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4번 바뀌었다. 가슴은 무너졌는데 담담했다. 도무지 현실같지 않았다. 언제 철들까 싶던 곱디고운 딸의 얼굴은 희미해졌다. 애써 기억하려고 해야만 떠올랐다. 죄스럽다. 딸을 집어삼킨 바다를 다시 찾았다. 바다는 여전히 말이 없다. 진도의 벚꽃은 사람 속도 모르고 흐드러지게 피었다…
찰나였다. 지난해 2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뚫고 경기 포천의 한 도로에 헤드라이트 불빛이 번쩍였다.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함께 도로를 건너려던 친구는 이내 숨졌다. 살아야 했다.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뒷다리 감각이 없었다. 애꿎은 앞다리만 허공을 휘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