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 제주 서귀포 구도심의 밤하늘은 아름답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사이로 비행기의 탐조등이 북으로 멀어지는 동안 바닷새들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재래시장 아케이드 위로 날아옵니다. 때때로 흰 새들이 무리를 이뤄 하늘을 휘젓다 사라질 때면 깊은 바다에 잠겨 물고기 떼의 유영을 …
《 14일 오후, 1960년대 ‘울릉도 트위스트’ ‘화진포에서 맺은 사랑’ 등을 대히트시킨 초기 걸그룹 이시스터즈 멤버 김희선 씨(71)를 경기 고양시의 자택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 걸그룹 역사를 집대성한 전시에 갔다가 오랜만에 깊은 감회에 젖었다는 그는 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미국…
《 나는 스물두 살이다. 여자다. 결혼도 해야 하고 애도 낳아야 한다. 그런 내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고리야마(郡山) 시에 산다. 남들은 후쿠시마의 ‘후’자만 들어도 겁을 내는 원전 사고 지역 부근이다. 아침마다 신문을 펼쳐보며 오르락내리락하는 방사능 수…
○ 2대 히메네스, 체격도 딱! 성격도 딱!“쉭, 쉭, 쉭…. (계속해, 계속)” 뛰기 시작한 지 벌써 10분. 서서히 발걸음이 느려지자 등에 올라탄 조련사가 명령을 내린다. 그래, 뛰자. 조련사는 내 주인이니까. 다시 원형 마장(馬場) 안에서 재게 발을 놀린다. 5분쯤 더 지났을까.…
《 캐나다 오타와에 사는 알랭 디온 씨(42)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아이스하키 게임을 한 후 술집에 들렀다.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디...
《 캐나다 오타와에 사는 알랭 디온 씨(42)는 지난 주말 친구들과 아이스하키 게임을 한 후 술집에 들렀다.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디...
《 대학을 졸업한 뒤 전업주부로만 지내온 강승희 씨(52)는 지난해 3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세븐일레븐 목동6호점을 인수했다. 외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끼던 차에 이 점포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반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 하는…
《 일본 후쿠오카 야후돔. 은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주말 낮 경기가 끝난 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많은 팬이 야구장 앞을 지키고 있다. “꺅∼.” 한 여성이 운전석의 그를 발견하고는 괴성을 질렀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날 좀 봐…
《 지난달 31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수용시설 하나원 대강당. 무대 위로 올라선 마술사는 콜라 캔 속에 담긴 내용물을 비우고 캔을 찌그러뜨렸다. 마술사가 손을 대니 거짓말처럼 다시 캔이 펴졌고 뚜껑을 열자 콜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콜라를 담은 컵에 부채질을 …
《 의사는 입을 열지 않았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니,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표정 같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답답했다. 뜸을 들이던 그가 천천히 얘기했다. “결과는 나중에 알려드리겠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더 해봐야 해요.” 이수희 교사(50·여)의 가…
《 2009년 7월 18일.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정민 ‘부천FC1995’(부천FC) 운영팀장(35)은 설레면서도 초조했다. 이날 한국 축구 K3 리그(현 챌린저스) 팀인 부천FC와 영국 7부 리그 팀인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유맨) 간 친선경기가 예정됐다. 연초 S…
《 “붕어빵 주제에…. 한 개 3000원은 너무 비싸잖아.” 날 처음 본 사람들은 대개 코웃음부터 쳤다. 심지어 화도 냈다. “얼마나 맛있기에…”라며 지갑을 연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오랫동안 우리 ‘붕어빵 종족(種族)’은 길거리에서만 팔렸고, 추운 겨울철에 주전부리를…
《 “한국인 교사도 담임을 꺼리는데…. 할 수 있겠어요?”안경 너머, 교장선생님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자 몸이 움츠러들었다.“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괜히 담임을 자청한건가.’ 마음 한구석에서 기대와 후회, 두려움이 교차했다. 내가 교장이라도 걱정이 클 것 같…
《 “나, 해고됐어. 한국을 떠나야 해.”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사귄 지 채 열흘도 안 됐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이별을 해야 한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받아들여야만 했다. ‘용병(傭兵·외국인 선수)’의 운명이 이런 것이니까. 지난해 12월 나는 가슴 아픈 이별을 했…
《 “따르릉….” 2009년 가을. 오후 5시가 되자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아니나 다를까. 수화기를 들자마자 다짜고짜 내지르는 남자의 고함소리. “도대체 뭐하는 부모요. 내가 애 키우는 법 알려줄 테니 당장 우리 집으로 오시오.” 사고뭉치 아들 스즈키 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