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근대문학사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 당국의 월북작가 해금조치를 환영한다.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이런 조치를 가지고 때늦은 감이 있다든지 시기상조라든지 또 무엇 무엇이란 토를 다는 일은 슬기로운 처사가 아닐 줄 안다. 대개 민족이나 역사에 관련된 일이란 요란스러운 것과는 …
‘1.00’ 전광판에 불이 들어왔을 때 모두들 어리둥절해했다. 환상적인 2단 평행봉 연기를 막 마치고 내려온 열네 살 체조선수 소녀가 받은 점수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광판이 표기할 수 있는 최고 점수는 9.99. 소녀가 받은 점수는 10점 만점이었다. 1976년 7월 18…
“이 시간을 계기로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민주국가로서 그 주권을 확립하게 되었고 국제적 일원으로 당당히 국제사회에 등장하게 된 것이니 이날의 감격, 이날의 광영(光榮)이야 말로 자손만대에 영원히 빛날 획기적인 역사적 기념일로 맞이하게 되었다.” 건국헌법 공포식(公布式)이 열린…
‘잠수교는 평상시 수면 2m가량 위에 걸린 듯한 댐형 다리로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2층을 가설할 수 있게 했으며 다리 중간 15m를 필요할 때마다 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위대형선박들이 지나가게 함으로써 서울의 새 명물로 등장했고 비상시 안보적인 역할도 할 수 있는 특수한 다리다.’(동아일…
2000년대의 바둑은 웹툰 ‘미생’이나 인공지능(AI) 알파고로 친숙하지만, 바둑계를 빛내온 이들은 투혼의 프로 기사들이다. 많은 이름 중에도 조치훈은 ‘목숨을 걸고 둔다’는 집념의 기사다. 교통사고 뒤에도 대국을 포기하지 않고 휠체어에 탄 채 돌을 집었던 그이다. ‘일본에서 …
에릭 클랩튼, 믹 재거, 티나 터너, 밥 딜런…. 한 사람만으로도 빛나는 팝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1985년 7월13일 영국 런던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록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였다. 아프리카의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해 아일랜드 가수 밥 겔도프가 기획한 …
왕자나 공주의 탄생이라든지 새해 첫 아기의 출산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군가의 출생 소식이 신문에 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사실 막 태어난 사람이 어떤 인물이 될지 어찌 알겠는가. 113년 전인 1904년 7월12일은 칠레에서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수알토’라는 이름의 아기가 …
‘월북 작가 박태원이 지난 10일 오후 오랜 병완 끝에 7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평양방송이 11일 보도했다. 박태원은 서울 출생으로 일본법정대를 중퇴한 후 단편소설 ’수염‘(30년 발표)으로 문단에 데뷔, 활발한 활동을 하다 6·25 동란 때 월북, 장편소설 ’갑오농민전쟁‘ 전3권 …
“살아 있어요.”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나오는 콘크리트 더미 사이 구멍 속으로 막대기를 넣었을 때였다. 힘은 없었지만 막대기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분명하게 전해졌다. 구조대원들은 탄성을 질렀다. 1995년 7월 9일 오전 6시 20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지 11일 만…
‘그녀의 발’은 참 예뻤다. 새까맣게 탄 종아리와 대비돼 더욱 희게 빛났던 그 발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에게 희망의 상징이 됐다. 그 발 주인공은 박세리(40)였다. 무대는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위스콘…
영화 ‘네트’(1995년)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주인공(샌드라 불럭)은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피자도, 항공권도 모두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사회생활도 채팅으로 한다. 생활은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 교류가 없는 외톨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해야 하는 때에 이를 확인해줄 사람이 없다. …
승리 아닌 패배가 신문 1면에 오르는 건 이례적이다. 10년 전 오늘이 그랬다. ‘47대51’의 패배 소식이 실렸다.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제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결정투표에서 평창은 러시아 소치에 패했다. 4년 전 유치전에 이은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