고 볼품없는 흑갈색 푸성귀. 바람 불면 파르르 바스락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