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포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문제, 사회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만 담는 것을 넘어 저출생의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겪는 일화와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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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신생아실에 산모님 아기랑 다른 아기 둘뿐이에요.” 신생아실 간호사가 말했다. 출산한 날 밤부터 2시간에 한 번 신생아실 옆 수유실에서 수유를 시작했는데, 통 다른 산모를 볼 수 없어 의아했다. 알고 보니 산모가 나랑 다른 산모 달랑 둘 뿐이라는 거다. 다음날, 병원을 찾…
넷째가 태어났다. 열 달 간 배 안에 품었던 아이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단풍잎 같은 손, 인형 같은 발, 해사한 얼굴이 드디어 내 품에 안겼다. 세상에! 이제 난 진짜 네 아이의 엄마다. 매 임신마다 출산일 직전까지 근무했던 나는 넷째가 나오던 그날도 여느 때와…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것일까? 첫째를 낳은 것은 2012년. 넷째를 품고 있는 지금과 불과 6년 차인데도 그 사이 임신부를 대하는 인심이 많이 각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을 타면 양보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첫째를 가졌을 때는 이…
뜨거운 차 안에서 사망. 이불에 깔려 질식사. 엄마로서 취재하다 가장 섬뜩할 때는 아이들이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을 접할 때다. 9명에 불과한 아이들을 차에서 내려주면서 한 명을 깜빡한 운전기사와 인솔교사, 11개월 아기를 재우겠다며 이불을 덮어 몸으로 누…
“젊은 엄마답지 않게 아이들을 잘 혼내네.” 일주일에 두 번 우리 집에 대청소를 하러 오시기 시작한 청소도우미 이모님이 말씀하셨다. 아이돌보미 선생님께 떼를 쓰는 둘째를 혼내는 내 모습을 보시고 나서다. 얼마 전 우리 집에 놀러온 지인도 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닦지 않겠다고 버티는 …
엄마도 가끔 ‘멍 때리고 싶은 날’이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엄마들에겐 멍 때릴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다자녀 엄마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엄마를 찾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 “엄마, 물 주세요. 목말라요.” “모기 물렸어요. 약 발…
“엄마, 내일은 선거하는 날이죠? 선거하는 거 보고 사진도 찍어 오래요.” 첫째가 지방선거 전날인 12일 아침 말했다. 요즘 어린이집 숙제는 참 건전하구나. 국공립어린이집인 만큼 투표율을 독려하려기 위한 복안이 반영된 건진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그럼 내일 엄마 투표할 때 동생…
“1억을 준다면 아이 더 낳을까요?” 얼마 전 만난 한 정부 인사가 내게 물었다. 실없는 우스개 소리가 아니었다. 각종 출산장려정책으로 잠깐 반등하는가 싶던 출산율은 최근 2년간 갑자기 작정이라도 한 듯 곤두박질치고 있다. 40만 명 선이 처음 깨질 거라던 지난해 출생아수는 38~…
‘콧구멍으로 수박이 나오는 느낌이다.’ 내가 들은 출산의 고통을 표현한 말 중 가장 적확한 표현이다. 흔히 인간이 느끼는 최고 고통을 10이라 할 때 출산이 9 정도에 이른다고들 한다. 평소 작디작은 구멍에서 작은 수박에 비견될 만한 아이 몸을 빼내려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첫 아…
5월 ‘가정의 달’은 직장맘들에겐 역설적으로 ‘가정 위기의 달’이다. 수많은 휴일 때문이다. 노동절, 대체휴무일(어린이날), 석가탄신일 등. 족족 쉴 수 있는 직장이라면 크게 문제없겠지만 나만 해도 그런 직장에 다니질 않는다. 더구나 기자들은 일요일 근무도 하기 때문에 번갈아 …
임신 6개월, 배가 꽤나 불러오기 시작했다. 태동까지 시작됐다. 진짜 임신부가 된 느낌이다. 배가 불러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내 뱃속에 네 번째 아이가 있긴 한 건가’ 나 스스로도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했다. 계획에 없이 닥친 일이라 그 어리벙벙함이 더 오래 가는 것 같다.…
집에서 일을 해야 하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월요일에 신문이 나오기 때문에 기자들은 번갈아 가며 일요일 근무를 선다. 이날은 내 정식 근무일은 아니었지만 내가 쓴 기사가 출고되는 날이라 챙겨야 할 일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새벽부터 깨서 복닥거렸다. 어린이 음악 CD를 틀어주고 잠…
다자녀 집은 돈이 많이 든다. 아이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다. 첫 아이가 치즈를 먹기 시작할 즈음,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온라인카페 공동구매를 이용해 아기용 슬라이스치즈를 샀었다. 스티로폼 박스 가득 수백 장의 치즈가 배달됐는데 아이가 하루에 1장, 많아야 2장 먹으니 통 줄어…
‘딸이냐, 아들이냐.’ 많은 부모들이 임신했을 때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딸이든 아들이든 내 새끼는 다 예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선호도가 있었다. 첫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크게 관계없었다. 막내는 아들을…
이제 제법 머리가 큰 첫째는 재활용품을 구분해 버릴 줄 안다. 요구르트를 먹고 난 뒤 빨대와 뚜껑(은박지나 비닐), 용기를 따로 분리해 버리는 법을 알려줬더니 금세 익혀서는 재질별 분리수거함에 넣었다. 새로운 쓰레기는 “엄마, 이건 어디다 버려요?”하고 물어봤고 “플라스틱”하면 한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