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유장호는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논바닥에 퍼질러 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얼굴에 묻은 흙덩이가 눈물과 뒤범벅돼 입안으로 흘러들어와 서걱서걱 씹혔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웬일인지 그날따라 어머니는 버스정류장에 아들을 데리러 나오지 못했다. 더듬더듬…
희귀광물 약 3000점을 모아 전시 중이라는 건 사전 취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는 사실 직접 들르기 전엔 감이 잘...
《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아영이(9·여)는 그룹 다섯손가락의 ‘풍선’ 노래를 제일 좋아했다. 동요시간에 이 곡이 나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어서서 따라 불렀다. 아영이의 ‘예쁜 꿈’...
사람들은 나를 ‘장의사’라고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장의사가 아니라 ‘디지털 장의사’가 내 호칭이다. 내가 하는 일은 디지털,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위생병이었던 92세 노인이 8년 전부터 전쟁터에서 보고 겪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증언을 계속하고 있다. 병사들이 성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위안소에 수용된 조선인 여성들의 검사를 돕는 게 그의 임무였다. 증언의 주인공인 마쓰모토 마사요시(松本榮好) 씨는 스스로를…
노인이 말문을 연다. 올해 92세의 ‘극노인’이다. 그는 일본군 위생병...
‘不客氣.’ 테이블에 앉은 류재윤 씨(52)는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검은색 펜으로 이렇게 썼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로 ‘부커치’라고 읽는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겸손해하거나 예의를 갖출 때 ‘편하게 계세요’라는 의미로 쓴다. 과거 주…
2010년 겨울.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장안대로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던 청년은 입김을 불어가며 꽁꽁 언 두 손을 연신 비비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먹밥 장사에 나선 지 사흘째. 아직 개시도 못했다. 이틀 동안...
‘첫날부터 세컨드 어시스트(수술 보조의사)? 아이고 죽었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한 흰 램프 빛이 33m² 남짓한 수술방을…
“저기요. 제가 한글을 모르는데요. 여기 내비게이션에 주소 좀 찍어주실래요?” 오늘도 아빠는 낯선 행인을 붙잡고 부탁한다. 1t짜리 트럭에 고물을 잔뜩 실은 채…. 행인은 얼굴이 까무잡잡한 아빠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목적지가 적힌 종이를 건네받는다. 내비게이션을 꾹꾹 눌러 주소를 …
13일 낮 12시경 강원 태백시 연화동 한보광업소 제1사갱 1280m 지점 막장에서 채탄작업을 하던 광원 서모 씨(44·선산부) 등 6명이 천장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10여 t의 죽탄에 출입구가 막히면서 갱내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중략) 사고지점 갱도가 경사진 곳으로 물…
‘이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단 하루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정상적인 신분으로 딸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백 번 반성하고 앞으로 우리의 고국 한국 땅에서 부끄럽지 않은 동포 신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반복된 동포들의 비극을 헤아려주시고….’ 중국 동포 송해련(가명·…
《 나름대로 ‘세상’을 한번 바꿔보려고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키웠기에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믿어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무시했다. 수영계가 나쁜 매너리즘에 빠져들었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시 뛰쳐나왔다. 처음에 그랬듯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라도 다시 세계를 제패…
점포 계약을 마치고 인테리어업체를 선정하느라 정신이 없던 3월, 뜬금없이 ‘푸드트럭’이 신문에 자꾸 오르내렸다. 한 달 뒤면 가게 ‘오성(五星)쉐이크’를 여는 김종혁 씨(39)와 강혁 씨(37)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푸드트럭이 논란이 됐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
“TV 보고 전화 드려요. 보니까 어려운 식당들 도와주시는 거 같아서요. 시설도 고쳐주시고 메뉴도 바꿔주시고…. 저희 어머니 식당을 신청할 수 있을까요? 5년째 장사하시는데 너무 장사가 안 돼서….” “네, 식당 크기가 어느 정도 되죠? 테이블은 몇 개나 있어요?” “한 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