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네 살의 최종순 씨는 목발을 짚고 배에 올랐다. 그는 6·25 전쟁 참전 중 왼쪽 다리를 잃었다. 금강산 내금강이 보이는 양구 전투에서였다. 내금강을 다시 보는 건 40년 만이었다. 황해 해주가 고향인 그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했다”면서 그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해주 출…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초 열 감지 센서가 부착된 무인카메라를 이용해 지리산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 반달가슴곰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며 촬영한 반달곰의 사진을 17일 공개했다.”(동아일보 2002년 11월 18일자 31면) 2002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반달가슴곰의 …
1929년 오늘(11월 16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남녀가 동반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한 이야기가 실렸다. “지난 11일 밤 11시경 동래군 사상면 파출소에 벌거벗은 알몸둥이의 남녀 두 명이 들어온 것을 동 파출소에서 취조한 바에 의하면 여자는 부산부 미도리마치(綠…
“마라톤 영웅 손기정(孫基禎·사진)옹이 15일 9시 40분 별세했다. 향년 90세.”(2002년 11월 15일자 1면) 한국 마라톤의 한 장이 접히는 순간이었다. 81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성전장(聖戰場) 독일 백림(베를린)올림픽 스타디엄에서 각자 승리 혼으로 불타오…
“나는 금년 6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이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작품이 바로 ‘사랑…
“좀 쉬었다 오세요.” 열세 살 소녀 오마이라 산체스는 구조대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온몸이 화산재에 묻힌 채 얼굴만 재 위에 올라온 상황. 그는 “그저께 수학시험이 있었는데 보지 못했네요…”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이 소녀의 몸을 몇 ㎝ 끌어올리긴 했지만, 진흙이 굳…
1977년 11월 11일. 서울 시내의 한 신문사 본사 TV 화면에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란과 맞붙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2차전 경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때 전북 이리시(현 익산 시) 주재 기자가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리는 쑥대밭이다. 서울은 무사한…
‘무를 작고 네모나게 썰어서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따위의 양념과 함께 버무려 만든 김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는 어떻게 ‘깍두기’라는 이름을 얻게 됐을까. 80년 전 오늘(1937년 11월 10일)자 동아일보는 김장철을 맞아 ‘지상 김장 강습’을 진행하면서 깍두기의 유래에 …
최근 정부가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향되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은퇴 연령 간 차이를 좁히자는 취지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고령화 추세를 감안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청년 취업난에 부정…
‘김장’은 월동 준비 필수 코스 가운데 하나였다. 2013년 유네스코(UNESCO)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김치를 담그고, 그렇게 담은 김치를 나눠 먹는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장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김치 제조업체 J에서 주부 1175명을…
20세기의 끝자락이었던 1999년 12월 동아일보는 한 세기 동안 대중음악사를 수놓았던 국내 주요 뮤지션 10명을 정리했다. 조용필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20세기의 단 한 뮤지션을 꼽으라면 이 사람이다. 포크를 계승한 한국 가요 문법의 완성, 보컬과 작곡의 한국적 정체…
어머니가 아들을 훌륭하게 키우면, 그 아들은 자기뿐 아니라 어머니의 존재도 역사에 남긴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그렇고, 어머니 홍주 백씨와 아들 석봉 한호가 그렇다. 백범 김구 선생에게도 어머니 곽낙원 여사(1859~1939·사진)가 있었다. 아니, 곽 역사는 백범 선생뿐 아니…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지난 4일부터 서울공고, 성동공고 등 5개 장소에서 나누어져 열리고 있다. 청소년 기능공들의 실력이 겨루어지는 이 경기 대회는 26개 종목 430여 명의 남녀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고 올림픽 모양 우수선수에겐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이 수여되는데 (…) 팔소매에 큼직한 …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이제는 이마저 길다. 그저 ‘삼소’라는 두 글자면 충분할 만큼 한국인 입맛을 사로잡은 조합이다. 그런데 어르신 중에는 어릴 때 삼겹살을 먹은 기억을 떠올리는 분들이 별로 없다. 젊은 세대는 의아하겠지만 ‘삼겹살’은 1994년 전까지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
“경제상으로 우리 조선 사람이 아무리 군핍(窘乏·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 군색하고 아쉽다)하다 하더라도 소비조합에 고본(股本·출자금) 10원 낼 금전은 있으니 우리도 곳곳에 이런 조합이 생겨야만 아주 절명(絶命·목숨이 끊어짐)을 면할 것이다.” 동아일보는 1922년 11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