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선 별장 내부는 호텔 객실처럼 깨끗했다. 누군가 머문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막 청소를 끝낸 듯 세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별장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가족과 연락이 끊긴 20대 여성 A 씨는 내부에 없었다. 출동한 경찰 과학수사요원은 거실, 침실, 화장실에 로…
범인의 얼굴만 기억에서 도려낸 듯했다. 범행의 시작과 끝을 감당해야 했던 70대 할머니는 유독 ‘그놈’ 얼굴을 떠올리지 못했다. 손자들 앞에서 성폭행당한 충격은 할머니에게 감당할 수 없는 수치심을 줬고 충격으로 범인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몇 해 전 이 사건을 맡은 …
지난해 11월 초 서울 강남구 대모산 일대에 작은 화재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모두 그해 10월 30일부터 11월 9일 사이에 발생한 것이었다. 불이 난 곳은 대부분 소나무 밑동에서 조금 올라간 부분이었다. 일부는 소나무 껍질 사이에 일회용 라이터가 꽂혀 있었고 …
‘여름이었다. 새벽녘이었지만 밖도, 안도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할머니와 둘밖에 살지 않는 집에 낯선 인기척이 느껴졌다. 추리닝과 속옷을 누군가 잡더니 가위로 자르기 시작했다. 소리를 쳤지만 멈추지 않았다.’어둠과 사람 얼굴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았지만, 위급한 상황일수록 인간의 뇌는 더…
모든 것이 불에 타버렸는데 어떻게 화재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생활하던 공간이 순식간에 재로 변하고 그나마 남은 물건들은 불을 끄려고 뿌린 물에 젖어버린 화재 현장을 보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다. 하지만 화재 원인을 분석해 책임 소재를 가려내는 화재감식 전문가들은 재만 남…
2013년 4월 대구 수성구의 한 사설 어학원 앞. 봄인데도 겨울 점퍼와 장갑으로 온몸을 무장한 남성 2명이 폐쇄회로(CC)TV 화면 안에 나타났다. 모자와 마스크를 써 얼굴 식별이 불가능했다. 그들은 ‘미 문화원’ 간판을 건 어학원에 화염병을 던지고 황급히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
지난해 3월 충남 천안에 살던 두 여성이 돈을 빌려간 김모 씨(36)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 일주일째 연락이 없자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김 씨는 “전남 곡성군 인근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는 낚시터를 찾아갔다. 피해…
‘윙, 윙, 윙.’ 파리 수백 마리가 큰 소리를 내며 맹렬히 돌진해 왔다. 시신에서 나는 악취가 그들을 유혹했다. 초록빛 금속성 광택을 내는 금파리가 시신의 얼굴을 뒤덮었다. 금파리는 살짝 열린 입을 비집고 들어가 하얀 톱밥처럼 생긴 알을 낳았다. 인적 드문 숲 잡초 위에 덩그러…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박 씨(76)를 만났어. 영장에는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웃 할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이를 감추려고 불을 질렀다’고 적혀 있었지. 나만큼이나 형사들에게 인기 좋은 유전자검사 기기가 ‘할머니 손톱 아래에서 박 씨 유전자가 나왔다’는 결과지를 …
손이 얼얼할 정도로 두드려도 열리지 않던 딸의 빌라 현관문은 열쇠공이 도착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철컥’ 소리를 냈다. 다급한 아버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