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일성이란 분이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 “나일성? 그런 사람 모릅니다.” “1945년 한반도에서 함께 중학교에 다녔던 친구라고 하던데요.” “그때 한반도에서 중학교에 다닌 것은 맞지만, 나일성은 모릅니다.” 1986년 4월.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방송국의 PD 사…
“어, 휴대전화가 고장 났나?” 전미정 씨(43)는 공부방의 한 아이에게 전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폴더를 열고는 당황했다.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이라는 제목으로 저장해 놓은 공부방 아이 16명의 이름과 연락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잠시 의아해했던 남편 유주봉 씨(4…
불현듯 9년 전 일이 머리를 스친다. ‘유진 씨는 결혼하면 어떤 집에 살고 싶어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얼마나 멋질까. 유진 씨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정유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서로의 마음이 가장 좋은 집이잖아요.’ 아! 이 대사, 정말 사무치게 마음에 와…
2박 3일용, 5박 6일용, 그리고 한 달짜리. 거실에는 늘 크고 작은 트렁크 너덧 개가 펼쳐져 있다. 최근에만도 지난달 영국 에든버러에서 시작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하일브론을 거쳐 다시 베를린 집으로 돌아온 게 며칠 전이다. 이번엔 일주일쯤 머물다 곧 영국 런던으로 떠난다. 집에 …
‘세상의 모든 아들들은 못다 한 아버지의 꿈이다.’ 지난달 27일 독일 함부르크 임테크아레나 축구경기장. 심장이 터질 듯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경기 도중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렸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진출한 손흥민 선수(19)가 쾰른과의 경기에서 2 대 2 균형을…
학교에 돌아왔다. 모델이 되겠다는 마음을 접은 뒤였다. 수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학점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태경이는 캠퍼스 생활이 따분했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전단지 나눠주기, 식당 서빙, 배달, 야간 택배 분류, 고물상 아르바이트…. 학비와 용돈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
학교에 돌아왔다. 모델이 되겠다는 마음을 접은 뒤였다. 수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학점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태경이는 캠퍼스 생활이 따분했다. 안 해 본 일이 없다. 전단지 나눠주기, 식당 서빙, 배달, 야간 택배 분류, 고물상 아르바이트…. 학비와 용돈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
1939년, 나라 없이는 학문도 없던 그때에 조선과학운동 등을 펼치며 곤충 연구에 매진했던 조선인이 있다. 조복성(1905∼1971). 광복 이후 초대 국립과학박물관장을 지냈고 고려대 동물학 교수이자 한국곤충연구소의 설립자로 세상 떠날 때까지 곤충 연구에 매진해 ‘한국의 파브르’라 불…
20대 초반을 넘기기 어려운 병이라고 했다.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굳어 폐 근육까지 마비돼 질식하듯 죽어가는 근이영양증. 박승훈 씨(51)의 두 아들은 모두 이 병을 앓고 있었다. 현민(25) 현진 씨(19) 형제는 모두 이 근육병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천형(天刑)이나 다름없었다.…
○ 현장점검 나가면 마음 무거워져철민이(가명·15)는 내내 손톱만 물어뜯었다. 팔뚝에 멍이 시퍼렇게 들었는데도 “아프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획재정부 방기선 복지정책과장은 말을 붙여보려고 30분 동안 철민이 옆에 붙어 있었지만 철민이는 고개를 숙인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
한때 세계 1위였다. “한국에서 아이리버 MP3플레이어가 없는 집은 한 곳도 없을 것”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레인콤(아이리버의 옛 이름)을 창업한 양덕준 사장은 ‘벤처기업인의 표상’이 됐다. 당시 ‘아이리버에 다닌다’는 건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말과 비슷했다. 정석원 부장과 이상원 …
《 아침에 눈을 뜨자 다리에 아무 감각이 없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가슴 아래 부분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고석찬 씨(23)에게 장애인으로서의 삶은 이렇게 갑작스레 시작됐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거대한 갈색 벌레로 변해버린 주…
《 고등학교 졸업을 한 달여 남겨둔 2008년 2월 전권 씨(22)는 단돈 30만 원을 들고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축구의 나라 영국에서 승부를 걸어야 뭐든 될 것이란 각오였다. 실제로 돈도 없었지만 많은 돈을 가지고 가 배부르게 지내다보면 나태해질 것 같아 편도 비행기 삯을 …
《 미국에서는 킬리키코파 그레이울프라고 불렸다. 한국 이름은 박혜진(25)이다. 두 개의 이름을 가진 남자. 그는 생후 4개월 때 인디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에게 입양됐다. 한국에서 입양된 한 살 위의 누나, 열세 살 어린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 볼을 비비며…
《 2010년 3월. 심란한 하루가 이어졌다. 언론에서는 온통 애플의 아이폰 얘기였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자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바다’를 만들고 아이폰에 맞설 비장의 무기 ‘갤럭시S’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LG전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전략적 판단 착오로 일반 휴대전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