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지하철 9호선 노들역 3번 출구를 나와 한강 쪽으로 10분 정도 걷다 보니 ‘용양봉저정공원’ 입구가 나타났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도심 한복판을 걸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녹색의 나무들이 공원을 감싸고 있었고, 자연과 조화를 …
14일 오후 서울 중랑구 망우산 자락의 망우역사문화공원길. 5.2km 둘레의 넓고 쾌적한 순환로에는 벚꽃과 개나리 같은 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향기를 맡으며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발걸음도 경쾌했다. 태조 이성계가 이곳을 지나며 ‘근심을 잊었다’고 말한 데서 유래된 망우(忘憂)의 …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지하철 6호선 새절역. 편백숲길로 가기 위해 숭실고 방향으로 10분 정도 걷자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가쁜 숨을 내쉬며 힘들게 발길을 옮기는데 편백나무의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온몸에 퍼져 있던 피로감을 덜어줬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있어…
서울 금천구에 있는 호암산은 관악산 서쪽 끝 봉우리다. 산봉우리가 서울을 향해 달리는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호암산(虎巖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호암산에는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호랑이의 기를 누르기 위해 지었다는 호압사와 호암산성(국가사적 제343호)으…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철학자의 길’이 있다. 괴테, 헤겔, 하이데거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이 거닐며 사색에 잠겼다는 길이다. 서울에도 사색을 하고 싶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길이 있다. 구로구에 있는 ‘천왕산 성공회대 순환길’이다. 2km 남짓한 이 길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길 주변. 어디선가 남도민요 소리가 구성지게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장단에 맞춰 10여 명의 수강생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민요를 배우고 있었다. 수강생은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곳은 지난…
분명 서울 도심인데 어느새 숲길이 나오더니 검은색 증기기관차가 보였다. 체코와 일본을 각각 누볐던 트램(노면전차)들도 곁을 지키고 있었다. 녹슨 철길을 따라 시공간을 넘어온 기차들이 모인 이곳은 노원구 ‘경춘선숲길’이다.○ 기차가 날라주는 커피경춘선숲길은 6km가량의 산책로다. 원래 …
지난달 22일 오전 10시경 찾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장사를 막 시작한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꽈배기, 떡볶이 등 길거리 간식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전주식 떡갈비를 파는 ‘최가상회’는 주말이면 독립문 인근 나들이를 온 사람들이 줄을 서 먹는 인기 식당이다. 서대문구 …
조선 퇴직 궁녀 살던 ‘백빈건널목’…경고음 딴 ‘땡땡거리’로 더 유명40년 장사 ‘용산방앗간’ 랜드마크…백반집 등 소박한 맛집도 인기신용산역 ‘용리단길’ 꾸준한 입소문…“노포-신생 핫플 조화가 매력” “땡땡.” 귀를 먹먹하게 울리는 경적소리와 함께 기차가 나타났다. 노란색 형광조끼를…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인근 골목. 현악기로 추정되는 클래식 악기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며 행인의 발길을 끌어당겼다. 평범한 주택가 뒷골목이었지만 거리 곳곳에 악기를 판매·수리하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벽에는 다양한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일부 공방에는 직접 악…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꾸미기’ 열풍이 불고 있다.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인데, 스티커나 스탬프 같은 ‘다꾸템’을 이용해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들을 ‘다꾸러’라고 부른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미로길’은 꾸미기 덕후 사이에서 ‘성지’로 통한다. 작은 디자인 문구를 파는…
서울 관악구에는 유독 ‘별’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낙성대(落星垈)다.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난 곳인데, 출생 당시 집 쪽으로 ‘큰 별이 떨어졌다’는 전설에 따라 붙은 지명이다. 낙성대 인근의 ‘별빛내린천’ 역시 강 장군 설화를 모티브로 붙여진 명칭인데 …
‘님의 침묵’을 지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한용운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 예술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교과서에서 들어본 이름들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지켜 온 문인들이 모여 살았던 흔적이 한 거리 곳곳에 아직 남아 있다. 바로 1930년대 문인촌으로 불렸던 ‘성북동’ 얘기다…
처음 가는 동네임에도 한 번쯤 와본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 바닥에 무심하게 놓인 작은 돌 하나까지 익숙하고 친근한 그런 곳. 눈길을 확 끄는 명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 맛집도 찾기 힘들지만 계속 걷고 싶은 편안함을 주는, 서울 중구 ‘성곽예술문화거리’는 그런 길이다. 주민 대부분…
프랑스 파리는 영화의 단골 배경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그런데 파리의 거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색이 있다. 건물 색이 베이지색으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파리시는 몇 차례 재개발을 거치면서도 조화로운 경관을 위해 건물 색을 엄격하게 규제해왔다. 덕분에 수백 년이 지나도록…