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연극상이 나침반을 잡아줬죠. 나는 배우를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올 연말 연극 ‘더 드레서’에서 ‘선생님(Sir)’ 역할을 맡아 희끗희끗 수염을 기른 신사. 52년 전 연극 ‘학마을 사람들’ 무대에 올랐던 순간을 떠올리자 얼굴에 소년 같은 미소가 스쳤다. 그 이듬해인 …
1980년 1월 1일 서울대 미대생 김병종은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주인공이 됐다. 그가 응모한 ‘자유와 동질화의 초극’이라는 제목의 평론은 200자 원고지 100장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이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만난 김병종 서울대 명예교수(67)는 “…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48)가 중학교 1학년 시절 물리 선생님은 매달 과학동아가 학교에 배달될 때마다 정 교수를 따로 불렀다. 마음에 드는 기사나 칼럼을 하나 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변화할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글짓기를 해오는 숙제를 내줬다. 최근 서울 용…
피아니스트 임동혁(사진)은 7월에 서른여섯 번째 생일을 지났다. 그의 36년 삶 중 3분의 1을 갓 지난 1996년 10월, 그의 이름이 처음 신문에 등장했다.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모스크바 국제 청소년 쇼팽콩쿠르 2위 입상 소식이었다. 우승은 16세의 형 동민 씨(현 계명대 교수)…
‘춘천 가는 기차’의 싱어송라이터 김현철(51)을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5월이었다. 서울 강남구의 음반사 사무실에서 그는 믹스커피에 얼음을 동동 띄워 들고 기자와 마주 앉았다. 그가 2006년 9집 발표 이후 6년간이나 후속작을 못 내놓던 때다. 당시 그의 변명은 “가사가 도통 …
“헐버트 박사의 자료를 찾다가 동아일보 사설을 보는 순간 눈물이 솟구칠 것 같았습니다.” 김동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장(70)은 5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이 감동한 사설은 조선의 독립과 항일운동에 헌신한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사진)의 …
1986년 10월 청주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던 3학년생 베이스 연광철(사진)이 동아음악콩쿠르의 문을 두드렸다. 농사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목소리가 좋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음악선생님이 되어 보겠다’며 택한 성악의 길이었다. 콩쿠르 예선에 나가 주변을 둘러보니 예외 없이 서울 명문 …
“장욱진 선생은 까치 한 마리 동아일보에 던져놓고 홀연히 가셨다. 그야말로 새처럼 날아가셨다…(충남 연기군 선산에 세운) 비문에 마지막 그림 하늘을 새기기로 했다. 그 탑비는 내 섭섭함의 징표다.”(최종태 서울대 명예교수·조각가) 장욱진 화백(1917∼1990)은 갑작스레 세상을 …
“‘서편제’가 서울 관객 100만 명을 최초로 돌파한 기록은 동아일보와 함께 만든 겁니다.” 경기 용인시 자택에서 만난 임권택 감독(86·사진)이 거실 한쪽에 쌓여 있는 동아일보를 바라보며 말했다. 1993년 ‘서편제’는 전국에서 350만 명 넘게 관람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인 송우혜 씨(73)는 역사적 사실에 전문적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결합해 ‘윤동주 평전’ ‘마지막 황태자’ 같은 굵직한 평전이나 역사소설을 주로 써왔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그가 천착해온 중요한 소설적 주제였다. 그런 그에게 동아일보는 1980년 …
“중앙아시아 교민들이 당시 한국 사람을 본다는 건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죠.” 1990년 9월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소련 모스크바의 소브레멘니크 극장. 수십 년간 소련 전역에 흩어져 살던 고려인 8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고국에서 온 동포들이 준비한 창극 ‘아리랑’을 볼 …
정구(소프트테니스) 선수 문대용(27·문경시청)은 경북 문경의 고향집에 가면 거실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한다. 자신과 여동생 문혜경(23·NH농협은행)의 선수 생활이 담긴 십수 년 치 동아일보 스크랩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다. 2007년 문경중 2학년이던 문대용이 제85회 동아일…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마치 산 같더라고요.” “거기에 바람까지 불면 정말 무섭지.”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에서 19일 만난 이재웅 씨(68)와 최준호 씨(40)는 서로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이 씨는 중고교 동창 노영문 씨(68)와 함께 1980년 국산 요트 1호인 ‘…
“남편은 입버릇처럼 ‘월급쟁이는 한 달 먹을 걸 버는 거지, 두 달 먹을 거 벌겠다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경찰 때도, 신문사 다닐 때도 당당하고 강직했죠. 허풍을 떨면 그대로 믿어 버려 농담도 못 했어요.” 10일 충남 천안 자택에서 만난 김선월 씨(82)는 3년 전 세상을 …
“한시가 급한데 동아일보 마크를 단 차량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작정 도로로 나가 차를 세웠죠.” 경광숙 전 소방관(63·현 CJ 그룹안전감독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날을 돌이켰다. 당시 도봉소방서 구조대장이었던 그는 서울소방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